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을래, 나랑 같이 죽을래"로 대표되는 <미안하다,사랑한다> 속 명대사는 훗날 수 많은 매체를 통해 패러디됐다.
KBS 화면캡처
사실 머리에 총알이 박힌 채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남자 주인공과 어린 시절부터 남매처럼 함께 자란 소꿉친구를 짝사랑하는 여자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스토리 라인은 전혀 새롭지 못하다. 자신을 버린 어머니 오들희(이혜영 분)를 향한 차무혁(소지섭 분)의 복수가 등장하지만 무혁과 은채(임수정 분)의 사랑이 깊어지면서 무혁의 복수는 더 이상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경희 작가는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트리기 위해 스토리에 반전을 주기 보다는 '정통멜로'의 색깔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데 주력했다. 무혁의 한국행 이후 출연이 없었던 지영(최여진 분)이 마지막회를 앞두고 한국을 찾아와 무혁에게 미국행을 권하지만 무혁은 이미 이복동생인 최윤(정경호 분)에게 모든 것을 주고 미련 없이 떠나기로 결심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슬픔을 극대화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숨은 주역은 바로 음악이었다. 특히 박효신이 나카시마 미카의 동명곡을 리메이크한 <눈의 꽃>은 '소몰이 창법'의 대명사였던 박효신의 목소리가 부드럽고 서정적으로 변하게 된 계기가 된 노래였다. 어느덧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방송된 지 2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날씨가 추워지면 거리에서 박효신의 <눈의 꽃>이 흘러 나온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2004년 KBS 연기대상에서 소지섭과 임수정이 네티즌 상과 베스트커플상, 남녀 인기상, 남자 우수상, 여자 신인상을 수상했고 2005년 백상예술대상과 한국방송대상에서는 작품상을 수상했다. 대만과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UAE 등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방영되면서 국제적인 사랑을 받은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현재 OTT 채널 < Wavve >와 < WATCHA >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신인배우들로 채웠던 서브주인공
두 주인공 소지섭과 임수정도 아직 신예 딱지를 완전히 떼기 전이었지만 서브 주인공 정경호와 서지영은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실질적인 데뷔작이었을 정도로 초짜 신인이나 다름 없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오들희의 아들이자 인기가수 최윤을 연기한 정경호는 은채의 짝사랑을 받던 초반 비중은 상당히 컸지만 무혁과 은채가 사랑에 빠지고 최윤이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비중이 점점 줄어 들었다.
2002년 4인조 혼성그룹 샵이 해체된 이후 한 동안 공백기를 가졌던 서지영은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강민주 역을 통해 연기자로 데뷔했다.
신인들이 맡았던 서브 주인공들의 아쉬운 연기는 왕년의 스타 배우이자 최윤의 어머니 오들희를 연기했던 이혜영의 열연으로 만회했다. 오들희는 전성기 때 영화 감독의 아이를 가져 쌍둥이를 출산했지만 은채의 아버지(이영하 분)가 몰래 쌍둥이를 고아원에 버렸다. 오들희는 드라마 초반까지 사치와 허영이 가득한 악녀 이미지로 나왔지만 사실 차무혁 못지 않은 드라마 속 최대 피해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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