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채> 스틸컷
씨네소파
거짓으로 부부가 된 남녀
영화의 제목인 '한 채'는 말 그대로 집 한 채를 뜻한다. 서류상은 합쳤으되 실상은 남남인 두 가정이니 집은 한 채가 아니라 두 채여야 마땅하다. 그러나 강퍅한 세상은 평범한 가정에 한 채조차 쉬이 허용하진 않는다. 그리하여 한 채는 사는 집이 아닌 욕망하는 집 한 채가 된다. 잠시 잠깐 거쳐 가는 몸 누일 한 채가 아닌, 그들 두 가정의 신세를 바꿔줄 꿈 꾸는 한 채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 채'는 동시에 이들이 함께 사는 집이 되기도 한다. 사람이 산다는 게 그리 뜻한 대로만 되는 것도 아니고, 거리를 둔다 해도 몸 닿는 이를 마냥 멀리할 수도 없는 일이다. 처음엔 서먹서먹 거리를 두던 문호네와 도경이 차츰 가까워져 마침내 식구처럼 변화하는 모습을 <한 채>가 그려낸다.
비정상 가족의 정상화는 이미 흔하디흔한 주제라 해도 좋겠다. 공동체가 파괴되고 대가족이 핵가족으로, 이제는 그조차 되지 못한 가족 없는 가구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이 아닌가. 그럼에도 인간이란 존재는 사회적 동물이고 곁을 주고 정을 나눌 사람을 필요로 하는 법이다. 그리하여 핏줄로 이어진 가족 대신 새로운 공동체를 찾게 되는데, 현실에선 수많은 좌절이 따를지라도 영화와 예술은 그를 얼마쯤 이어낸다.
<한 채>가 그리고 있는 것이 그와 다르지가 않아서, 영화 속 문호와 도경, 그리고 고은과 사랑은 어느덧 식구가 된다. 밥을 함께 먹어서 식구이고, 한 지붕 아래 잠을 함께 자서 가족이며, 서로 믿고 의지해 운명공동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