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전,란> 스틸 이미지.
넷플릭스
영화는 광화문 광장에 정여립의 목이 내걸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한 영화답게, 영화는 박 감독 특유의 고어한 설정을 영화적 색채로 쓰고자 함에 거침이 없다.
때는 임진왜란을 앞둔 시기. 정여립의 목이 내걸린 이유는 바로 '대동계', 양반과 천민이 너나 할 것 없이 대동한 세상을 만들자 했던 그 주장은 '효수'로 막을 내렸다. 그 효수 당한 광장에 도망 노비 천영이 끌려간다.
자신의 이름 자를 쓸 줄도 몰랐던 천영. 아비는 양인이었지만, 어미가 노비였던 소년 천영은 하루아침에 노비 신세로 전락한다. 그가 끌려간 곳은 이종려의 집, 이종려의 아비는 무관 집안의 전통을 잇고자 아들에게 무술 수업을 시켰고, 아들이 대련에서 밀릴 때마다 그 죄를 물어 노비를 쳤다. 이제 막 또 한 명의 노비가 거품을 물고 쓰러지고, 그 노비 대신 천영이 초릿대 앞에 다리를 걷어붙일 차례였다.
하지만 천영은 자신에게 닥친 숙명을 거부한다. 밤을 도와 담을 타 한 달음에 자신의 집을 향한 천영, 하지만 그곳은 이미 그가 돌아갈 집이 아니었다. 그렇게 낙인만을 남긴 천영의 첫 번 째 도망. 다시 돌아온 천영은 쓰러져 간 다른 노비와 달리, 그 스스로 종려의 스승이 되어 그의 무예를 일취월장 시킨다.
노예로서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는 대신, 천영은 '자신의 운명에 맞서 싸우는 것'을 택한 것이다. <전, 란>은 임진왜란과 그 전란의 틈바구니에서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지고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자 하지만, 가장 기본적으로 감독이 끌고 가고자 하는 건 바로 주인공 천영, 그가 운명에 맞서 선택한 이야기이다.
우선은 주인의 매질에 쓰러지지 않기 위해 그가 외려 종려를 훈련시킨 것에서 시작해, 노비였던 자신의 운명을 극복하기 위해 종려 대신 과장으로 나선다. 하지만, 그런 그의 선택은 죽음을 재촉하고 이제 다시 두 번째 도망 노비의 신세가 된다. 그리고 임진왜란의 발발과 함께 천영은 청의 검신이 되어 세상에 나선다.
전란의 와중에서 갈리는 인간 군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