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 뒤 바리스틸컷
태양미디어그룹
당대 최고의 미남자로 불렸고, 왕성하게 미녀들을 거두었던 루이 15세다. 태양왕 루이 14세와 단두대에서 목이 잘린 루이 16세 사이에서 프랑스의 전성기와 쇠퇴기를 함께 겪어낸 파란만장한 왕이다. 잔 뒤 바리는 루이 15세의 길었던 치세기 후반을 함께 한 여자로, 과중한 업무와 숨 막히는 질서에 얽매여 고단하게 살았던 그에게 휴식이 되어준 이다. 거리 출신 여성다운 자유분방함이 마음에 들었던 왕은 그녀를 거두어서 베르사유 궁에 살도록 하는데, 창녀 출신으로 하루아침에 왕의 정부가 된 여인을 왕실 여자들이 손 놓고 받아들일 리가 만무한 일이다.
절대권력자의 총애를 받았으니 뭇 여성에게 선망을 받는 것도 자연스런 일이다. 궁중 격식에 맞지 않는 자유로움은 도리어 매력으로 퍼져나간다. 그녀가 즐겨 입던 줄무늬 드레스며 남장하는 패션이 모두 파리 시내에서 유행이 된다. 왕가 여자들과 힘겨루기를 할 때는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궁정 안을 오갔는데, 사내들은 그에 매혹되고 여성들은 속옷에나 쓰는 색을 겉에 드러낸 그녀를 천박하게 여겼다는 설이 있을 정도다.
영화는 그를 에피소드로 적절이 버무리는 한편, 왕가 여인들이 잔 뒤 바리를 시기하고 괴롭히는 모습을 중점적으로 잡아낸다. 왜 아닐까. 왕에겐 정략결혼을 한 왕비가 있고, 또 그녀를 둘러싼 왕실 여자들과 귀부인들이 있는 것이다. 그녀가 있기 전 역시 평민 출신으로 왕의 정부가 되어 국정을 농단했단 평가를 받은 저 유명한 퐁파두르 후작부인의 사례가 떠올랐기 때문일 수도 있었을 테다. 왕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왕가 여자들이 대놓고 잔 뒤 바리를 무시하고 모욕하는 일이 거듭 벌어지니 산전수전 다 겪은 그녀라도 상처를 받을 밖에 없는 일이다.
영화는 마치 여학교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을 보듯, 왕궁 여자들이 교묘한 방식으로 잔 뒤 바리를 따돌리는 모습을 잡아낸다. 예배당에서 자리를 내어주지 않거나, 먼저 말을 걸지 않아 격식 있는 행사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게끔 무안을 주는 식으로 괴롭힘이 이어진다. 보다 못한 사내들이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려 나서보아도 그럴수록 수렁에 빠져드는 건 잔 뒤 바리일 뿐이다. 여성 무리에서 소외된 여성이 다른 어느 곳에도 섞일 수 없는 당대의 상황은 당시 여성의 지위가 어떠했는지를 역으로 부각한다.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질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