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디에이터 2>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전쟁이 끝나면 패전국 사람들은 노예가 된다. 개중 쓸만한 이들은 로마로 옮겨져 제게 맞는 역할을 부여받는다. 한노(폴 매스칼 분)는 로마에 의해 멸망한 나라의 장수다. 한노와 그 아내가 모두 장수로 쳐들어온 로마군에 맞서 맹렬히 싸웠으나 끝내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성이 함락됐다. 아내는 화살에 맞아 성벽 아래로 추락해 죽었다. 살아남은 한노만이 가슴 가득 원한을 품고 로마로 끌려온다. 뛰어난 무예를 가진 장수였으니 검투사로 제격이다. 검투사들을 키우는 야심가 마크리누스(덴젤 워싱턴 분)의 눈에 띈 한노는 그에게 팔려 검투사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는다.
영화는 검투사가 된 한노가 거듭된 위기 가운데 살아남으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전작 <글래디에이터>와 마찬가지로 황제와 노예인 검투사가 대립각을 세우는 과정이 여전히 반복된다. 카라칼라와 게타 황제의 무능과 폭정,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야심가 마크리누스의 음모, 한노의 출생 비밀과 <글래디에이터>의 볼거리인 검투시합이 이야기를 밀고 끌며 앞으로 나아간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제정의 한계를 절감하고 로마를 공화정으로 되돌리려 했다는 이야기가 극의 토대를 이룬다. 황제의 격에 따라 국가 전체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띠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코모두스 사망 뒤 다섯 명의 황제가 연달아 등극하는 사실상의 내전기가 열리고, 이를 평정한 장수 셉티미우스 세베루스에 의해 간신히 질서가 잡힌 시대다. 게타와 카라칼라는 세베루스의 두 아들로, 영화는 이들을 성격적으로 결함이 있는 쌍둥이로 설정하여 로마를 다시 혼란에 빠뜨린 원흉으로 그린다.
< 글래디에이터 2 >는 전작이 이룬 영화적 설정을 고스란히 따라 걸으려는 시도인 동시에, 그 이야기를 계승한 속편이고자 한다. 전자는 노예 출신 검투사가 황제와 갈등을 빚고 로마 민중의 영웅으로 떠오른다는 점에서 그러하고, 후자는 주인공인 한노가 알고 보니 막시무스와 황제의 누이였던 루실라(코니 닐슨 분)의 아들이었다는 설정을 두었단 점에서 그렇다. 둘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하지 못한 채로 전작과 닮은 이야기를 그 후계를 통해 답습하도록 한 결정이 < 글래디에이터 2 >의 정체성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