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괴물을 삼킨 아이>는 귀여운 이미지였던 여진구의 남성미를 끌어낸 영화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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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지만 영화에서도 데뷔작의 흥행에 실패한 감독이 두 번째 기회를 얻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장준환 감독 역시 장편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가 각종 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상을 휩쓸고 마니아들에게 극찬을 받았음에도 두 번째 영화 <화이>를 만들기까지 1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화이>는 범죄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밤이 아닌 낮에 활동하며 '낮도깨비'로 불리는 범죄집단과 그들의 손에서 킬러교육을 받으면서 자란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하지만 장준환 감독은 <화이>에서 주인공과 조연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여진구가 연기한 화이와 김윤석, 장현성, 조진웅, 김성균, 박해준이 맡은 5명의 아버지가 모두 비슷한 비중을 차지했다. <화이>는 2012년에 개봉한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 못지 않은 '집단주인공 영화'인 셈이다.
<화이>는 <괴물을 삼킨 아이>라는 부제에 나타나는 것처럼 5명의 범죄자들에게서 길러진 화이(여진구 분)가 무엇을 닮았다고 표현하기 힘든 괴기한 모습을 한 괴물을 보며 고통에 시달린다. 이는 화이가 유일하게 '아빠'가 아닌 '아버지'라 부르는 낮도깨비의 리더 석태(김윤석 분)도 겪었던 트라우마다. 하지만 석태가 살인을 저지르고 괴물에 의해 삼켜지는 쪽을 택한 반면에 순수하고 선한 면모를 가진 화이는 괴물을 삼키는 쪽을 선택했다.
또래 여자아이 유경(남지현 분)과 제대로 이야기도 나누지 못할 정도로 숫기 없는 소년으로 등장하는 화이는 괴물을 삼킨 후 자신을 킬러로 자라게 한 '아빠들'에게 피의 복수를 시작한다. 저격수로서 화이의 뛰어난 실력과 여진구의 폭발하는 연기가 나오는 후반부는 단연 영화의 하이라이트. 여진구는 <화이>를 통해 청룡영화상을 비롯해 무려 6개 영화제의 신인상을 휩쓸며 누군가의 아역이 아닌 배우로서 자신의 커리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화이>는 배우들이 심각한 얼굴로 찍은 포스터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로 잔혹한 묘사도 제법 많이 나온다. 일부 평론가들은 <화이>를 아버지를 증오하고 어머니를 보호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관점으로 해석하기도 했는데 물론 영화의 해석은 관객 각자의 몫이다.
칠봉이-구동매-강동주의 악역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