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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차 엑소 첸 - 신효범 대결,
<복면가왕> 아니면 어디서 볼까

[TV 리뷰] 편견을 걷어내자 전 세대 아우르는 축제의 장 됐다

15.08.31 15:43최종업데이트15.08.3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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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가요프로그램은 양극화된 경향이 있다. 젊은 시청자를 겨냥한 <인기가요>나 <뮤직뱅크> 같은 프로그램에는 주로 아이돌이 출연하고, 반대로 <가요무대>와 같은 프로그램은 20~30년의 경력을 가진 연차 높은 가수들 위주로 꾸며진다.

중간은 없다. 선후배 가수가 한 무대에 서는 것은 주로 명절특집과 같은 이벤트성 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심지어 기존 음악 프로그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획된 <나는 가수다> 조차도 아이돌 출신 가수나 경력이 짧은 가수에겐 기회의 문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어디 그뿐이랴. 가요계 대선배와 까마득한 후배가 경연을 펼친다는 건 그동안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공정한 대결 자체가 어려웠는지도 모르겠다. 선배들의 경력과 이름값, 그리고 후배들의 인기와 팬덤 등은 이들을 동일선상에서 평가하기 어렵게 만드는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MBC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가면을 벗기 전까지는 가수의 정체를 함부로 예단할 수 없다. 모든 '계급장'을 떼고 오로지 목소리 하나만으로 승부를 겨뤄야하는 만큼,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가요계 선후배의 멋진 한판승부가 가능하다.

퍼포먼스형 그룹이라는 편견을 깨고 놀라운 보컬 실력을 보여준 엑소 멤버 첸. ⓒ MBC


지난 30일 방송에서 이뤄진 엑소 첸과 신효범의 대결은 바로 <복면가왕>이기에 가능한 무대였다. 27년차 베테랑 가수 신효범과 한류 최고 아이돌 그룹인 엑소 멤버 첸이 노래 하나만으로 경연을 펼친다는 건, 결코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그림이 아니다.

게다가, 청중 평가단 투표 결과 이날 첸은 신효범을 3표차로 누르고 가왕전에 진출했다. 까마득한 후배가 대선배를 이기는 파란을 연출한 것이다. 인기의 힘도 아니고, 팬덤의 지원 덕도 아니다. 오롯이 첸의 목소리와 감성이 이날 평가단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복면가왕>이기에 가능했던 이변이다.

가왕의 자리에 올라도 부족함이 없는 신효범은 까마득한 후배에게 덜미를 잡혀 3라운드에서 탈락했지만, 오히려 즐거운 마음을 내비쳤다. 그녀는 "후배들과 재밌게 맞짱 한 번 떠보자 싶었다"며 출연 동기를 밝혔고, 이어 이날의 무대에 대해 "내 스스로 고이지 않는 물이 되기 위한 조그만 물꼬가 되길 기대한다"며 신선한 자극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후배들과 함께 무대에 서고 싶었다는 그녀의 갈증은, 적어도 이날 <복면가왕>을 통해 조금이나마 해소되지 않았을까 싶다.

가왕의 자리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후배들과의 경연을 시선한 자극으로 받아들인 가수 신효범. ⓒ MBC


비록 이날 첸은 가왕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지만, 엑소라는 퍼포먼스형 아이돌에도 이런 보컬 실력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보여줬다. 첸은 "'카메라 몇 번 봐야 돼' 그런 거 없이 내 목소리 음정 하나 하나 나만의 것에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며 "보컬로서의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그 어떤 말보다 좋았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편견을 걷어내기 위해 시작한 <복면가왕>은 어느덧 진정한 축제의 장이 되어가는 듯 보인다. 엑소 멤버의 노래와 신효범의 무대를 함께 듣고 볼 수 있다는 것 - 그것은 곧 전 세대가 노래로 하나 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20~30년 차이가 나는 선후배가 이름과 경력에 상관없이 노래 하나만으로 진검승부를 벌일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복면가왕>은 계속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복면가왕 신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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