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 플레이스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소리를 듣고 달려오는 흉측한 괴수
이야기는 미국 어느 농가에서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다. 드넓게 펼쳐진 옥수수밭 가운데 서 있는 집은 마치 요새처럼 꾸며져 있다. 집 앞 널찍한 공간 가득 노란 전등이 달려 있고, 주변 곳곳을 CCTV가 감시한다. 물과 식량까지 충분히 구비된 이 집에서 가족들은 마치 농성하듯 긴장하고 살아간다.
이미 세상은 엉망진창이 된 뒤다. 손짓 한 번이면 인간을 찢어발길 수 있는 무지막지한 괴수가 세상을 나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군과 경찰 등 공권력은 진즉에 무너진 듯 보이고, 주변에는 도움을 주고받을 만한 사람조차 보이지 않는다.
영화 속 괴물은 여러모로 특별하다. 시각 대신 청각으로 외부세계를 인지하는데, 그 놀라운 지각능력이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다. 수백 미터 바깥에서 물 한 방울이 떨어져도 이를 알아챌 만한 민감함으로 주인공 가족을 괴롭힌다. 어쩌다 실수로 집 안에서 접시라도 깨면 괴물이 달려올까 노심초사하는 일상이 이어진다.
영화는 단박에 이들이 느끼는 공포감을 관객에게 주입한다. 다름 아닌 오프닝 시퀀스, 십여 분의 에피소드에서 이 가족은 저들의 막내아이를 잃는 것이다. 읍내 마트에 약을 비롯해 몇 가지 물건을 구하러 나갔던 길, 철없는 아이가 장난감을 챙겨 돌아오다 사고를 친다. 집까지 돌아오던 중에 챙겨두었던 비행기 장난감에 건전지를 넣어 작동시키고 만 것이다. 장난감이 내는 소리를 듣고 멀리서 괴수가 달려오고 가족은 눈앞에서 저들의 귀여운 막내를 잃고야 만다. 신음도, 비명도, 울음도 없는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