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통의 가족>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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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을 떠올리게 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나름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구절이다. 행복의 이면은 얇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걸 드러낸다. <보통의 가족>도 제목처럼 사회적 인간의 본질인 위신과 감출 수 없는 동물적 본능 사이를 심도 있게 들여다보며, 질문을 남긴다.
앞서 일어난 교통사고, 정확히는 보복 운전과 차량 살인 사건은 본격적인 가족 내 사건을 접하기 전 몰입을 높인다. 이 과정에서 선입견을 무너트리는 형제의 상반된 선택은 어두운 결말을 초래한다. 겉으로는 선해 보이는 사람이 죄를 지었을 수도 있고, 나빠 보이는 사람이 선의를 베풀 수 있는 아이러니함이 극대화된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노숙자 폭행 사건의 가해자이기도 한 복잡한 관계성은 현대인의 숙명 같아 씁쓸함이 커진다.
폭력의 뒤틀린 해소는 최근 묻지 마 범죄, 연쇄살인 등으로 대변되는 사회현상을 떠올리는 데 일조한다. '자식 일에 눈감는 부모는 없다'는 명제대로 네 사람의 각기 다른 민낯이 드러난다. 생명을 살리는 일은 무조건 옳다고 믿는 신망 높은 소아과 의사 재규는 사건 이후 조금씩 무너져 내린다. 가족을 지키려는 아내 연경의 선택이 옳지 못하다는 걸 알지만 딱 잘라 거절할 수 없어 위태로워진다.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맞이하는 재규로 분한 장동건의 연기가 섬뜩함을 넘어 충격으로 다가온다.
설경구, 김희애가 펼치는 안정적인 연기는 전반적인 집중력을 끌어올린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다 한국에서 처음 스크린 데뷔한 수현은 깊은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 초반과 다르게 성장하는 캐릭터라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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