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umber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아이 팔아 돈 버는 한국 해외입양의 현실
< K-Number >는 한국 해외입양 정책의 문제를 추적한 조세영 감독의 신작 다큐멘터리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부문에 초청되며 기대를 모았다. 2024년 기준, 한국 제작 다큐 가운데 좋은 평가를 받는 작품이 모이는 곳이 부산국제영화제 다큐 경쟁부문이란 건 주지의 사실이다. 신작 다큐를 출품할 권위 있는 장이 갈수록 사라져가는 현실 가운데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부산국제영화제가 다큐인들에게 얼마나 귀한 기회가 되어주는지를 알 만도 하다. 지난해 대비 출품 편수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난 한국 다큐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았던 점만으로도 < K-Number >가 받는 높은 평가와 기대를 알 것만 같다.
제목의 'K-Number'는 한국인 입양아 문제의 상징적 기호다. 입양을 가는 아이들에게 붙는 개별번호로, 모든 입양아는 독자적인 K-Number를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입양을 중개하는 홀트아동복지회 같은 민간기관·국가는 이 번호가 어떤 기준으로 매겨지고 분류 및 관리되는지를 속 시원히 공개하지 않는다.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저와 관련된 정보를 확인하기 쉽지 않은 해외 입양아들에게 K-Number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정보일 수밖에 없다.
영화엔 여러 입양아 출신 외국인이 등장한다. 그중 처음은 K-Number '723915' 미오카 밀러다. 미국에서 양부모와 갈등으로 쫓겨난 뒤 미옥이란 본명에 발음을 쉽게 돕는 a를 붙여 직접 '미오카'란 이름을 지었다. 그녀는 지난 2008년 이후 수차례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데, 제 뿌리를 찾는 것이 그 이유가 되겠다.
뿌리 찾는 해외입양아, 막아서는 법제도
다큐는 미오카가 제 근원을 찾아가는 과정을 뒤따른다. 어렵게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그녀는 실종 아동이었다. 부모가 없는 고아도 아니고, 부모로부터 버려진 아이도 아니었다. 경찰 기록은 그녀가 독고개라는 곳 출신으로 길에서 발견됐다고만 적혀 있다. 고아가 아니라면 그녀의 부모가 애타게 한국서 잃어버린 딸을 찾고 있을 확률도 있는 것이 아닌가.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0에 수렴할 먼 타국으로 입양을 보내는 건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감독은 해외입양인 뿌리를 찾는 모임 '배냇'과 함께 미오카가 제 부모를 찾는 과정을 뒤따른다. 입양을 매개한 홀트아동복지회와 그 기록, 주민센터와 경찰 등 온갖 기관에 접촉해 자료를 구하려 한다. 한국인이 아닌 데다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그녀로선 하나하나가 난항일 밖에 없다. 경찰도 어째서 자료를 내주어야 하느냐 불편한 기색을 내보인다.
영화는 미오카를 중심으로 여러 해외 입양아의 이야기를 두루 담는다. 미국과 호주 등으로 나갔다가 제 뿌리를 찾기 위해 돌아온 이들이 마주하게 되는 장벽이 엄존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그중 상당수가 좀처럼 받아들이기 어려운 당혹스러운 문제들이다. 저 자신과 관련된 자료를 구하는 일부터 힘에 겹고, 국가며 지자체, 또 책임 있는 기관의 조력 또한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어진 비슷한 사정에 놓인 이들의 커뮤니티가 그나마 힘이 되어주는 듯하다. 또 일부 시민단체가 손을 뻗기도 하지만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