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도시 이야기에서 시드니 칼튼을 연기하는 서범석
비오엠코리아
- 시드니 칼튼은 왜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을까."시드니 칼튼이 살고 있던 시대는 격변의 시대였다. 사람 목숨이 어느 한 순간에 파리 목숨이 되는 위험한 시기였다. 귀족에 의해 모든 게 좌우되고, 있는 자의 횡포로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인간성을 갖는 시대였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해야 하지만, 반대로 사람이 사람을 죽여야 살 수 있는 세상 속에서, 세상을 잊기 위해 술을 입에 달고 사는 거다. 술을 마시지 않고 제정신으로 돌아오면 세상 돌아가는 게 싫어 보인다.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알코올 중독자는 굉장히 예민하다. 말을 해봐야 소용이 없으니 대인관계를 잘 하려 들지 않는다. 시드니 칼튼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죽음을 택하는 남자다. 시드니 칼튼이 왜 대신 죽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았다. 루시를 만나기 전에 (알코올 중독으로) 이미 죽은 목숨이었기 때문에 죽음을 택한 것일 수도 있다. 죽은 목숨이 루시를 만나서 다시 살았는데, 죽음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찰스 디킨스의 원작 소설에는 묘사되지 않지만, 동명 영화를 보면 시드니 칼튼이 대신 죽을 생각을 가진 후 사형 집행인이 단두대의 칼날을 열심히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이 있다. 단두대의 칼날이 너무 잘 들어서 '쉽게 죽는구나' 하는 걸 알게 된다. 시드니 칼튼이 죽기 바로 전에 재봉사가 단두대에서 죽는다. 공포에 떠는 재봉사에게 시드니 칼튼은 '짧은 한 순간에 고통이 사라질 거다'라는 이야기를 건넨다.
시드니 칼튼이 마지막에 무슨 생각을 할까를 생각해보았다. 루시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도 죽는 것이지만,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죽었다고 생각한다. '내 삶은 가치 있는 삶이었다'는 자기 성찰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내가 태어나서 한 일 중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대신 죽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이야'라는 생각을 가졌을 것 같다."
- 대본을 많이 읽는 것 외에, 다른 각도에서 캐릭터나 대본을 볼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면."어릴 적에 만화책을 많이 읽었다. 만화 가게의 만화란 만화는 모두 읽었다. 5백원을 내고 2천원 어치를 읽기도 했다. 그런데 만화 가게 아저씨는 알면서도 눈 감아 주었다. 그 상상력 덕에 대본을 다양하게 분석하는 힘이 생겼다. 스스로가 생각할 수 있는 힘은 한계가 있다. 많이 듣고, 보는 가운데서 상상력이 커진다."
- 영화 <배우는 배우다>를 통해 배운 바가 있다면."뮤지컬 외에 영화를 하는 이유가 있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추구하기 위해서다. 스크린을 통해 얼굴이 클로즈업 되었을 때 자연스러워야 한다. 무대 연기는 과장된 연기가 많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과장된 감정이 나올 때가 많지 않다. 가령 장례식장의 상주를 보라. 땅을 치고 우는 순간은 찰나다. 하지만 손님이 찾아올 때에는 일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작업을 통해 연기가 달라진 걸 스스로 느낀다. 많은 무대 대본이 구어체로 돼 있어야 하는데 문어체다. 문어체를 대사로 바꾸는 건 힘든 작업이다. 하지만 영화 대본이나 TV 대본은 대사를 하기 쉽게 쓰여 있다. 영화 대본을 통해 구어체로 바꾸는 훈련을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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