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졸1'을 연기하는 '정년'
tvN
이름부터 이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인 정년이도 잠시 주인공 역할에서 빗겨갔다. 그는 <자명고> 오디션에서 '군졸1'을 지원했다. 혼자가 아닌 함께 만들어가는 캐릭터라서 마음에 들었다는 게 이유였지만, 가장 중요한 걸 놓쳤다. '군졸1'은 주인공이 아니다. 엑스트라인 촛대다. 마음껏 소리를 부르거나 감정을 폭발해 관객을 뒤흔들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정년이는 큰 실수를 저지른다. 옥경의 말에 따르면 "연기를 너무 잘한" 죄다. 역할에 몰입해서 지나친 연기를 펼쳤고 주변 배우들은 물론, 관객까지 심하게 동화시켰다. 결국 단장은 무대를 내려온 정년이에게 "착각하지 마라. 관객들은 너를 보러 온 것이 아니다. 너무 튀어 버리면 전체 흐름이 깨진다"고 조언한다.
그럼에도 정년은 제 소리를 뽐냈고, 단장은 그런 그에게 "관객들이 극에 집중한 것이 아니라 촛대인 너에게만 집중했다"며 비수를 꽂았다. 드라마에서 정년은 완벽한 '먼치킨'이었다. 타고난 재능을 꽃피웠고, 센스는 갈고 닦으며 TV에서도, 무대에서도 사람들을 휘어잡은 그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촛대의 자질을 길러야 하는 시점이었다.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지탱하고, 극의 흐름을 견인해야 하는 때 그는 넘어지고 말았다.
어쩌면 무엇을 맡든 태생이 주인공인 정년이의 운명을 암시하는 장면이지만, 동시에 주인공도 엑스트라 같은 순간은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덧댔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무대를 빼앗긴다. 도앵처럼 재능이 없어서거나, 혹은 정년이처럼 자발적으로 헌납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주인공이 아닌 무대에서 촛대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연출자가 되어 묵묵히 백스테이지를 지킨 도앵은 최선을 다했지만, '주인공' 기질을 저버리지 못한 정년이는 그러지 않았다. 세상에 주인공보다 엑스트라가 잘하는 것이 있다면, 아마 평범함을 착실히 수행하는 일이 아닐까.
착실하게 평범함을 해내는 건 화려하게 비범함을 수행하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도앵과 정년이 소리가 아닌 삶으로서 증명했다. 촛대 배역에서 실패한 정년이는 다시 주인공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새로운 곳으로 향할까. 아직 <정년이>의 몸짓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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