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도시 이야기에서 시드니 칼튼을 연기하는 서범석
비오엠코리아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의 주인공 시드니 칼튼은 사랑하는 여자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의 목숨을 대신 내놓을 줄 아는 '순정남'이다. 이기적인 사랑이 횡행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 하나밖에 없는 목숨까지 바칠 줄 아는 이타적인 남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서범석은 <두 도시 이야기>를 위해 다른 뮤지컬 작품을 고사할 정도로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깊다. 뮤지컬계에서 '분석의 대가'로 알려진 그는 배우들이 대본이나 캐릭터에 대해 이해되지 않을 때 맨 먼저 찾아오는 선배로도 유명하다. 그만큼 그의 눈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두 도시 이야기> 외에도 영화 <세포의 기억> 촬영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서범석을 만났다.
- 작년에 이어 올해도 무대에 오른다."작품의 특정한 부분이 좋은 게 아니라, 전반적인 정서가 피부로 와 닿는다. 남 이야기인데 저의 이야기 같은 느낌이다. <두 도시 이야기>를 하면서 '관객에게 무엇을 보여줄까' 하는 것보다는, 작품 자체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좋아서 이번 공연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시드니 칼튼은 외롭고 고독한 남자다. 그러면서도 희생의 정서가 있다. 섬세하고 예민하다. 저와 닮은 점도 있다. 한 사람을 사랑하면 목숨도 내놓을 수 있는 심장을 가졌다는 점이다. 짝사랑하는 배역을 많이 해보았다. 무대에서 이루어진 사랑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 시드니 칼튼 역시 짝사랑이지, 이루어진 사랑을 하는 남자가 아니다.
저는 한 여자를 사랑한다 해도, 내가 그 여자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행복하게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어릴 적부터 있었다. 좋아하는 여자가 있어도 단 한 번도 먼저 좋아한다고 고백한 적이 없다. 그런 점이 시드니 칼튼과 닮았다."
시드니 칼튼은 왜 스스로 죽음을 택했을까- 사귀고 싶은 여자가 있으면 남자가 먼저 다가서고 연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랑하는 여자를 자신보다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사람이 있다면 그 여자에게 고백하지 않는다는 건 이타주의적인 사랑 아닌가."이기주의가 맞을 듯 싶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내 중심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고백을 못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치자. 좋으면 좋다고 말을 해야 이타적인 거다. 하지만 '나는 준비가 되지 않았어' 하고 사랑에 다가서지 못하는 건 이기적인 거다."
- 시드니 칼튼은 술집도 많이 드나들어서 주위에 여자가 많았을 텐데, 왜 유독 루시에게 마음을 빼앗기는가."원작을 보면 루시는 너무 예쁜 여자다. 하나 더, 루시는 재판정에서 루시와 아무 관계없는 찰스 다네이를 향해 눈물을 흘릴 줄 안다. 이 장면을 보고 시드니 칼튼은 '루시처럼 예쁘고 착한 여자가 나를 위해 울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갖는다. 루시가 사랑을 주는 남자의 모습은 예전의 시드니 칼튼의 모습이기도 하다. 시드니 칼튼은 부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하지만 루시는 눈곱만큼도 부정적인 모습이 없다. 구원의 느낌을 담고 있는 한 떨기 희망 같은 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