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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 위조, 핑계는 번아웃... 불량 변호사 많아 놀라웠다"

[이영광의 '온에어' 328] MBC < PD수첩 > 유성은 PD

24.10.14 17:00최종업데이트24.10.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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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장면 갈무리

방송 장면 갈무리 ⓒ MBC


변호사는 의뢰인을 위해 최선 다한다는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판결문을 위조하거나 의뢰인의 공탁금을 횡령하는 변호사도 있다.

지난 8일 방송된 MBC < PD수첩 >에서는 '불량 변호사들' 편이 전파를 탔다. 수임했지만 사건 접수조차 하지 않고 판결문 위조한 이 아무개 변호사 이야기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여러 불량 변호사의 사례를 소개했다.

또 이들의 징계권이 있는 대한변호사협회(아래 변협)의 시스템을 짚었다. 취재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지난 11일 해당 회차 연출한 유성은 PD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유 PD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판결문 위조, 변호사 타락 보여준 것"

 방송 장면 갈무리

방송 장면 갈무리 ⓒ MBC


- '불량 변호사'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됐나요.
"기사 단신을 보고 시작했어요. 판결문을 위조한 변호사가 있다는 단독보도를 봤는데, 찾아보니까 생각보다 이런 식으로 의뢰인을 기만하는 변호사가 꽤 있더라고요. 왜 자꾸만 이런 일이 생기는지, 변호사를 징계할 수 있는 변협은 뭘 하는지 세밀하게 들여다 보기로 했습니다. 불량 변호사와 관련해 여러 사건을 묶어서 심층적으로 다룬 프로그램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의미가 있겠다 싶어서 (취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 처음 취재는 뭐부터 하셨나요.
"판결문 위조 사례부터 취재했어요. 그러다 보니 추가 제보가 들어오기도 했고요. 과거 공탁금을 횡령하거나 의뢰인들에게 불성실한 태도로 임했었던 변호사를 찾다 보니 사실 이 아무개 변호사에서 연결되는 추가 사건들이 몇 개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 변호사를 조금 더 깊게 취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여러 건의 피해사례를 발견하고 다른 피해자도 찾게 됐고요."

- 방송 초반에 이 아무개 변호사의 판결문 위조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사실 방송 취재 시점은 다 비슷해요. 근데 아무래도 변호사라면 사법 체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굉장히 중요한 존재잖아요. 이 사법 체계에서 나온 판결문을 위조한다는 행위의 의미가 굉장히 크다고 봤어요. 그런데 이 아무개 변호사의 경우는 변호사가 자신의 행위를 통제받지 않거나 어떤 계기로 (변호사가) 타락했을 때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였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방송 초반에 언급했어요."

- 판결문 위조를 확인했을 때 어떤 마음이 들었나요.
"판결문 위조를 알고 놀랍고 황당했죠. 그래도 피해자들이 황당했던 만큼은 아니었겠죠. 이 아무개 변호사가 굉장히 주도면밀했어요. 2년 동안 의뢰인들을 지속적으로 속인 거니까요. 이 변호사는 판결문만 위조한 게 아니라 소장 자체를 접수하지 않았어요. 그 자체가 너무 황당했죠."

- 피해자들이 수임하고 재판을 안 했다는 건가요.
"피해자들이 (이 아무개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하고서 (자기도) 재판에 가겠다고 하자 이 변호사가 갈 필요 없다고 했대요. 재판에 굳이 가지 않아도 된다고 지속적으로 설득했고, 생업이 있는 피해자들은 자기 시간을 내기도 애매하잖아요. 그래서 결국 실제 재판에 한 번도 가본 적 없었던 거죠."

- 이 아무개 변호사가 원래 잘나가는 변호사라고요.
"맞아요. 원래 대표 변호사의 신임을 두텁게 받는 잘나가는 파트너 변호사였다고 들었어요. 언제부터 이런 일(판결문 위조)을 하게 됐는지, 본인만 알 텐데 거기까지는 취재하지 못했고요. 다만 (판결문 위조)사건이 발생하기 시작했던 게 2021년도부터예요. (이 아무개 변호사) 본인은 그때부터 번아웃이 왔다고 하더라고요. 굉장히 무책임한 변명이죠. 번아웃이 오면 자신의 법무법인에 소속되어 있는 다른 변호사에게 사건을 넘길 수도 있잖아요. 아니면 중도 사임을 할 수도 있고요. 번아웃이 왔다고 의뢰인들 속인다는 건 본인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에 대한 변명일 수밖에 없죠."

"변협 징계위원회 구성 아쉬워"

 방송 장면 갈무리

방송 장면 갈무리 ⓒ MBC


- (방송에 나온) 한명훈(가명)씨는 재판에서 승소했죠. 그런데 변호사가 공탁금을 가로챈 거죠?
"맞습니다. 원래는 1심이 끝나고 사건 관련된 공탁금을 찾아갈 수 있어요. 그런데 변호사가 공탁금을 찾아가 놓고 2년 동안이나 속인 거죠."

- 변호사가 거짓말한다는 게 쉽게 이해 안 가요.
"저희도 취재하면서 변호사들이 의뢰인을 속이는 걸 이해할 수 없었어요. 사실 변호사라는 직업 자체가 사회적으로 워낙 존경과 신임받는 직책이잖아요. 업무의 전문성도 뚜렷해서 사실 본인이 원한다고 한다면 적당한 수임료 받고 사건을 수임해서 살아갈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왜 의뢰인을 속여서 업무는 태만하게 하고 공탁금을 갈취했는지 모르겠어요. 그 부분이 납득하기 힘들었어요."

-(방송을 보니) 이 아무개 변호사는 재판에도 불성실했던 거 같아요.
"맞습니다. 이 변호사가 실질적으로 재판을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지 법원에 한 번 나가봤죠. 그런데 이 변호사가 늦어서 출석 못 했더라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왜 이런 짓을 했는지 왜 피해자를 기만했는지 등 꼭 묻고 싶었어요. 하지만 매번 '번아웃' 이야기를 하거나 돈이 필요했다고 이야기해서 황당했죠."

- 진 아무개 변호사의 이야기도 나오던데, 이분은 법을 이용한 거 같더라고요.
"맞아요. 진 아무개 변호사는 법의 구멍을 잘 이용하시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본인이 법률 서비스 플랫폼으로 다수의 의뢰를 받는데, 의뢰하는 사건과 관련해 자신이 조금이라도 일을 하면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엉터리지만 조금이라도 일 한 거 같아요."

- 진 아무개 변호사는 주로 법률 서비스 플랫폼을 이용해 사건을 수임했나요.
"그렇더라고요. 피해자는 모두 법률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진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긴 사람들이었어요. 방송에 소개된 피해자 말고도 다른 피해자도 만났는데, 이분들 중 변호사님의 얼굴을 실제로 보신 분은 없더라고요. SNS로만 소통한 거죠. 변호사 얼굴도 못 보고 이런 일을 당하는 피해 케이스들이 상당했습니다."

- 변협이 문제 되는 변호사를 징계하는 곳이잖아요. 그런데 징계위원회 구성에 외부인은 1명뿐이더라고요.
"변협 징계위원회는 판사 1명, 검사 1명, 변호사 3명, 법학전문대학원 3명, 논설위원 1명으로 구성되더라고요. 이 중 적극적으로 의뢰인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은 논설위원 한 분이었어요. 이게 사법 절차에 준하는 징계니까 법을 잘 아는 사람들이 들어가야 되는 건 맞죠. 그런데 의뢰인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피해 상황을 정확하게 대변해 줄 수 있는 사람의 수가 너무 부족해 보였습니다."

- 변협에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변협 측에 꾸준히 공문을 보내고 인터뷰 요청을 했는데, 거절하더라고요. 그래서 변협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반영할 수 없었어요. 다만 공문을 보내와 방송에 반영했습니다."

- 취재할 때 어려운 점은 뭐였나요.
"변호사를 상대로 취재하니 아무래도 극도로 긴장했죠. 아주 작은 사실 관계도 틀리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극도로 예민했죠. 그렇게 질의서도 작성하고 취재하려고 노력했어요. 생각보다 여러분들이 변협의 문제점에 공감하는데, 외려 이를 지적해 줄 법 관련 전문가들을 찾는 게 어려웠어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사실 '불량 변호사'의 수가 꽤 된다는 게 놀라웠고요. 또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젊은 변호사도 많았어요. 변협을 통한 징계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이런 불량 변호사들이 걸러지지 않을까요. 그게 의뢰인들만 보호하는 게 아니라 성실히 일하는 다른 변호사들도 보호하는 방법이잖아요. 이를 조정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이 변협에 있는 거고요. 매년 1500명 이상의 신입 변호사가 배출되잖아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불량 변호사가 늘어난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불량 변호사'는 소수고 많은 변호사는 성실하고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더 변협이 관련 문제를 방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유성은 PD수첩 불량변호사 판결문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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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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