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어웨이크>, 한국 영화 <리턴>과 무엇이 다를까?

수술중 각성을 소재로 한 두 영화 비교

08.04.09 22:13최종업데이트08.04.09 22:13
원고료로 응원
* 이 영화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안 보신 분은 조심해서 읽어주세요.

<어웨이크>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스릴러 영화다. 처음에는 거대한 음모가 있는 것처럼 부풀려 놓고는 마지막에 가서는 바람 빠진 풍선마냥 쪼그라드는... 그렇지만 끝은 확실하게 마무리를 하고 내용도 간결하게 딱 필요한 부분만 넣어 깔끔한 느낌이 드는 영화이기도 하다.

<어웨이크>를 보는 내내 같은 스릴러 장르인 한국 영화 <리턴>이 생각났다. '수술중 각성' 이라는 특이한 소재에서 영화가 같이 출발하니 분위기가 비슷한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할리우드 영화와 한국 영화가 정말 확연하게 다른 것처럼 <어웨이크>와 <리턴>도 눈에 띄게 달랐다.

주인공 : 젊은 청춘 스타 vs 연기파 배우

먼저 <어웨이크>는 스릴러 중에서도 가벼운 느낌을 자아낸다. 두 주인공도 헤이든 크리슨텐슨과 제시카 알바를 전면에 내세운다. 할리우드 영화의 흥행공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인기 있는 두 스타를 기용해서 티켓 파워를 노려보고자 하는 속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스타워즈 에피소드>에서 다스 베이더로 출연했던 헤이든 크리슨텐슨은 이 영화에서 주인공인데도 불구하고 눈에 띄지 않는다. 그것은 영화감독이 의도한 것으로 이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제시카 알바다. 영화 중간 중간에 마치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제시카 알바의 이쁜 짓 하는 모습이 곳곳에 삽입되는데 제시카 알바의 스타성을 십분 활용하고자 하는 감독의 열의가 느껴진다. 그러나 항상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제시카 알바가 이러한 장면들로 어느 정도 인기몰이를 해 줄지는 모를 일이다.

이에 비해 한국 영화 <리턴>은 어둡고 침침하고 음산한 전형적인 한국 스릴러를 표방한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불편한 기운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나름 연기 좀 한다고 자부할 수 있는 김명민과 김태우다. 그래서 영화의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는다. 김명민과 김태우는 서로 친구이지만 과거부터 현재까지 얽히고 설켜있다. 영화의 초반부 김명민이 자해를 시도하는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나 엄청 무거운 주제로 접근할 거요'라며 단정하고 시작한다.

갈등 : 돈 vs 복수

모든 것을 갖춘 재벌집 클레이(헤이든 크리슨텐슨)는 사랑하는 여자 샘(제시카 알바)이 있고 훌륭한 어머니(레나 올린)가 있고 재산도 넉넉하게 있다. 단지 언제 멈출지 모를 고장난 심장을 가지고 있을 뿐. 수술을 집도할 의사(테렌스 하워드)는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 중에 한 명이다.

모든 것은 완벽하다. 새로운 심장을 이식받고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살면 된다. 그런데 수술 중에 엄청난 일이 생긴다. 수술 중 각성이라는 끔찍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가장 믿었던 사람들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주인공 클레이를 고통스럽게 하는 이유는 바로 그가 지니고 있는 엄청난 재산 때문이다. 자신이 믿었던 사람들은 이 돈 때문에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간다. 그렇게 사랑했던 자신의 여자 샘마저도... 클레이는 절망에 빠지지만 돈을 초월하는 모성에 의해 구원을 받는다.

<리턴>의 재우(김명민) 또한 촉망받는 의사에서 자신의 아버지, 자신의 여자, 지위, 명예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영문도 모른 채 하나하나 차근 차근 당하는 재우는 그래서 더 안타깝고 비참하다. 재우를 이렇게 만드는 중심에는 그의 친구 치훈(김태우)이 있다.

치훈이 재우에게 이런 몹쓸 짓을 하는 이유는 간단히 말하면 복수다. 의사였던 재우의 아버지가 어릴 적 치훈의 주치의였고 치훈은 수술을 하는 동안에 수술중 각성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어린 재우의 말을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고, 이로 인해 치훈은 정신적인 충격을 받는다.

두 영화 모두 갈등을 형성하는 요인이 그럴 듯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따지고 들어가면 허점투성이다. <어웨이크>의 샘은 백만장자 클레이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결혼하면 그 많은 재산이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쓸데없이 클레이를 죽이려 한다. 돈이 필요하다면 클레이와 함께 사는 게 더 돈이 될 텐데 말이다.

<리턴>의 재우는 복수를 너무 심하게 당한다. 그리고 영화는 반전에 너무 치우친 나머지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도 오락가락한다. 복수를 한다고 해도 두 사람의 힘의 균형이 맞아야 재미있지 선한 사람이 사이코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이야기가 재미없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결론: 깔끔한 마무리

두 영화 모두 주인공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인공은 살아남는다. 물론 모든 일이 잘 되는 건 아니지만 일단 주인공이 살아남고 진실도 모두 밝혀지니 기본적으로 해피엔딩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두 영화 모두 참으로 영화다운 결론으로 끝나는데 그래서 그런지 <어웨이크>의 결론은 촌스럽고 <리턴>의 결론은 해설적이다. 왜 <어웨이크>는 내레이션이 보충설명을 정확하게 해서 영화에 마침표를 찍어버리고 <리턴>에서는 범인이 마지막에 그렇게 친절한 해설가가 되는 것일까(영화 내내 입 간지러워서 어떻게 참았나 싶을 정도다). 그래도 두 영화가 다 깔끔하게 영화를 마무리하는 솜씨는 엿보인다.

똑같은 소재로 이렇게 다른 영화가 나오는 것은 참 신기하다. 영화가 재미있고 없고를 떠나서 둘을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더불어 할리우드 영화와 한국 영화의 영화적 차이도 느낄 수가 있으니 재미는 두 배가 된다.

그런데 영화의 완성도 면에서는 두 영화 다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어웨이크>는 2% 부족한 느낌이 들고 <리턴>은 2% 넘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어웨이크>는 허전하고 <리턴>은 찝찝하다.

하지만 만약 하루라는 시간동안 영화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면 두 영화를 함께 보기를 권한다. 그러면 두 영화의 반쪽짜리 재미가 완성된 하나의 재미가 될테니 말이다.

어웨이크 리턴 한, 미 영화 수술중 각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