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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히어로' 허지웅-장동민, 어떻게 대세가 됐나

[주장] 솔직하다 못해 노골적이었던 두 방송인, 현대인에게 가장 부러운 캐릭터

14.10.16 14:40최종업데이트14.10.1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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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썰전> <마녀사냥> 등에서 활약 중인 영화평론가 허지웅. ⓒ JTBC


2010년 tvN의 뉴스 시사쇼 <시사콘서트 열광>에 등장할 때만 해도 영화평론가 허지웅은 자신의 TV 출연에 회의적이었다. 심지어 방 월세를 밀리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식이었다. 그러던 그가 고정 패널에서부터, 광고, 내레이션, 게스트까지 TV 속을 종횡무진으로 휘젓는다. 격세지감이다.

개그맨 장동민 역시 마찬가지다. KBS <개그콘서트>에서 동네 이장님으로 소리만 버럭버럭 지르다 사라진 그가 오랜만에 tvN <코미디 빅리그>에 이상한 동물 분장을 하고 여전히 욕까지 하며 소리를 지르고 등장할 때만 해도 최근의 종횡무진을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가 MBC 추석특집 예능 <남북한 화합 프로젝트 한솥밥>에서 가상 결혼생활 같은 걸 찍고, tvN <더 지니어스: 블랙가넷>(이하 <더 지니어스3>)에 등장해 최고 학벌의 수재들을 쥐락펴락한다. 조만간 JTBC 심리토크쇼 <속사정 쌀롱> MC 자리도 꿰어 찰 예정이란다. 이게 더 격세지감일까?

초연함과 촌철살인, 시크한 그들의 매력

허지웅이 처음 <시사콘서트 열광>에 잠깐 얼굴을 비췄을 때는 말하는 시간보다 부적절한 표현으로 그저 얼굴만 스쳐지나가기가 일쑤였다. <마녀사냥>이나 <썰전>에 패널로 처음 등장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종종 그는 말을 하되, 시청자들은 그가 그저 방송에 부적합한 말을 한다고 여길 뿐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더는 그의 말이 무음 처리되지 않는다. 여전히 똑부러지게 자신의 생각을 쏟아내지만, '19금'의 울타리 안에서 능수능란하게 표현을 조절한다. 그가 <마녀사냥>과 <썰전>에서 쏟아낸 생각들은 바로 기사화되어 대중들의 호불호의 척도에 걸려든다. 심지어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를 통해 고등학교에 간 그를, 19금 방송을 볼 수 없는 고등학생들은 열광적으로 환영하고, 자신들의 연애 멘토가 되어줄 것을 소원한다. 그의 웃음, 특유의 표현만으로 구성된 광고도 등장한다. 연예인도 이런 연예인이 없다.

그런가 하면, 무기라고는 그저 누구보다 크게 소리를 버럭 지르거나 욕을 하는 것밖에 없는 줄 알았던 장동민은 케이블과 공중파 예능에 동시에 등장할 정도로 대세가 되었다. KBS <나는 남자다>에서 예능의 황제 유재석과 함께 진행을 하고, 파일럿으로 만들어진 <연애 고시>에서 당당하게 여성들의 선택을 요구하는 미혼남 대표로 등장하는가 하면, 앞서 언급한 <한솥밥>에서는 듬직한 북한 여성의 남편이 됐다.

또, SBS <에코 빌리지-즐거운 가>에서 그 누구보다 정통한 시골통이요, <더 지니어스3>에서 예상을 깨고, 전체 판을 들여다 볼 줄 아는 폭넓은 시야로 느긋하게 생존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각종 프로그램의 단골 게스트다. JTBC <비정상회담>이 첫 선을 보일 당시, 분위기를 잡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MC들 사이에서 영민하게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쥐락펴락했던 것은 첫 게스트 장동민이었다.

tvN <더 지니어스: 블랙가넷>에서 선전 중인 개그맨 장동민. ⓒ CJ E&M


전형적인 '안티 히어로'랄까? '일반적인 영웅상에는 맞지 않지만 보통 사람들이 해내지 못하는 것을 하고 있는 이'(엔하위키 미러)에 어울린다.

애초에 두 사람의 존재는 히어로라는 주제에 어울리지 않았다. 토크쇼나 예능에 등장해서 남들이 감히 드러내지 못하는 솔직한 의견과 감정들을 마구 발산하는 게스트였다. 그런데 이들이 내뱉는 표현들, 혹은 감정들이 그것들을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뜨끔하게 할 만큼 직언직설들이다 보니, 자꾸 그들의 표현과 표출에 방점이 찍히게 되었고, 어느 틈에 그들은 고등학생조차 열광할 '히어로'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물론 솔직한 의견을 표출하는 게스트들은 차고 넘친다. 그 중에서도 이들의 강점은 우선 '초연함'에 있다. 허지웅은 뭇 여성들의 관심을 받으면서도 '무성욕자'라며 세상 연애사에 한 발 물러선 듯한 태도를 취하고,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세상살이에 의견을 피력하면서 정작 삶에 대해 긍정적 의지는 20%도 되지 않는다며 회의적인 삶의 태도를 잃지 않는다. 연애 상담을 바라는 고등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해 부끄럽지만 공부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단다.

장동민 역시 마찬가지다. <연애 고시>에서 밀고 당기기를 하는 상대방 여성에게 당당하게 시끄럽다며 사랑 놀음을 거부한다. 초조하게 서로를 견제하는 <더 지니어스3> 멤버들 사이에서 그들의 심리를 가장 잘 파악하는 사람은, 오히려 그 판에 연연해하지 않는 듯한 장동민이다.

초연할 뿐만 아니라, '촌철살인'의 자세를 놓치지 않는다. <마녀사냥>이 화제가 된 중심에는 그저 야한 이야기를 드러낸 프로그램의 취향만이 아니라, 그 속에서 진솔하게 현실을 논할 줄 아는 허지웅의 의견 피력이 있었다. 아줌마, 아저씨들의 찜질방 방담 같은 <썰전> '예능 심판자'에서 그래도 유일하게 심판자 같은 언급으로 기사화되는 건 허지웅의 의견이다. 심지어 그가 한 말 실수 하나가 회자되어 웃음거리가 될 정도로, 그가 가진 언어의 파급력이 커졌다.

어떤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나가서도 주눅 들지 않으면서 자기 할 말을 다하고야 마는 장동민의 당당함은 정평이 나있다. 13일 공개된 <속사정 쌀롱> 티저 영상에서, 프로그램을 홍보하기 위해 속옷 차림을 요구하는 제작진에게 다짜고짜 야동을 찍느냐며 욕부터 지르고 보는 게 장동민이다. 모든 프로그램에서 그의 태도는 이런 식이다. 마치 돈 내고 욕을 들으러 욕쟁이 할머니 음식점을 찾아가듯이, 장동민이 내지르는 한 마디에 사람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세상의 무리에 섞여 있으면서도 거기에서 독야청청 하는 초연함과 그 와중에 자기의 할 말은 하고야 마는 촌철살인이야 말로, 무리 속에 섞여 눈치 보느라 등골 빠지는 현대인에게 가장 부러운 캐릭터다. 마치 가려운 내 등을 대신 긁어주는 존재로, 허지웅과 장동민은 사랑받고 있는 중이다.

그것은 곧 매력 있는 남자의 상징인 '시크함'으로 여겨지며, 뭇 여성들의 환호와 찬사의 대상이 되어간다. 늘 자신은 여자에게 인기 있다고 말해도 그 말을 듣던 좌중이 코웃음을 치게 만들었던, 그저 아저씨 역할이나 이상한 동물 분장을 장동민이 어느 틈에 대세가 되어가는 중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허지웅 장동민 더 지니어스 마녀사냥 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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