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영혼들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같은 실수 반복하는 인류, 그 이유가 보인다
북한의 대규모 파병은 실리적 결단으로 풀이된다. 마치 한국이 1964년부터 1973년까지 10년 간 제2차 인도차이나 전쟁에 전투부대를 대대적으로 파병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미국의 요청 없이 선제안에 의해 이뤄진 파병 결정으로 군단급 5만 명의 병력, 누적으로는 30만 명에 이르는 한국인이 인도차이나 반도를 밟았다.
참전한 대가로 한국은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설립과 포항제철, 경부고속도로로 이어지는 현대화의 전기를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제2차 인도차이나 전쟁이 통킹만 사건의 조작으로 출발된 부당한 전쟁이라거나 베트남이 한국과 유사한 역사적 굴곡을 가진 나라라는 사실, 상당한 참전군인 및 현지 민간인 피해가 있으리란 건 거의 고려되지 않았다. 북한이 러우전쟁 파병을 통해 얻으려는 것이 이와 얼마 떨어져 있지는 않을 터다.
인류는, 또 국가는 어째서 이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가. 한국과 북한 모두 전쟁의 고통을 더없이 잘 알고 있는 데 말이다. 한반도부터가 불과 70여 년 전 전화를 겪은 땅이다. 전국에 무덤 아닌 곳이 없고 일가친척 중 피해보지 않은 이가 없을 만큼 큰 화를 입었다. 국토 전체가 아무것도 남지 않은 초토화 상태, 다시 일어서 경제강국이며 문화대국이 된 것을 모두가 기적이라 불렀다.
그럼에도 전쟁이 계속되는 이유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 여기 있다. 29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 섹션에 초청된 <버림받은 영혼들>이 바로 그 영화다. 감독은 로베르토 미네르비니, 미국에 이주한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로 미국 남부 농촌공동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3부작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점차 세계가 주목하는 작가로 떠오르던 그가 칸영화제의 주목을 받은 건 극영화로 변신해 찍어낸 첫 장편 연출작 <버림받은 영혼들>을 통해서다.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부문 감독상 수상작인 이 영화는 미국 서부개척 시기 국경 너머로 파견된 정찰대의 이야기다.
영화는 통상의 다큐와는 시점이며 분위기를 달리한다. 서쪽 경계 너머로 나아가는 정찰 기마대의 일상을 뒤따르며 소소한 순간들을 포착한다. 군복무를 마친 이들이라면 마치 다시 군대에 온 듯한, 그것도 혹한기와 같은 거친 훈련을 다시 받는 듯한 감상을 일으킬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