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더 오브 슬립포스터
Wild Bunch
악기가 귀하던 시대, 오르간을 사랑한 남자
악기가 흔해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요즈음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바로 영화 속에 펼쳐진다. 주인공은 백수십년 전 독일 산골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엘리아스(안드레 아이저만 분), 날 때부터 음감이 비상하게 발달한 소년이다. 태어날 때부터 산고로 엄마를 죽기 직전까지 몰아가더니 나서는 눈빛부터 태도까지 모든 게 남달라서 낯설게 한다.
특히 소리에 지나치게 예민한 엘리아스다. 마을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으면서도 개의치 않고 저만의 관심을 쫓아다니니, 그것이 바로 음악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마을엔 악기라 할 만한 것이 얼마 되지 않는다. 얼마 되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거의 전멸에 가깝다. 가축을 부르는 뿔피리를 제외한다면 음다운 음을 다채롭게 낼 수 있는 악기는 교회당과 학교에 있는 오르간 하나뿐이다.
교회당 오르간 주자는 마을 학교의 유일한 선생이다. 매우 폭력적인 성향의 선생은 아이들 위에 군림하여 성미를 거스르면 주먹질도 개의치 않는다. 그런 그가 유독 싫어하는 게 바로 엘리아스다. 어느 날 합창 수업에서 혼자 특별하고 아름다운 화음을 내는 엘리아스에게 이유를 물으니 교사의 연주에 괴로움이 묻어나서 그랬다는 것이다. 그는 엘리아스를 끄집어내 힘이 닿는 대로 패주었는데, 엘리아스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