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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광구' 이후 집행유예였다…'타워'는 또 다른 시작"

[인터뷰] '타워' 김지훈 감독 "건물 무너지고 사람 무너지는 장면 마음에 들었다"

13.01.19 08:59최종업데이트13.01.19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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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타워>의 김지훈 감독이 4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타워>의 김지훈 감독이 4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영화 <타워>는 김지훈 감독에게 '패자부활전'이었다. <7광구>(2011) 이후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그는 <타워>가 개봉하기까지 2년 남짓한 기간을 "집행유예"라고 표현했다. '상업' 영화이기에 관객의 반응을 외면할 수 없는 게 현실이었다.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임한 <타워>는 결국 그에게 '또 다른 시작'을 알렸다.

"불꽃을 쏘아올리기보다, 스스로 불꽃이 되려 했다"

"'열정이 넘친다'는 말을 듣고 싶었지만, 관객의 외면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는 김지훈 감독. 그는 "15년 동안 4편의 영화를 찍으며 꾀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면서 "난 끊임없이 주방장 역할을 해야 하는데, <목포는 항구다><화려한 휴가> 등이 성공한 뒤 어느 순간 도취했는지 홀에서 손님과 음식을 먹고 있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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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을 쏘아 올리는 대신 스스로 불꽃이 되려 했던" 그에게 <7광구>는 전화위복이었다. 자신의 위치로 돌아와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김지훈 감독은 "<화려한 휴가> 이후 내 영화적 가치의 초점을 쉬운 영화, 편한 장르보다 개인적인 성장과 한국 영화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맞췄던 것 같다"면서 "건방진 생각이었다. 남들보다 발 빠르게 움직인다고 생각했는데 가랑이가 찢어진 것"이라고 털어놨다.

"전 스스로 장사를 잘하는 비즈니스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경영자에 빗대면 사업을 크게 벌이려고 했던 거죠. 이것이 제게는 중압감을 줬던 것 같습니다. '할리우드와 붙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겠다'고 마음먹은 게 성취감을 가져다줄 거라고, 의미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본의 논리와 중압감, 투자자와 관객 사이의 간극을 느꼈습니다. 성장통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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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 무너지고, 사람도 무너졌다"

<타워>는 개봉 초기, 존 귈러민 감독의 영화 <타워링>(1974)과 비교되었다. 고층빌딩의 화재를 소재로 했다는 점 등이 대표적인 공통점이다. 이에 대해 김지훈 감독은 "<타워링>을 모방했다, 베꼈다는 의견에 대해 일간 동의한다. 전체적인 부분이 유사하기 때문에 분명히 비교될 거라고 예상했다"면서 "훌륭한 영화에 누가 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타워링>은 드라마와 스펙터클을 잘 표현했던 영화입니다. 조금이라도 흉내 내보자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부족한 점도 있었겠지만 <타워링>이 갖지 못하는 한국적 정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더 매달렸습니다. 다행히 좋게 보는 분들도 있고, 비판하는 분들도 있지만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남죠. 조금 더 공부하고 숙성했다면 더 나은 영화를 찍을 수 있었을 테니까요."

김지훈 감독은 <타워> 속 최고의 장면으로 소방대장 강영기(설경구 분)의 아내가 무너지는 장면을 꼽았다. 한 인간이 무너지는 모습과 초고층 건물 타워스카이가 무너지는 모습이 대비를 이룬 점이 무엇보다 흡족하다고 했다. "변조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김 감독은 "컨디션에 따라 편집이 계속 바뀌었다. 독일 수도, 약일 수도 있지만 그때로써는 최선의 선택이었기에 후회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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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감독 밝힌 설경구·김상경손예진의 의미

김지훈 감독은 배우 하지원과 손예진을 두고 '영화적인 심장'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생명을 불어넣는 존재라는 의미에서다. 특히 각고의 노력 끝에 <타워>에 캐스팅한 손예진은 그에게 열정을 일깨워준 인물이다. 김 감독은 "설경구 형이 내게 큰 산이고 김상경이 척추 같은 사람이라면, 손예진은 태양이자 공기"라면서 "내 인생에 다시 이런 기회가 올까 싶다. 내 생애 최고의 선물들과 작업했다"고 미소 지었다.

"다른 분들이 대가라면 신입 소방대원 역을 맡은 도지한에게는 틈이 보여서 좋았습니다. 울타리가 없는 야생마라고나 할까요. 오디션 때도 잔뜩 긴장해서 버벅거리더라고요. 못갖춘 마디 같아서 그 친구에게 도움이 되겠다 싶더군요. 누구에게나 신인 시절은 있잖습니까. 처음엔 눈물 쏙 빠지도록 혼냈지만, 지한이를 보면서 초심을 찾고,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타워>로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관객과 다시 '소통'을 시작한 김지훈 감독. 마지막으로 그에게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물었다. "1년에 한 편씩 영화를 찍는 것이 꿈"이라고 전한 그는 "아직 특별히 어떤 것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진 않았지만, 조급해하기보다 조금 나를 열어놓고 더 많이 공부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시련을 통해 예전보다 조금은 더 단단해진 김지훈 감독이 또 어떤 작품으로 관객 앞에 설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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