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스틸컷
BBC
영국 드라마가 전 세계를 사로잡는 방법
시즌1을 뛰어넘는 완성도와 뜨거운 시청률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원작을 향한 존중이 느껴지는 변주와 더 깊어진 캐릭터 묘사, 여전한 구성력까지, 잘 풀리는 드라마의 비결을 알도록 한다. 영국 내 평균 시청자수 920만 명을 기록해 전작의 성취를 뛰어넘은 건 자연스런 일이다.
<셜록> 시즌2는 <닥터 후> 시리즈의 해외판매 기록도 모조리 갈아 치웠다. 무려 180개국 이상의 국가에 수출돼 작품을 세계적 흥행작으로 만들었다. 특히 중국을 필두로 한 아시아 문화권에선 자국 내 대표 콘텐츠 못잖은 인기로, 셜록 신드롬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중국에선 이후 비슷한 추리물이 쏟아져 트렌드를 주도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한국에서도 각종 OTT서비스에서 가장 많이 조회된 드라마 중 하나로 기록돼 있기도 하다.
여러모로 <셜록> 시즌2는 영국 드라마 산업의 저력을 내보인다. 스티브 모팻을 위시한 드라마 산업의 걸물과 이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지원하는 방송국, 영어문화권의 장점을 살려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한 배우들, 꾸준히 양질의 콘텐츠를 쏟아낼 수 있는 작가진까지가 하나하나 성공의 이유가 된다. 여기에 더하여 지금 바로 소환해 변주해도 문제가 없는 100여 년 전 콘텐츠의 우수함과 이를 향유하며 즐길 수 있는 내수시장까지 확보돼 있으니 영국의 드라마 산업만큼은 해가 저물지 않는 왕국을 이루었다 해도 좋겠다.
K콘텐츠의 인기가 뜨겁다 자평하는 한국의 오늘은 어떠한가. 하나하나 작품군을 뜯어보면 소재고갈 속에서 자극적이기만 한 이야기를 재생산하고 있지는 아니한가. 지난 몇 년 간 넷플릭스를 위시한 OTT서비스에서 한국산 콘텐츠 제작을 적극 지원해 세계에 선보이는 사례가 줄을 이었다. 이를 통해 <킹덤> <오징어 게임> < D.P > 등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사이 OTT서비스 업체가 한국 콘텐츠 제작지원 규모를 줄이고 태국 등 동남아로 옮겨간다는 풍문이 들려온다. 세계적으로 매력을 발할 수 있는 한국 콘텐츠가 얼마 되지 않고, 양질의 이야기 또한 꾸준히 나오지 않는다는 판단이 이유가 됐다는 평이다. 영화계에서도 소위 10위권이라는 이름난 감독들까지만 주요 OTT서비스 업체와 좋은 계약을 체결할 뿐이지, 그 아래는 십수년 전보다 나아진 게 없는 실정이다. 한국 콘텐츠 시장의 특수함과 특장점을 뚜렷하게 제시할 수 없는 가운데 산업의 흐름은 서서히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상황에서 꾸준히 시리즈를 이어가는 <셜록>의 위용은 본받음직하다. 반 세기를 이어온 <닥터 후> 시리즈에 이어 BBC는 <셜록> 또한 저들의 확고한 오리지널 콘텐츠로 만들어냈다. 여기서 역량을 키운 제작자며 작가진은 또 다른 드라마 콘텐츠를 일으키는 데 힘을 모은다. 전 세계로 통하는 콘텐츠와 기본에 충실한 구성, 자극적 소재를 배제하고 품격을 지키는 이야기가 영국 드라마를 세계 선두권에 놓도록 했다.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배울 수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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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