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썰전> <마녀사냥> 등에서 활약 중인 영화평론가 허지웅.
JTBC
2010년 tvN의 뉴스 시사쇼 <시사콘서트 열광>에 등장할 때만 해도 영화평론가 허지웅은 자신의 TV 출연에 회의적이었다. 심지어 방 월세를 밀리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식이었다. 그러던 그가 고정 패널에서부터, 광고, 내레이션, 게스트까지 TV 속을 종횡무진으로 휘젓는다. 격세지감이다.
개그맨 장동민 역시 마찬가지다. KBS <개그콘서트>에서 동네 이장님으로 소리만 버럭버럭 지르다 사라진 그가 오랜만에 tvN <코미디 빅리그>에 이상한 동물 분장을 하고 여전히 욕까지 하며 소리를 지르고 등장할 때만 해도 최근의 종횡무진을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가 MBC 추석특집 예능 <남북한 화합 프로젝트 한솥밥>에서 가상 결혼생활 같은 걸 찍고, tvN <더 지니어스: 블랙가넷>(이하 <더 지니어스3>)에 등장해 최고 학벌의 수재들을 쥐락펴락한다. 조만간 JTBC 심리토크쇼 <속사정 쌀롱> MC 자리도 꿰어 찰 예정이란다. 이게 더 격세지감일까?
초연함과 촌철살인, 시크한 그들의 매력허지웅이 처음 <시사콘서트 열광>에 잠깐 얼굴을 비췄을 때는 말하는 시간보다 부적절한 표현으로 그저 얼굴만 스쳐지나가기가 일쑤였다. <마녀사냥>이나 <썰전>에 패널로 처음 등장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종종 그는 말을 하되, 시청자들은 그가 그저 방송에 부적합한 말을 한다고 여길 뿐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더는 그의 말이 무음 처리되지 않는다. 여전히 똑부러지게 자신의 생각을 쏟아내지만, '19금'의 울타리 안에서 능수능란하게 표현을 조절한다. 그가 <마녀사냥>과 <썰전>에서 쏟아낸 생각들은 바로 기사화되어 대중들의 호불호의 척도에 걸려든다. 심지어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를 통해 고등학교에 간 그를, 19금 방송을 볼 수 없는 고등학생들은 열광적으로 환영하고, 자신들의 연애 멘토가 되어줄 것을 소원한다. 그의 웃음, 특유의 표현만으로 구성된 광고도 등장한다. 연예인도 이런 연예인이 없다.
그런가 하면, 무기라고는 그저 누구보다 크게 소리를 버럭 지르거나 욕을 하는 것밖에 없는 줄 알았던 장동민은 케이블과 공중파 예능에 동시에 등장할 정도로 대세가 되었다. KBS <나는 남자다>에서 예능의 황제 유재석과 함께 진행을 하고, 파일럿으로 만들어진 <연애 고시>에서 당당하게 여성들의 선택을 요구하는 미혼남 대표로 등장하는가 하면, 앞서 언급한 <한솥밥>에서는 듬직한 북한 여성의 남편이 됐다.
또, SBS <에코 빌리지-즐거운 가>에서 그 누구보다 정통한 시골통이요, <더 지니어스3>에서 예상을 깨고, 전체 판을 들여다 볼 줄 아는 폭넓은 시야로 느긋하게 생존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각종 프로그램의 단골 게스트다. JTBC <비정상회담>이 첫 선을 보일 당시, 분위기를 잡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MC들 사이에서 영민하게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쥐락펴락했던 것은 첫 게스트 장동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