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경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올해 26회째를 맞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지난해에 비해 예산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서울시 예산은 물론이고, 현 정부의 기조에 맞춰 영화진흥위원회 또한 영화제 지원 사업을 대폭 축소했기 때문이다. 책임자 중 한 사람으로서 이숙경 집행위원장 어깨가 무거워 보이는 이유다.
지난 22일 열린 개막식에서 배우 봉태규와 함께 사회를 보던 변영주 감독은 "여러 아티스트들이 기꺼이 공연해주겠다고 했지만, 조명과 스피커 설치할 돈이 없어 부득이하게 축하 공연은 하지 못하게 됐다"며 후원을 강조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올해 영화제가 택한 캐치프레이즈는 '웃음의 쓸모'다. 좌절만 하지 않고, 관객과의 접점을 넓히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올해 서울여성국제영화제는 그동안 상암동 메가박스에서 진행한 것과 달리 홍대입구 인근 CGV 두 곳과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행사를 진행한다. 영화제가 한창인 25일 오후 이 집행위원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영화감독으로, 때론 관객으로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인연을 맺어오다 지난해부터 집행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여성영화인의 요람
26년을 거치며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이뤄놓은 결실이 꽤 크다. <고양이를 부탁해>의 정재은,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 감독 등은 영화제 초기에 아시아단편선 부문에서 수상한 주인공들이다. 영화 <우리들>로 국내외에서 찬사를 받은 윤가은 감독, <소공녀>의 전고운 감독 또한 모두 해당 영화제에서 단편으로 주목받고 장편 연출의 기반을 닦을 수 있었다.
"여성 영화인들을 계속 지원·발굴하는 작업을 지속한 게 가장 큰 역할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과 화두를 던지는 역할도 했다. 여성계, 여성주의자, 여성 영화인, 혹은 페미니스트 등 외부에서 보면 마치 하나의 색으로 보이지만 이 안에서 보면 굉장히 스펙트럼이 넓고 다양하다. 언어도 다르고. 그런 사람들이 함께 모여 포럼을 열거나 관객과의 대화를 하며 각자가 자기 위치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가늠하도록 여성영화제가 꾸준히 역할을 해왔다고 본다.
올해엔 한국간호과학회와 같이 특별 포럼을 연다. 그리고 FDSC(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 FFF(여성 영상인 네트워크), WDN(여성 감독 네트워크)에서 함께 '우리는 왜 모이는가'라는 주제로 라운드 테이블을 마련한다. 여성이라는 이름 아래 너무도 다양한 색이 있기에 접점을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작업이다."
단순히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찾는 이들을 여성주의라고 눙칠 수 없는 이유다. 각 사회든 집단이든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법이다. 최근엔 LGBT(성적소수자)를 비롯해 소수자성을 강조하며 연대를 꾀하고 접점을 확장하려는 흐름 또한 발견할 수 있다. 이 집행위원장은 "우리 사회에 경제적·정체성 차이로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듯 여성이라는 이름 안에서도 다양함을 반영해야 한다"며 말을 이었다.
"단순히 그 다양성을 평면적으로 펼치는 게 아니라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차별로 이어지진 않는지 질문하면서 영화를 통해 보거나 포럼을 통해 보는 식이다. 일부에선 영화제가 남성을 배제한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여성의 시선에 남성의 삶도 들어가 있으니 말이다. 성소수자 관련해서도 단순히 정체성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소위 정상적이라 얘기되지 않는 것에 카메라를 대고 제대로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시행착오, 그리고 청사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