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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기사를 잘쓰긴 했죠, 다시 시작합니다"

[2009 특별상①] 스포츠 전문 양형석 기자

09.12.30 21:28최종업데이트10.01.0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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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2009 시민기자 특별상 수상자로 양형석 기자와 김종성 기자를 선정했습니다. 양형석 기자는 '스포츠'가 있는 곳엔 언제나 함께하며 발 빠르고 분석적인 스포츠 기사를 올려 눈길을 끌었으며 김종성 기자는 드라마 <선덕여왕>을 소재로 7개월 동안 꾸준히 '사극으로 역사읽기'를 연재해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시상식은 2010년 2월 22일 <오마이뉴스> 상암동 사무실에서 치러집니다. '특별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50만원씩을 드립니다. 이 자리에서는 '2009 올해의 뉴스게릴라상'과 '2010 2월22일상', 시민기자 명예의 전당, 제4회 대학생 기자상 시상식도 함께 열립니다. 수상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인사를 드립니다. [편집자말]

▲ 스포츠 전문 '양형석' 시민 기자 아직 완벽한 몸 상태는 아니지만 하루하루 좋아지고 있고, 한손 타이핑으로 힘들게 쓴 양형석 기자의 기사를 최근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 신종철

<오마이뉴스>에서 생산해 낸 기사 수만 세어도 982건. 18건만 채우면 무려 1000건을 돌파하는 '헤비급' 시민기자다. 그런데 지난 4월 10일, 그가 쓰러졌다. 줄줄이 올라와야 할 그의 스포츠 기사, 특히 프로야구 관련 기사가 어찌된 일인지 올라오지 않았다.

3월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관련 기사 17건이 그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고, 시즌 초반을 달리던 프로야구도 한참 재미를 더해가고 있던 즈음이었다. 4월 9일 올라온 '평범한 투수' 이현승이 빛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마지막으로 재치와 순발력 넘치는 그의 스포츠 기사를 더이상 볼 수 없었다.

프로야구뿐 아니라 농구, 배구 등 다양한 스포츠관련 기사를 생산해 내던 스포츠전문 시민기자. '그'는 바로 양형석 기자다. <오마이뉴스>의 스포츠면을 하루하루 장식해가던 양 기자에게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처음엔 믿기지 않았어요. 그냥 죽는 줄만 알았죠. 내가 응급실에 실려 왔었다는 것만 기억할 뿐, 중환자실에 누워 사경을 헤매게 될 줄 말이죠. 침대에 누워 면회 온 가족들을 바라보며 말을 하려는데 말이 안 나오는 거예요. 발음이 이상하고(그땐 자신이 어떤 병명인지 모르는 상태였다고 한다) 몸을 움직이려는데 말을 듣지 않는 거예요. 벌떡 일어나 "저 괜찮아요"라고 말해도 모자를 판인데 무의식중에 잠은 계속 쏟아지고 말이죠."(뇌출혈이 일어나 머리에 피가 고이게 되면 계속 잠이 온다고 한다)

병상에 누워서도 꼭 보고 싶었던 야구

그의 병명은 '뇌출혈'이었다. 왼쪽 몸을 컨트롤하는 우뇌에 출혈이 와 현재도 왼팔과 왼쪽다리는 자유롭지 못하다. 중환자실에 입원하던 중에도 경과가 좋지 않아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평소 술을 좋아하긴 했지만 건강엔 자신 있었다. 친구들이 감기에 걸려 '콜록콜록' 거리며 기침을 할 때에도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은 건강한 몸이었다.

"너무 제 건강만을 믿었던 것 같아요. 몸에 나쁜 조짐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병원에 가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요즘엔 만나는 친구들마다 한 마디씩 해주죠.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꼭 받을 것과 보험에 꼭 가입하라고요.(웃음)"

야구를 좋아하는 양 기자의 친구들은 평소 건강했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면 이 사실이(그가 쓰러진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아 그가 쓰러지던 당일(2009년 4월 10일)에 있었던 프로야구 얘기를 건넨다.

LG와 두산의 경기에서 LG가 4-5로 뒤진 9회 1사 만루, LG 4번타자 로베르토 페타지니가 끝내기 만루홈런을 쳐 두산이 패한 것이다. 평소 두산의 팬이었던 양 기자의 혈압이 상당히 상승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와중에도 친구들에게 "오늘 야구는?"이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해댔다.

"평소엔 그렇게 마음 상해하지 않았는데, 그날따라 너무 믿을 수가 없던 거예요. 홈런 맞은 모습을 보고 TV를 한참동안 멍하니 바라봤죠. 그리고 슬슬 몸에 기운이 풀리는 거예요. 물론 그날의 야구만으로 인해 쓰러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지금 보면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더군다나 서울의 라이벌 경기에서 그렇게 됐으니 말이죠."

양 기자는 쓰러지던 그날도 어김없이 TV 앞에 노트북을 놓고 기사를 작성중이었다. 두산이 이겼다면 경기가 끝나자 마자 그의 기사를 <오마이뉴스>에서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쓰러지던 전날까지 작성한 올해 기사가 총 40건이다. 한 달에 10건이 넘는 기사를 생산했으니
1년에 10건 쓰기도 벅차하는 나 같은 '루저' 시민기자에겐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원래 글 쓰는 걸 좋아해요. 일을 하면서도 언젠간 극작가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제가 쓴 시나리오가 영화로 만들어지는 날이 분명히 올 겁니다. 요즘엔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 일주일에 3번씩 병원에 다니고 있어요. 하루하루 몸이 좋아지는 걸 느끼죠. 11월 부터 다시 기사를 쓰기 시작했는데 아직은 한손으로 타이핑 하느라 많이 힘들지만 다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에 너무 감사해요. 양손으로 자유롭게 타이핑하며 예전처럼 순발력 있는 스포츠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작가가 되기 위한 공부도 시작해야죠."

7개월...다시 스포츠전문 시민기자로 돌아오다

지난 11월9일, 드디어 그가 돌아왔다. 복귀 후 쓴 첫 기사인 'LIG손해보험 돌풍 이끄는 '예비군의 힘''. ⓒ 화면캡쳐


그렇다. 그가 11월부터 다시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쓰러진 후 7개월만이다. 재활치료사의 말에 따르면 보통의 환자들보다 회복 속도가 빠르다고 한다. 아직 젊고 해야할 일들이 많으니 더욱 빠르게 회복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쯤에서 <오마이뉴스> 특별상을 받게 된 소감을 물어봤다.

"올해에는 공백기가 길어 제가 무슨 상을 타나 싶기도 해요.  병원에서 입원치료 받을 때도 <오마이뉴스> 관계자외 많은 분들이 와 주셔서 큰 힘이 되었죠. 이번에 특별상을 받는 것도 그런 의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시 스포츠 기사를 쓸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 같은 거요. 너무 고맙게 생각하고, 예전만큼 쓸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사실 예전엔 제가 좀 잘 쓰긴 했죠.(웃음)"

인터뷰 중에도 양 기자는 컴퓨터 앞에 앉아 메신저로 대화를 하기도 했다. 분당 500타가 넘던 예전의 타이핑 속도는 아니지만 한손 타이핑이 꽤 능숙해 보였다. 타이핑만 빠르다고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기에 양 기자라면 뭔가 해낼 것 같았다. 그래도 한손 타이핑이 얼마나 불편할지 상상이 간다.

"처음엔 메신저로 대화 할 때도 상대방이 한참을 기다려야 했죠. 저에게 질문은 금방금방 날라오는데 키보드를 빨리 칠 수가 있어야 말이죠. 지금은 많이 익숙해 졌어요. 저를 본 지 몇 달 된 친구들은 다 나았냐고 물어보기도 할 정도니까요. 그래도 두손으로 빠르게 치고 싶어요. 스포츠 기사는 '신속'해야 하니까요."

"올리는 기사 수는 적겠지만, 정말 꾸준히 할 것"

그의 옆엔 항상 혈압을 체크해야 할 혈압계가 놓여있다. 빨리 예전의 건강한 몸을 되찾아 혈압계가 필요없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 신종철


양형석 기자는 스포츠 외에도 여행을 매우 좋아한다. 그것도 정적인 여행. 예를 들면 제주도에 가면 사진작가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라는 곳이 있다. 보통은 제주도에 가면 하나의 코스로 들르기 마련이지만 그는 하루를 몽땅 투자한다. 갤러리까지 가는 거리를 천천히 걸으며 그 길의 내음을 맡고 갤러리내에서 사진을 감상하며 차를 한잔 하는 그런 정적인 여행 말이다. 걷는 것이 약간 부자연스러운 지금이지만 이런 여행이라면 지금도 충분히 가능할 것같다.

"얼마 전에 제주도를 다녀왔어요. 퇴원하고 떠난 첫 여행인 셈이죠. 차보다는 천천히 걸으며 보는 여행을 좋아해서 지금도 괜찮더라고요. 물론 중간중간에 쉬어야 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긴 하지만 그럴 수록 더 정적인 여행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렌트카 빌려서 여기저기 빠르게 다닐 수도 있겠지만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이런 여행이 더 좋아요."

몸이 조금 불편해졌을 뿐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이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제가 생각할 땐 큰 변화는 없는 것 같아요. 그냥 방안에 혈압계가 있는 정도? 혈압은 꾸준히 관리를 해주어야 하죠. 그것 말고는 이제 기사도 쓰고 몸도 더 좋아질 것이 분명하니까요. 내년엔 야구장에가서 직접 기사도 쓰고 해야죠. 그럴려면 받고있는 재활치료에 매진해야 하고요. 올리는 기사의 수는 적을 수 있지만 정말 꾸준히 할 겁니다."

스포츠, 여행, 그리고 꾸준히 뭔가 한다는 것. 비록 지금은 몸이 부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언제까지 양 기자가 그렇게 지내지는 않을 것이다. 애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의 우승 소식을 제일 먼저 전할 수 있는 사람이 양형석 기자였으면 좋겠고, 맛있는 음식과 새로운 여행지를 소개하는 여행기사을 다시 쓰게 되는 양형석 기자였으면 좋겠다. 또 남대문 자유상가에서 가방장사를 하는 그의 생업도 빨리 이어가길 바란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말이다. 양 기자의 특별상 수상을 정말 많이 축하한다.

스포츠 특별상 양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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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사진, IT기기를 좋아하는 소심하고 철 없는 30대(이 소개가 40대로 바뀌는 날이 안왔으면...) 홀로 여행을 즐기는... 아니 즐겼던(결혼 이후 거의 불가능) 저 이지만 그마저도 국내or아시아지역. 장거리 비행기를 타고 유럽이나 미국,남미쪽도 언젠가는 꼭 가볼 수 있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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