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로는 <울학교 이티>에서 코미디와 드라마를 넘나드는 다양한 감정의 연기를 선보였다.
에스케이텔레콤(주)
<울학교 이티>는 1998년 영화 <퇴마록>으로 데뷔해 <마들렌> <잠복근무>를 만들었던 박광춘 감독의 네 번째 장편영화다. 유도선수 출신으로 체대를 나와 고등학교의 체육선생이 된 주인공 천성근(김수로 분)이 치열해지는 입시전쟁으로 체육선생에서 영어선생으로 변신한다는 내용의 학원 코믹물이다. <패밀리가 떴다>의 '게임마왕' 김수로를 단독주연으로 내세웠지만 전국 65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치며 흥행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단순히 흥행성적만 보면 '실패한 영화'라고 할 수 있는 <울학교 이티>가 세월이 지난 후 관객들에게 새삼스럽게 회자되는 이유는 당시 학생 역할로 출연했던 배우들의 화려한 면면 때문이다. 전교 꼴찌 오상훈은 이듬해 초반 <꽃보다 남자>에서 구준표를 연기한 이민호가, 똘똘한 반장 한송이는 그해 겨울 <과속스캔들>로 800만 관객을 모은 박보영이 연기했다(두 사람은 2006년 EBS 청소년드라마 <비밀의 교정>에도 함께 출연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엄마에게 과외를 받고 싶다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원조교제까지 시도하는 이은실 역은 <비밀의 화원>과 <찬란한 유산>으로 주목 받는 문채원이었다. 학생배우들 중 주인공에 가까운 백정구 역의 백성현 역시 2000년대 초반부터 이병헌, 최수종, 이서진, 권상우, 차인표 등의 아역을 도맡아 오던 스타 청소년배우였다. 차라리 청소년배우들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를 만들었으면 흥행에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
물론 <울학교 이티>는 완성도 면에서 아쉬움이 적지 않은 영화다. 체대 출신의 체육선생이 대학시절 열정 하나로 영어선생 자격증을 땄다는 설정부터 비현실적이고 무엇보다 천성근이 사표를 내고 학교를 떠난 이후에 나오는 정구의 복싱 장면이 지나치게 길었다. 만약 영화의 마지막 10분 정구의 복싱경기 장면만 본 관객이라면 <울학교 이티>가 유난스런 코치를 둔 고교생 복서의 이야기로 알았을 것이다.
사실 김수로는 20년이 넘는 연기 커리어 동안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적이 없고 연기대상보다 연예대상에서 받은 상이 더 많을 정도로 '연기 잘하는 배우'와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김수로는 5수를 하면서 서울예대 연극과에 들어갔고 2011년에는 '김수로 프로젝트'라는 공연 브랜드를 만들어 연극계에 활기를 불어 넣었을 정도로 연기 열정은 누구 못지 않게 뛰어나다. <울학교 이티> 역시 김수로의 열정 넘치는 연기를 마음껏 볼 수 있는 영화다.
선생님과 학생들 모두에게 신뢰 받는 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