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가족' 포스터
㈜하이브미디어코프
밑밥은 초반의 자동차 사고다. 운전자 간의 흔한 도로 위 감정싸움이 실제 폭력 사태로 이어져, 항의하러 도로에 나선 상대방 운전자를 차 안의 다른 운전자가 차로 치어버린다. 자동차 질주는 이 사고를 포함해 모두 세 번 등장한다. 나머지 두 번은 형제간에 일어난다. 한 번은 형이 또 한 번은 동생이 질주한다. '자동차'는 조력하는 스토리에서 영화가 끝날 때쯤 핵심 스토리로 바뀐다.
영화는 자녀의 살인이라는 특별한 사건과 중산층 가정의 보통의 대응을 보여주다가 최종적 반전을 대미에 배치한다. 극 구성상 살인이 비교적 빨리 등장하고 반전이 대미에 나오는 게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다. 친족상도례에 머물려는 인물과 '사회상도례'로 나가려는 인물이 대립하다가 고민과 혼란 끝에 친족상도례에 머물기로 보통의 가족은 합의에 이른다.
자동차와 함께 핵심적 오브제에 해당하는 핸드폰이 이 합의를 무력화하는 장치로 동원된다. 핸드폰을 통해 CCTV 살인 영상을 접하며 극의 전환이 촉발되었듯 다시 한번 핸드폰을 통해 핵심 전환이 준비된다. 친족상도례에 머물려는 인물과 '사회상도례'로 나가려는 인물이 자리를 서로 교환하고 갈등은 최고조에 이른다. 최종적 반전은 앞서 제시한 밑밥을 활용한다.
윤리학 교과서의 문제는 정해진 답이 없다. 이쪽도 가능하고 저쪽도 가능하다. 중대범죄이지만 자녀의 일이기에 친족상도례에 머무는 선택, 자녀의 일이라도 중대범죄이기에 '사회상도례'로 넘어서는 선택이 모두 가능하다. 사법적 선택이 아니라 윤리적 선택이다.
이때 영화가 그릴 것은 선택 논리의 정합성과 스토리의 개연성이다. 결국 친족상도례가 승리하는 이 영화에서 흠결은, 친족상도례 원칙의 승리 선언에도 이 원칙의 효과성을 확보하지 못한 결말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개연성에서도 어느 정도 허점을 노출한다. 허진호 감독의 입장에 서려고 노력해 보면 논리의 정합성과 사건의 개연성을 파괴해 관객에게 인상적인 전언을 남기려고 한 것일까. 혹은 친족상도례 원칙의 완벽한 관철이 아니라 친족상도례 원칙의 극단적 방식의 천명을 통한 상호 파멸이 허진호 감독의 노림수였을까.
허 감독은 영화를 두고 "인간이 갖는 양면성이라는 소재가 너무 매력적이었고, 그것을 탐구하면서 거기에서 오는 아이러니를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이번에는 서정성을 빼고 긴장감 넘치는 느낌을 가져가려고 했다"라고 밝혔다. 주연 배우 설경구는 "인간의 가식적인 모습들, 민낯들, 감춰졌던 얼굴들. 내가 사회에서 누군가를 대할 때, 솔직한 얼굴인가, 가짜 얼굴인가. 민낯은 어떤 얼굴인가. 사건이 나에게 닥쳤을 때 나는 어떨까 하는 지점을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안치용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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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영화, 미술 등 예술을 평론하고, 다음 세상을 사유한다.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과 문학과 인문학 고전을 함께 읽고 대화한다. 나이 들어 신학을 공부했다. 사회적으로는 지속가능성과 사회책임 의제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ESG연구소장.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영화평론가협회/국제영화비평가연맹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