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전문 '양형석' 시민 기자아직 완벽한 몸 상태는 아니지만 하루하루 좋아지고 있고, 한손 타이핑으로 힘들게 쓴 양형석 기자의 기사를 최근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신종철
<오마이뉴스>에서 생산해 낸 기사 수만 세어도 982건. 18건만 채우면 무려 1000건을 돌파하는 '헤비급' 시민기자다. 그런데 지난 4월 10일, 그가 쓰러졌다. 줄줄이 올라와야 할 그의 스포츠 기사, 특히 프로야구 관련 기사가 어찌된 일인지 올라오지 않았다.
3월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관련 기사 17건이 그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고, 시즌 초반을 달리던 프로야구도 한참 재미를 더해가고 있던 즈음이었다. 4월 9일 올라온
'평범한 투수' 이현승이 빛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마지막으로 재치와 순발력 넘치는 그의 스포츠 기사를 더이상 볼 수 없었다.
프로야구뿐 아니라 농구, 배구 등 다양한 스포츠관련 기사를 생산해 내던 스포츠전문 시민기자. '그'는 바로 양형석 기자다. <오마이뉴스>의 스포츠면을 하루하루 장식해가던 양 기자에게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처음엔 믿기지 않았어요. 그냥 죽는 줄만 알았죠. 내가 응급실에 실려 왔었다는 것만 기억할 뿐, 중환자실에 누워 사경을 헤매게 될 줄 말이죠. 침대에 누워 면회 온 가족들을 바라보며 말을 하려는데 말이 안 나오는 거예요. 발음이 이상하고(그땐 자신이 어떤 병명인지 모르는 상태였다고 한다) 몸을 움직이려는데 말을 듣지 않는 거예요. 벌떡 일어나 "저 괜찮아요"라고 말해도 모자를 판인데 무의식중에 잠은 계속 쏟아지고 말이죠."(뇌출혈이 일어나 머리에 피가 고이게 되면 계속 잠이 온다고 한다)병상에 누워서도 꼭 보고 싶었던 야구그의 병명은 '뇌출혈'이었다. 왼쪽 몸을 컨트롤하는 우뇌에 출혈이 와 현재도 왼팔과 왼쪽다리는 자유롭지 못하다. 중환자실에 입원하던 중에도 경과가 좋지 않아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평소 술을 좋아하긴 했지만 건강엔 자신 있었다. 친구들이 감기에 걸려 '콜록콜록' 거리며 기침을 할 때에도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은 건강한 몸이었다.
"너무 제 건강만을 믿었던 것 같아요. 몸에 나쁜 조짐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병원에 가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요즘엔 만나는 친구들마다 한 마디씩 해주죠.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꼭 받을 것과 보험에 꼭 가입하라고요.(웃음)"야구를 좋아하는 양 기자의 친구들은 평소 건강했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면 이 사실이(그가 쓰러진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아 그가 쓰러지던 당일(2009년 4월 10일)에 있었던 프로야구 얘기를 건넨다.
LG와 두산의 경기에서 LG가 4-5로 뒤진 9회 1사 만루, LG 4번타자 로베르토 페타지니가 끝내기 만루홈런을 쳐 두산이 패한 것이다. 평소 두산의 팬이었던 양 기자의 혈압이 상당히 상승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와중에도 친구들에게 "오늘 야구는?"이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해댔다.
"평소엔 그렇게 마음 상해하지 않았는데, 그날따라 너무 믿을 수가 없던 거예요. 홈런 맞은 모습을 보고 TV를 한참동안 멍하니 바라봤죠. 그리고 슬슬 몸에 기운이 풀리는 거예요. 물론 그날의 야구만으로 인해 쓰러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지금 보면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더군다나 서울의 라이벌 경기에서 그렇게 됐으니 말이죠."양 기자는 쓰러지던 그날도 어김없이 TV 앞에 노트북을 놓고 기사를 작성중이었다. 두산이 이겼다면 경기가 끝나자 마자 그의 기사를 <오마이뉴스>에서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쓰러지던 전날까지 작성한 올해 기사가 총 40건이다. 한 달에 10건이 넘는 기사를 생산했으니
1년에 10건 쓰기도 벅차하는 나 같은 '루저' 시민기자에겐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원래 글 쓰는 걸 좋아해요. 일을 하면서도 언젠간 극작가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제가 쓴 시나리오가 영화로 만들어지는 날이 분명히 올 겁니다. 요즘엔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 일주일에 3번씩 병원에 다니고 있어요. 하루하루 몸이 좋아지는 걸 느끼죠. 11월 부터 다시 기사를 쓰기 시작했는데 아직은 한손으로 타이핑 하느라 많이 힘들지만 다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에 너무 감사해요. 양손으로 자유롭게 타이핑하며 예전처럼 순발력 있는 스포츠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작가가 되기 위한 공부도 시작해야죠."7개월...다시 스포츠전문 시민기자로 돌아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