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더 지니어스: 블랙가넷>에서 선전 중인 개그맨 장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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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안티 히어로'랄까? '일반적인 영웅상에는 맞지 않지만 보통 사람들이 해내지 못하는 것을 하고 있는 이'(엔하위키 미러)에 어울린다.
애초에 두 사람의 존재는 히어로라는 주제에 어울리지 않았다. 토크쇼나 예능에 등장해서 남들이 감히 드러내지 못하는 솔직한 의견과 감정들을 마구 발산하는 게스트였다. 그런데 이들이 내뱉는 표현들, 혹은 감정들이 그것들을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뜨끔하게 할 만큼 직언직설들이다 보니, 자꾸 그들의 표현과 표출에 방점이 찍히게 되었고, 어느 틈에 그들은 고등학생조차 열광할 '히어로'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물론 솔직한 의견을 표출하는 게스트들은 차고 넘친다. 그 중에서도 이들의 강점은 우선 '초연함'에 있다. 허지웅은 뭇 여성들의 관심을 받으면서도 '무성욕자'라며 세상 연애사에 한 발 물러선 듯한 태도를 취하고,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세상살이에 의견을 피력하면서 정작 삶에 대해 긍정적 의지는 20%도 되지 않는다며 회의적인 삶의 태도를 잃지 않는다. 연애 상담을 바라는 고등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해 부끄럽지만 공부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단다.
장동민 역시 마찬가지다. <연애 고시>에서 밀고 당기기를 하는 상대방 여성에게 당당하게 시끄럽다며 사랑 놀음을 거부한다. 초조하게 서로를 견제하는 <더 지니어스3> 멤버들 사이에서 그들의 심리를 가장 잘 파악하는 사람은, 오히려 그 판에 연연해하지 않는 듯한 장동민이다.
초연할 뿐만 아니라, '촌철살인'의 자세를 놓치지 않는다. <마녀사냥>이 화제가 된 중심에는 그저 야한 이야기를 드러낸 프로그램의 취향만이 아니라, 그 속에서 진솔하게 현실을 논할 줄 아는 허지웅의 의견 피력이 있었다. 아줌마, 아저씨들의 찜질방 방담 같은 <썰전> '예능 심판자'에서 그래도 유일하게 심판자 같은 언급으로 기사화되는 건 허지웅의 의견이다. 심지어 그가 한 말 실수 하나가 회자되어 웃음거리가 될 정도로, 그가 가진 언어의 파급력이 커졌다.
어떤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나가서도 주눅 들지 않으면서 자기 할 말을 다하고야 마는 장동민의 당당함은 정평이 나있다. 13일 공개된 <속사정 쌀롱> 티저 영상에서, 프로그램을 홍보하기 위해 속옷 차림을 요구하는 제작진에게 다짜고짜 야동을 찍느냐며 욕부터 지르고 보는 게 장동민이다. 모든 프로그램에서 그의 태도는 이런 식이다. 마치 돈 내고 욕을 들으러 욕쟁이 할머니 음식점을 찾아가듯이, 장동민이 내지르는 한 마디에 사람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세상의 무리에 섞여 있으면서도 거기에서 독야청청 하는 초연함과 그 와중에 자기의 할 말은 하고야 마는 촌철살인이야 말로, 무리 속에 섞여 눈치 보느라 등골 빠지는 현대인에게 가장 부러운 캐릭터다. 마치 가려운 내 등을 대신 긁어주는 존재로, 허지웅과 장동민은 사랑받고 있는 중이다.
그것은 곧 매력 있는 남자의 상징인 '시크함'으로 여겨지며, 뭇 여성들의 환호와 찬사의 대상이 되어간다. 늘 자신은 여자에게 인기 있다고 말해도 그 말을 듣던 좌중이 코웃음을 치게 만들었던, 그저 아저씨 역할이나 이상한 동물 분장을 장동민이 어느 틈에 대세가 되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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