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 상영작 <점핑클럽> 스틸컷
서울독립영화제
01.
점핑클럽
채지희 / 2023 / 극영화 / 20분
지호는 줄넘기 학원을 그만두고 싶다. 학원 선생님의 배려 아닌 배려 때문이다. 지난 수업 시간에 선생님은 친구 유정과 줄넘기 대결을 시켰다. 두 사람이 반에서 제일 잘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쉽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남자니까 먼저 양보해서 져주라는 식으로 지호의 승리를 선언한다. 공정한 대결에 남자가 웬 말인가. 그렇게 수업은 끝이 났지만 강요에 의해 양보를 했던 유정도, 원하지 않던 억지 배려로 이긴 지호도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정말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이긴 것일까?
영화 <점핑클럽>은 어린이들이 자기답게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는 채지희 감독의 마음이 담긴 작품이다. 자신의 능력이나 의지, 그 이외의 것들로 인해 달라지는 결과를 받아 들고 어딘가에 소속되게 되는 일에 대한 우려와 경계의 시선이 그 바탕에 있다. 극 중 아이들이 경험하게 되는 불합리한 사정은 줄넘기 학원에서만이 아니다. 문구점에서 물건을 훔치다 붙잡힌 아이를 두고 주인 아주머니는 적절한 대처 대신 친구를 발색하는 일에 더 열을 올리고, 지호의 엄마는 딸에게 여자애가 좀 예쁘게 누우라며 타박을 한다.
이 같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서로를 대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자연스럽게 어른의 사정을 따른다. 남자와 여자, 성(性)을 갈라 어울리며 상대방을 괴롭히거나 배척하는 것은 물론 서로 할 수 있는 놀이가 다르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유정이 다소 어려움을 겪고 불편함을 감내하면서도 남자 무리에 속하고자 하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여기에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이나 의지는 조금도 놓여 있는 것 같지 않다.
후반부에 이르러 줄넘기 학원 선생님의 잘못된 행동에 아이들이 항의를 하며 뛰쳐나가는 장면, 먼저 뛰쳐나간 지호와 유정을 뒤따른 이들이 함께 계단을 오르는 장면의 화면비를 키우는 방식의 기술적 장치를 통해서 영화는 이 지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회의 잘못된 편견과 시선에 순수하게 맞설 줄 알고, 함께인 공간에서 차별이나 그 어떤 불편함 없이 자발적으로 즐길 수 있는 마음을 아이들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이어지는 모두의 줄넘기를 사랑스럽고 벅찬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유다.
"우리, 다시 경기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