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스틸컷
BBC
<셜록>이 바로 그와 같은 작품이다. 아서 코난 도일의 추리소설 <셜록 홈즈> 시리즈가 당대 탐정물 가운데 한 획을 그은 건 유명한 이야기다. 고전적 추리소설의 기법, 즉 매력적인 캐릭터가 활약하며 사건을 극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이 시리즈의 주된 얼개다. 짜임새 있는 설정과 복선, 섬세한 소설적 기법 대신 캐릭터가 주가 되는 이야기지만 단점보다 장점을 부각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음을 이 시리즈가 입증했다.
수많은 유명 탐정, 이를테면 포와로나 말로, 마플, 뒤팽 같은 이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중 누구도 셜록과 겨룰 정도가 못 된다. 천재적 분석력을 지닌 셜록은 존 왓슨이란 매력적 동료, 또 짐 모리아티와 같은 숙적과 함께 그대로 전설이 되었다. 괴짜 같으면서도 어딘지 정이 가고, 걸출한 역량이 있으면서도 내면의 약함과 힘겹게 맞서 싸우는 끝을 알 수 없는 사내. 셜록의 이야기가 한 세기가 훌쩍 넘도록 생명력을 유지하는 이유가 바로 캐릭터에 있다.
< BBC >가 2010년 <셜록>을 다시 제작하기로 한 건 <닥터 후> 외에 시청률을 지탱할 또 다른 프로젝트가 간절했던 영향이 있었다. 최고의 닥터 중 하나로 꼽히는 10대 닥터 배우 데이비드 테넌트가 2009년 하차를 결정하며 무명이던 맷 스미스를 11대 닥터로 낙점한 건 결정적이었다. 캐릭터를 완전히 뒤집는 과정에서 시청률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 아래 안정적으로 시청률을 확보할 대형 프로젝트를 준비하게 된 것이다. 메인작가가 되기 전까지 <닥터 후> 시리즈의 여러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집필했던 스티브 모팻이 <셜록> 호의 총책임자가 됐고, 내친김에 첫 시즌 첫 에피소드인 '분홍색 연구'까지 집필했다.
시청자를 매료시키기까지, 단 3편
<셜록> 첫 시리즈는 1시간 30분 내외, 짤막한 영화 분량의 에피소드 세 편으로 꾸려졌다. 단막극처럼 회마다 새로운 사건을 다루지만 인물들은 각자의 사연과 감정을 이어가는 식이다. 할리우드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영국을 넘어 세계적 인지도까지 확보한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셜록으로, 마틴 프리먼을 왓슨으로 기용하는 초강수도 뒀다. 남은 건 낡은 셜록을 오늘의 감성으로 되살릴 실력뿐인 것이다.
모팻은 오늘의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백수십 년 전의 명탐정 셜록 홈즈를 되살려낸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경찰이 해결하지 못하는 사건을 대신 풀어내는 자문탐정 셜록이다. 그가 이라크전에 군의관으로 참전한 뒤 부상을 입고 돌아온 존 왓슨과 함께 살며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을 이 시대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의 솜씨로써 능란하게 펼쳐낸다.
첫 사건은 독약을 먹고 죽은 피해자들이다. 하나같이 음독자살한 모습이지만 셜록은 독보적인 분석력을 활용하여 연쇄살인이란 사실을 알아낸다. 남은 건 방법, 범인의 성격을 유추한 뒤 함정을 파 그를 유인하는 방법이 착착 맞아 든다. 존의 눈에 셜록은 하나부터 열까지 예측할 수 없는 이다. 처음엔 흥미이던 것이 나중엔 은근한 마음이 쓰이는 감정적 관계로 발전한다. 첫 사건이 둘의 관계가 움트는 씨앗이 된다.
스마트폰 쓰고 지하철 타는 셜록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