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고편
MBC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보통 < PD수첩 >은 고발성 아이템을 많이 하잖아요. 근데 베이비 부머의 은퇴와 노후 문제는 (보통)사람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개인의 서사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기획했는데, < PD수첩 >이라고 하니까 일단 겁부터 내셔서 섭외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좋은 취지고, 모두의 이야기를 공감가게 담고 싶다고 설득해서 사례자들 만났어요. 결과적으로 좋게 봐주시고 공감할 수 있었던 방송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 기존 < PD수첩 >에서 다뤘던 주제들과 결이 다른데, 그것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것 같아요.
"저는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사실 제일 중요한 거죠. 현상에 대한 통계는 많아요. 근데 그 안에 있는 건 결국 사람이잖아요. 정책에 대한 비판이 필요할 때가 있지만 이번에는 우리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통계 속의 '이야기'를 담고 싶어서 휴먼 다큐 르포로 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5060 베이비 부머 세대에 대한 이야기는 어떻게 취재하게 되신 거예요?
"올해 7월에 한국은행에서 '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가 하나 나왔어요. 총 950만 명이나 되는 많은 인구고, 그 초입의 1964년생이 올해 딱 법정 은퇴 연령 60세에 진입했죠. 이들의 은퇴가 우리 경제의 경제성장률을 연간 0.38% 떨어뜨릴 수 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그걸 보고 취재를 시작하게 됐어요."
- 취재는 어디부터 시작하신 거예요?
"일단 은퇴 전후의 사례자를 찾으려고 노력했고요. 서울시 50플러스재단이나 경기도 일자리재단 같은 기관에 연락해서 취재 목적에 부합하는 분을 소개받으려 했었고요. 또 서울대 경제학부 이철희 교수님 책을 봤어요.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라는 책을 쓰셨는데 한국은행 보고서와 맥이 닿아 있는 문제 같아요. 고령 일자리의 생산성에 대해 고민하신 책이었는데 도움을 받았고요. 노후 문제를 다룬 다큐나 생활정보 프로그램들도 참고로 봤어요."
- 이 문제를 다룬 방송이 그동안 많았잖아요. 차별화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것 같아요.
"올해가 2차 베이비부머인 1964년생이 처음으로 60세 되는 해이기 때문에, 초점을 2차 베이비부머 세대에 맞췄거든요. 흔히 고령화 이슈나 은퇴나 노후 얘기를 하면 '노인 빈곤' 얘기하는 경우들이 많잖아요. 저희 방송은 IMF와 금융위기를 맞아 평생직장의 신화가 무너지는 걸 목격하면서 경제생활하던 이들이 은퇴를 앞두고 '정글'에 나온 이야기를 담고자 했어요."
- 51세인 이익숙씨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이렇게 시작한 이유가 있을까요?
"인터뷰하는 순간 마음이 약간 쿵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어요. 희망퇴직을 했는데 아이에게 말하지 못하고 도서관으로 출퇴근했던 마음에 대해서 오래 생각해 보게 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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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세면 정년퇴직하실 나이는 아니시잖아요. 어떤 연유로 회사를 그만두신 거예요?
"저희 방송의 대부분 사례자가 그런데요. 60세에 정년퇴직을 할 수 있는 직장은 현실적으로 한국 사회에 많지 않죠. 이 사례자도 사실상 비자발적으로 희망퇴직을 하신 건데, '희망퇴직'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모순적이란 생각이 들어요. 사실 그 누구도 '희망'하지는 않는 희망퇴직이거든요."
- 방송 보니까 이익숙씨가 친구분들 만나 저녁 먹으면서 얘기하시잖아요.
"51세 동갑내기 친구끼리 옛날얘기 나누시는데, 저도 들으면서 아 그랬지 싶었던 게 있더라고요. PCS폰 나왔다고 얘기하셨는데. 개그맨 김국진씨가 '여보세요?'하는 017 광고들. 삐삐 얘기도 하시고요. 영화 <접속>을 보면서 우리가 PC통신도 했던 세대지 싶고. 그러면서 확 드는 생각이, 저 세대는 그때부터 지금의 AI까지 다 봤던 세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나라가 진짜 빠르게 발전했다는 거예요. 그걸 다 경험한 세대가 지금의 고령화 국면에 접어든 거잖아요."
- (방송을 보면) 1992년 얘기하다 1987년으로 갔다가, 2008년 금융위기까지 보여줬잖아요.
"구성상 고민한 결과인데요. 서태지, X세대 오렌지족 얘기 나오면서 '맞아, 저 세대는 정말 저렇게 자유롭게 내가 입고 싶은 대로 입겠다고 당당하게 말했던, 주체적인 자기 언어를 가진 첫 세대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50대가 되어 자유롭게 말하기 어려운 고민도 많아졌죠. 내 개성이 중요한 청년기에서, 개성보다 먹고 삶의 문제를 고민하게 된 현실이 확 대비되는 느낌도 주고 싶었어요."
- 58세인 박정혁(가명)씨의 이야기도 나와요.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일을 계속해야 하는 건가요?
"그렇죠. 우리나라에서는 주직장 퇴직 연령이 평균 50세 전후인데, 지금 기준으로는 63세부터 국민연금을 수령할 수 있으니 연금 생활을 하기까지 시간상 공백이 발생하잖아요. '한국 사회에서의 50대, 60대 초는 자녀가 완전히 독립하진 못할 시기예요. 그러니까 일을 어떻게든 이어 나가지 않으면, 고정적인 소득이 없으면 불안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