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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놀러와>…홀로 빛난 유재석의 의리

유재석 8년간 의리를 지켰지만 "고맙다"는 인사의 기회도 없이 퇴장

12.12.26 09:28최종업데이트12.12.2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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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와>가 폐지됐다. 폐지된 것 자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무려 8년의 시간 동안 그 시간을 지킨 프로그램이고 이미 5%대 저조한 시청률을 극복할 방안이 없다면 그 폐지는 당연한 결말처럼 보인다. 최근 <놀러와>는 19금 토크쇼마저 표방하는 코너를 신설하는 등의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시청률이 점차 오를 수 있다는 기대를 거는 모험을 방송사가 꼭 해야 할 의무도 없다.

그러나 이 사태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이 당연한 결말에 주목하지 않는다. <놀러와>의 낮은 시청률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MBC의 방송을 대하는 태도다. 8년을 그 자리에서 버티며 '세시봉 열풍'등을 만들어 내기도 했던 프로그램을 그저 자본논리나 단순 시청률 논리에 따라 짓밟은 방송국의 태도가 문제다. <놀러와>의 폐지는 변해버린 MBC의 분위기와 맞물려 어떤 상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래서 <놀러와>의 종영은 방송 제작 현실에 대한 너무 잔인한 결말이 되었고 권력의 힘에 무너진 힘없는 희생양처럼 보였다.

놀러와 놀러와 마지막회의 한 장면

▲ 놀러와 놀러와 마지막회의 한 장면 ⓒ mbc


시청률이 안 나오는 프로그램에 대해서 과감한 폐지 결정을 내리는 것은 방송사가 마땅히 지향해야 하는 지점 중 하나다. 상업논리가 지배하는 방송가에서 한 회를 제작하는 데 수억이 드는 프로, 그것도 유재석이라는 톱 진행자의 손에 맡겨진 프로그램이 이름값을 하지 못할 때 그런 결정은 더욱 쉬워진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정말 <놀러와>에 회생의 여지가 없었느냐 하는 것이다. <놀러와>에서 새 코너를 선보인 지 아직 한 달의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다. 물론 이 코너의 문제점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놀러와>는 정체하지 않았고 변화에 몸부림쳤다.

시청자들이 <놀러와>의 폐지 반대 서명에 동참하고 시청자 게시판에 적극 폐지를 막으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은 이런 <놀러와> 속 움직임의 가능성을 알아봤기 때문이었다. 정녕 <놀러와>에 아무런 흥미조차 남아있지 않았다면 <놀러와>에 보이는 미련조차 언감생심이었을 것이다. MBC는 <놀러와>에 이어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마저 조기 종영을 결정했고 결국 마지막 회를 내보냈다. <놀러와>와 너무 비슷한 수순으로 종영되는 이 프로그램이 안타까운 이유는 그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과 출연하는 연예인, 그리고 시청자들에 대한 배려가 조금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시청률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시청률만이 전부인 방송을 독려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KBS의 <드라마 스페셜>이 저조한 시청률에도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는 새로운 작가와 PD의 등용문이라는 순기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방송국은 시청률이 가장 높은 프로그램만을 선별해 내보내는 기관이 아니다. 그 시청률을 위해 참혹한 전쟁을 벌인다고는 하나 그 프로그램 안에서 다양한 문화를 창출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내며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그 무엇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MBC가 <베스트 극장>을 없애고 해외의 드라마 페스티벌에서 수상한 <늪>같은 단막극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청률 논리로 조기 종영을 시켰다면 <추적자>같은 작품도 제대로 끝을 맺지 못했을 것이다.

엄마가 뭐길래 놀러와와 같은 수순으로 종영한 엄마가 뭐길래

▲ 엄마가 뭐길래 놀러와와 같은 수순으로 종영한 엄마가 뭐길래 ⓒ mbc


그들이 더 양질의 방송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너무 커져버린 TV의 영향력에 따른 방송국의 의무요 책임이다. TV에서 포르노가 방영될 수 없고 살인자의 강의를 들을 수 없는 이유가 그것이다. 단지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방송통신 윤리위원회도 필요 없다. 결국 그들은 스스로 방송을 만들지만 결국 그 방송을 완성하는 것은 집에서 TV를 튼 시청자들인 것이다. 시청자들이 용납하고 납득할 수 있는 프로가 방영되어야 하는 이유다.

그렇기에 만약 시청률 때문에 조기종영을 결정해야 했다면 그 과정과 마무리가 시청자에게 충분히 설득력 있게 전달되어야 한다. 단순히 '그동안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같은 자막 한 줄로 끝날 일이 아니다. 그건 그 프로를 최후까지 아꼈던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MBC가 내건 '시청률 1위가 아니면 안 된다'는 다소 과격한 캐치프레이즈는 무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이 시대 국민들의 마음을 허탈하게 할 뿐이다. 오로지 경쟁만이 난무하는 세상 속 에서 즐겨 시청 하는 TV속 프로그램마저 경쟁에서 도태되면 퇴장해야 한다는 것은 다소 섬뜩하기까지 하다. 그 경쟁의 과정마저 안타까운 독립영화가 아닌 무자비한 스릴러 영화처럼 느껴졌다면 그 충격은 두 배다. <놀러와>의 종영이 단순한 종영이 아닌 어떤 상징처럼 받아들여지는 것 또한 이런 정책하에 비슷한 종말을 맞이할 프로그램을 또 보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어쩔 수 없는 종영에 안타까워하지 않고 방송국에게 그 화살을 돌리는 이유를 생각해 볼 때다.

놀러와 세시봉 놀러와의 기획력을 보여줬던 세시봉 콘서트

▲ 놀러와 세시봉 놀러와의 기획력을 보여줬던 세시봉 콘서트 ⓒ mbc


이 혼탁한 폐지 과정 속에서 오로지 빛난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유재석의 의리다. 유재석은 <놀러와>의 시청률이 10% 중반대를 넘나드는 빛나던 시절부터 폐지가 되는 그 시점까지 옆에 앉은 김원희와 함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유재석은 이름만으로도 TV프로가 제작되는 힘을 가진 톱 MC중 하나다. <놀러와>의 PD가 납득이 되지 않는 이유로 교체되고 포맷이 제 갈길을 찾지 못할 때 유재석은 언제든지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 있는 영향력이 있었다.

사실 <놀러와>의 시청률이 하락세를 보인 것은 <놀러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신정수PD가 <나는 가수다>로 배치 받는 결정이 난 이후다. 프로그램의 얼굴은 유재석 김원희일지 몰라도 프로그램은 그들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PD의 능력 역시 프로그램 성공에 빼 놓을 수 없는 주요 요소 중 하나다. 게스트 섭외부터 다양한 기획까지 PD의 역량은 보이지 않지만 '세시봉 특집'을 만들어 내고 '무한도전'을 국민 예능으로 만들만큼 절대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그 프로를 살리지 못한 유재석의 문제인가. 아니면 유재석 김원희라는 최고의 콤비를 데리고도 그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방송국의 결정과 제작진의 문제인가.

이후 <놀러와>는 다섯 번의 PD를 교체하며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잃는데 가장 큰 무리수를 두었다. 누군가 물러나야 한다면 그것은 <놀러와>가 아니라 그런 사태를 몰고 간 결정을 한 MBC의 예능국과 그런 결정을 지지한 책임이 있는 MBC의 대표일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유재석은 그답게 끝까지 꿋꿋이 마지막을 맞이했다. 강호동이 프로그램의 전성기를 이끌고 깔끔히 퇴장한다면 유재석은 프로그램을 끝까지 책임지며 생사를 같이한다. 그것은 어떤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묵묵히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의 성품을 그대로 보여주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놀러와의 유재석 놀러와 마지막회의 유재석의 모습

▲ 놀러와의 유재석 놀러와 마지막회의 유재석의 모습 ⓒ mbc


프로그램이 좌초될 위기가 보이는 상황, 이를테면 잦은 PD교체등을 그는 감내하며 자신 보다는 상처받을 시청자들과 자신이 없으면 바로 좌초되고 말 <놀러와> 크루들을 위해 꿋꿋이 그 자리를 지켰다.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터다. 그러나 유재석은 결국 자신이 의리를 보여준 그 프로그램에서 조차 '그동안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조차 하지 못한 채 그 의리에 대한 보답은커녕 냉대를 받으며 퇴장했다.

<놀러와>의 마지막에서 유재석은 밝게 웃었다. 그러나 그것이 <놀러와>의 '진정한' 마지막이었다면 그는 팔년 동안 품었던 프로그램을 떠나보내며 조금이나마 아쉬운 표정을 짓지는 않았을까. 어쩌면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른다. 그곳을 지킨 유재석과 김원희의 감정마저  거짓인 <놀러와>의 마지막은 진정한 마지막이 아니었다. 그 황당한 마지막의 끝에서 최선을 다한 그들에게 수고했단 말조차 너무 공허한 울림이 될 거 같아 하지 못하겠다는 이유일 게다.

유재석 놀러와 김원희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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