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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토하고 쓰러진 정년이, 간판 스타의 숨겨진 실체

[리뷰] tvN <정년이>

24.11.04 11:20최종업데이트24.11.0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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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드라마 '정년이'
tvN 드라마 '정년이'CJ ENM

피 토한 정년이, 득음에 성공했지만 목소리를 잃을 뻔했다. 지난 3일 방영된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 제8화는 국극 '바보와 공주' 오디션에 도전한 정년과 연구생들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전날 방송을 통해 우여곡절 끝에 다시 무대에 오르면서 정식 연구생이 된 정년(김태리 분)은 기존 문옥경(정은채 분), 서혜랑(김윤혜 분)의 후계자가 될 기회를 얻으려 연습에 매진했다.

그런데 절친 홍주란(우다비 분)은 자신의 기대와는 다르게 상대역으로 허영서(신예은 분)를 택했다. 이에 분을 참지 못한 정년은 그 이유를 따져 물었다. 이때 주란의 대답은 정년에게 비수로 다가왔다. ​

"난 네가 무서워. 그럴 때 넌 네 역할도 상대역도 무대도 잡아먹는다. 남는 건 윤정년 너밖에 없어"(주란)

정년은 과몰입으로 무대를 망친 전력이 있기에 친구 주란도 이를 부담스러워한 것이다. 결국 정년은 초록이(승희 분)와 손잡고 오디션에 도전한다.

혹사 부추긴 서혜량의 계략

 tvN 드라마 '정년이'
tvN 드라마 '정년이'CJ ENM

이때 정년에게 다가온 서혜량이 정년을 위험에 빠뜨린다. "정년이 넌 영서에 비교하면 아직 멀었어. 너는 소리로 승부를 봐"라고 정년을 향한 달콤한 속삭임을 건넨 것이다.

​"동굴 벽을 보고 소리를 하는 거야. 지금 넌 수단, 방법을 가리면 안 돼. 이러다 영서한테 밀리면 영영 끝이다." (혜량)​

과거 영화 <서편제> 같은 판소리 소재 작품에서도 종종 등장하듯이 신체를 혹사하는 소리꾼들의 득음 과정은 자칫 모든 것을 잃게 만들 수도 있는 위험한 방법이다. 서혜랑은 정년의 간절한 심정을 악용해 오디션을 망치려 한 것이었다.

혜랑의 계략대로 정년은 피를 토하면서 연습에 매진했다. 이를 알게 된 옥경은 혜랑에게 분노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득음에 성공했지만... 피 토하며 쓰러진 정년

 tvN 드라마 '정년이'
tvN 드라마 '정년이'CJ ENM

정년의 무리한 연습은 동료뿐 아니라 강소복 단장(라미란 분)에게도 걱정을 안겨줬다. 이젠 악연을 털어내고 선의의 경쟁자가 된 영서는 "득음은 이렇게 단기간에 혹사해서 되는 게 아니야"라며 산속에서 끌고 내려가려 했지만 정년은 요지부동이었다. 과거 정년의 어머니 채공선이 소리를 잃게 된 과정을 잘 알고 있던 강 단장 역시 마찬가지 심정이었다.

​드디어 기다렸던 오디션 날, 하지만 과도하게 몸을 혹사한 탓에 정년의 목소리는 제대로 나올 리 만무했다. 심사위원들이 오디션 중단하려고 하자 정년은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애원했다. 정년의 도전을 만류했던 강 단장은 "이 무대가 저 아이에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라며 위원들에게 부탁했다.

​어렵게 소리를 내던 정년이 어느 순간 탁 트인 목소리를 내자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이 경악했다. 하지만 그 순간 피를 토하면서 정년은 무대 위에 그대로 쓰러졌다. 정년은 득음에 성공했지만 자칫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위기에 직면했다.

'참된 어른' 강 단장 vs. '삐뚤어진 선배' 혜랑​

 tvN 드라마 '정년아'
tvN 드라마 '정년아'CJ ENM

지난 주말 공개된 <정년이> 7~8회에서 깊은 인상을 심어준 캐릭터는 국극단 간판스타 서혜랑이다. 지금까지 비중이 크지 않았지만, 극단 내부에서 벌어진 각종 사고의 배후에 혜랑이 있었다는 게 밝혀진 것이다.

새롭게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의 거센 도전에 대한 두려움, 동료 옥경을 향한 애정 혹은 과도한 집착으로 야기한 일련의 사건 등이 한 번에 드러났다. 이는 삐뚤어진 선배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참혹한 결과였다. 단아한 외모 속에 날카로운 비수를 숨기고 있는 서혜랑 역을 맡은 김윤혜의 진가는 이번 7~8회에서 빛을 발했다.

이와 대비된 인물은 강 단장이었다. 조직의 리더답게 냉철하면서도 속 깊은 마음을 지닌 강 단장은 정년의 재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과도한 욕심으로 극을 망쳤던 정년을 매몰차게 무대에서 내치는가 하면 대타 배우가 필요한 상황에선 기회를 부여해 이를 만회할 수 있도록 했다.

​어느 순간 제대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음을 간파한 강 단장은 "스스로를 몰아세우지 마라. 이건 단판 승부가 아니야"라며 당장의 결과에 연연하기보단 먼 곳을 바라보라고 조언했다. 참된 어른과 그렇지 못한 선배 캐릭터들의 맹활약에 힘입어 아직 부족함 많은 젊은 소리꾼 정년이의 성장 과정은 더욱 드라마의 재미를 키워나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정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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