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인디 부정했던 인디…제이벨은 진화 중이다

[인터뷰] 미니 앨범 발표한 제이벨, "자신의 실력 안에서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

12.12.30 16:46최종업데이트12.12.30 18:25
원고료로 응원
1년여의 세월이 지난 후 다시 만났을 때 그는 변해있었다. 제이벨원에서 제이벨(이종원)로 이름을 바꿨다는 건 애교였다. 전업 뮤지션의 길을 걸어오면서 보다 치열해졌다고 할까.

변화는 내면과 외부적 요소에 함께 있었다. 다행인지 지난해 인터뷰 이후 한 다큐프로그램에 출연도 했단다. 가족과 지인들 역시 더 응원해주며 그의 길을 지지하게 됐다고.

1인 기획사 직접 차려 소통 시도 중...우직스러움이 통한다

지난해 '그녀는 날 사랑하지 않아'로 디지털 싱글을 발표한 이후 제이벨은 '흑야애'라는 미니앨범을 들고 왔다. 지난 11월 22일 발매를 했으니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음원 유통사를 끼고 온라인상에서만 들을 수 있었던 그의 음악이 어엿한 하드페이퍼 케이스에 담겨 있었다.

음반 기획은 이미 작년 10월부터 하고 있었다면서 제이벨은 "1년 만에 눈으로 볼 수 있는 음반을 낸 게 제겐 큰 의미"라고 자평했다. 유통을 위해 고민하던 중 그는 스스로 1인 기획사를 차려 여러 곳에 발품을 팔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초기 수량은 1,000장의 앨범 중 이미 상당수가 소진된 상태였다.

음악 이전에 일단 그는 인디 뮤지션 혹은 인디신이라는 세간의 분류 안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스스로 기획사를 차리고 음반을 직접 유통하는 것 역시 10여 년의 음악 활동을 지내며 자신의 음악과 소비층에 대한 애정이 담긴 결정이었다고.

홍대클럽 출신 뮤지션들이 대형 기획사에 소속되는 흐름 자체를 깍아내릴 수 없지만, 일부 뮤지션들이 자신 만의 길을 고수하는 시도는 분명 응원받아 마땅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이번의 시도로 쌓은 노하우를 제이벨은 이후 다른 뮤지션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도 지니고 있었다.

지난 11월 14일 자신의 첫 미니앨범을 발표한 뮤시션 제이벨. ⓒ 이선필


대중성과 실력 사이? "더 다가가 보려고 했다"

"지난해 발표한 싱글 음원은 제게 낯익은 방식과 느낌의 음악이었다면 이번엔 더욱 대중들과 소통을 하려고 했어요. 모니터를 해주신 분들의 평가도 그렇고요. 그간 만든 자작곡이 70여 곡 정도 되는데 대중과 통할 수 있도록 곡을 선별했고 작업을 했죠."

총 4개의 곡이다. '흑백'이라는 제목에 흑야애라는 부제가 붙었다. 사랑이라는 큰 주제에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다가 어느새 앞날을 말한다. 퇴행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지금의 시점에서 그가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을 최고의 선택이었다.  

"유치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결국 제가 음악을 시작하게 된 것도 첫사랑과의 이별이 컸어요. 우리가 아는 많은 뮤지션들도 결국 사랑의 경험 이후 음악을 하곤 했잖아요. 데미안 라이스도 그랬고요. 처음으로 내는 음반인 만큼 사랑이 주제가 될 수밖에 없더라고요. 사실 제가 만든 곡 중에 사랑 노래는 거의 없는데 처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만큼 이렇게 구성을 하게 됐습니다."

대중성으로 치부하기보단 그는 대중에게 다가가고자 했다고 부연 설명했다. 첫 앨범을 통해 공감을 얻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음악적 대선배들이나 신인이나 같을 거라면서 말이다. 원맨  밴드지만 세션을 통한 밴드음악으로 구성한 것도 대중에게 더욱 자신의 음악을 잘 전달하는 방편이었다.

"실력은 두 번째 문제, 자기가 가진 것 안에서 최대한 소통하자"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말이지만 제이벨은 인디 뮤지션의 길과 실력이라는 부분에서 세간의 평가가 너무 냉혹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결국 음악은 공감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음악적 실력 면에서라기보다 대중들이 공감할 시도를 해서 크게 성공한 인디 뮤지션은 그것만으로도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간 인디밴드라고 하면 너무 실력 중심의 잣대가 강했다고 보거든요. 실력이 다는 아닙니다. 가수가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그 길을 포기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 같아요. 음악성과 실력을 중시한다면 차라리 작곡이나 프로듀싱 쪽으로 가는 게 맞지 않을까요.

말하면 알만한 밴드를 비교하면서 누가 낫고 누가 못한다는 말을 하는 분이 있는데 자기가 가진 실력으로 대중들에게 어필했다는 자체를 인정하자는 거예요. 기본 실력이 부족한 건 개개인이 비판하면서 갈고 닦아야죠. 실력 평가를 하는 사람은 대중들 말고도 당연히 존재해야지만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한 뮤지션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인디뮤지션이라고 생각해요."

첫 미니앨범 '흑백'을 들고 돌아온 뮤지션 제이벨. ⓒ 이선필


버스커버스커, 10cm, 장기하, 국카스텐 등 이미 인지도가 높아진 이들을 두고 실력의 잣대로만 판단하는 건 편협하다는 생각이었다. 제이벨 스스로 "윤도현 밴드, 자우림을 능가하는 대중적 밴드가 나오기엔 많이 척박한 한국 록음악 현실"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물론 현재 <나가수>나 <탑밴드> 같은 프로들 통해서 이름이 알려지는 팀들이 꽤 있지만, 본인들의 노래로 인정받으면서 뛰어난 편곡 실력을 발휘하는 게 좋다고 봐요. 밴드가 자신의 곡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게 제 바람입니다."

그의 말을 기억하며 이번 앨범을 한번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제이벨의 흑백은 화려하진 않지만 스스로 치열하게 했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양질의 곡이 담겨있으니 말이다. 1980년대 활동했던 국내 모던록 밴드에 대한 추억이 있다면 비교해서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화려하진 않은 곡 구성에서 또 다른 향수를 느낄 수 있다.

제이벨 이종원 버스커버스커 국카스텐 인디 J BEL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