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한복을 휘날리며 칼을 휘두르는 강동원. 2009년 개봉작 <전우치> 이래 언제나 보는 이들을 매료시키는 한 장면이다. 마찬가지로 <전, 란> 역시 강동원의 믿고 보는 멋진 폼에 의지한 바 크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전, 란>을 설명하는 건 아쉽다. 박찬욱 감독의 각본, '죽었는데 또 죽이고 싶다는'는 어떤 관객의 말처럼 빛난 연기를 선보인 선조 역의 차승원, 애와 증을 오가는 이종려 역의 박정민, 그리고 진선규, 김신록 등 그 이름 만으로도 증명되는 출연진의 호연이 돋보였다.
영화의 절정, 해무가 낀 바다에서 세 사람이 마주 선다. 도망 노비이자 의병이었던 천영(강동원 분), 임금의 명을 받고 일본이 숨긴 보물을 찾아나선 이종려(박정민), 그리고 일본군의 깃카와 겐신(정성일 분).
분명 두 사람은 조선인이고, 한 사람은 일본인인데, 이들의 칼 끝이 엇갈린다. 천영을 향해 겨누어지는 조선인 이종려와 일본인 겐신의 칼 끝. 겐신을 쳐내고 나면 이종려가 달려온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이종려와 겐신 역시 서로를 겨눈다. 누가 누구의 적인가? 거칠게 달려온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이 장면이 아니었을까.
운명에 맞선 천영의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