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요프로그램은 양극화된 경향이 있다. 젊은 시청자를 겨냥한 <인기가요>나 <뮤직뱅크> 같은 프로그램에는 주로 아이돌이 출연하고, 반대로 <가요무대>와 같은 프로그램은 20~30년의 경력을 가진 연차 높은 가수들 위주로 꾸며진다.
중간은 없다. 선후배 가수가 한 무대에 서는 것은 주로 명절특집과 같은 이벤트성 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심지어 기존 음악 프로그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획된 <나는 가수다> 조차도 아이돌 출신 가수나 경력이 짧은 가수에겐 기회의 문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어디 그뿐이랴. 가요계 대선배와 까마득한 후배가 경연을 펼친다는 건 그동안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공정한 대결 자체가 어려웠는지도 모르겠다. 선배들의 경력과 이름값, 그리고 후배들의 인기와 팬덤 등은 이들을 동일선상에서 평가하기 어렵게 만드는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MBC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가면을 벗기 전까지는 가수의 정체를 함부로 예단할 수 없다. 모든 '계급장'을 떼고 오로지 목소리 하나만으로 승부를 겨뤄야하는 만큼,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가요계 선후배의 멋진 한판승부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