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프로젝트: 여기, 우리가 있다스틸컷
봄바람 프로젝트
고립과 단절 깨고 '연결'을 외친 이들
그러나 세상엔 잘못된 일을 바로잡자 외치는 이들이 있다. 봄바람 순례단 프로젝트는 그와 같은 이들에 의해 출발했다. 길 위의 신부라 불리는 성직자이자 활동가 문정현이 그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터를 잡아 살고 있는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출발하여 전국 각지의 저항현장을 찾은 뒤 서울에 이르는 40일 간의 순례가 이 프로젝트의 골자를 이뤘다.
순례단이 찾은 전국 현장만 60여곳에 달했다. 경북 월성 원자력발전소, 대구 이슬람 사원, 경남 밀양 송전탑, 사드 기지가 들어선 경북 성주 소성리, 5·18 희생자가 잠든 광주 망월동, 세월호 침몰참사 아픔이 깃든 진도 팽목항과 목포신항, 강원도 삼척 석탄발전소 건설현장,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집회, 분단의 현실이 스민 DMZ 평화길까지 전국 각지를 오갔다. 서로 다른 이유로 맞서기 어려운 상대에 저항하는 수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현장에 고립돼 있었다. 지나간 국가폭력 또한 여전히 끝나지 않은 채로 평안하지 못한 오늘을 이루고 있었다. 그 사이를 연결 짓고 상처가 물러 덧나지 않도록 하는 작업이 봄바람 순례단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러나 순례는 일회적 작업이다. 한 자리에서 다른 자리로 떠나면 지난 자리에서 이뤄진 일은 과거의 기억 속에서 씻겨나갈 뿐이다. 그리하여 다큐멘터리 감독들이 주를 이룬 이른바 기록활동가들은 그 현장을 영상으로 남겨 기억하고자 했다. 그저 남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한 편의 영화로 만들어 더 많이, 더 널리 알리고자 했다. <봄바람 프로젝트: 여기, 우리가 있다>의 출발이 꼭 그러했다.
모두 18편의 짤막한 다큐가 이어 붙은 옴니버스 영화다. 113분의 러닝타임이 90분까지 줄어든 통상적인 영화의 상영시간에 비해 다소 긴 건 사실이지만, 편당 주어진 시간으로 환산하자면 6분을 조금 넘는 정도에 불과하다. 각 6분의 시간이 각 편을 감독한 이들에게 부여돼 제 현장의 이야기를 담는데 소요된다.
저항의 현장이란 길고 지리한 역사를 담고 있을 밖에 없다. 누군들 천막을 치고 크레인에 오르며 피켓을 들고 삭발을 하고 싶을까. 그들을 거리로 내몰고 울고불고 소리를 지르게 한 원인이 있는 것이다. 때로는 국가이고 또 때로는 자본이며 특정인의 부도덕함과 국민적 무관심이 원인이 될 수 있겠다. 이들로부터 빼앗기고 짓밟혀 거리로 나올 밖에 없었던 사연을 풀어내는 것, 그를 단 6분의 시간 안에 해야 한다니 어지간히 가혹한 프로젝트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