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대전 운사모 이건표 회장이 충남 청양의 자택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심규상
이 회장은 13년 전 오 선수를 3회 장학생으로 뽑은 순간을 선명히 기억했다. 그는 지난 20일 충남 청양의 자택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그때 대상자로 선정 안 했으면 올림픽 2관왕 오상욱을 못 보지 않았겠나"라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유망한 체육 꿈나무를 한 명이라도 더 지키려는 게 우리 모임의 목적"이라고 했다.
2009년 대전에서 창립한 비영리 장학단체 운사모는 비용 때문에 운동을 그만둘 위기에 놓인 초·중·고 선수들에게 매월 20만 원씩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메달을 따거나 상위권에 들어야 주는 일회성 포상금이 아니다. 한번 장학생이 되면 성적에 상관없이 고교 3학년까지 꾸준한 지원을 보장한다. 결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과 돈 걱정을 덜고 운동에 전념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한 달에 20만 원이 저희가 생각할 땐 큰 돈이 아닐 수도 있는데, 형편이 힘든 집엔 그렇지 않아요. 운동화 한 켤레, 유니폼 한 벌 맞출 비용이 없어서 운동을 그만두려는 학생들이 요즘 시대에도 있으니까요. 아이들 입장에선 그 정도 돈만 있어도 꿈을 계속 이어갈 희망이 생기는 거죠. 저희가 매년 1월 정기총회에서 장학증서를 수여하는데, 초대된 부모님 중 어떤 분들은 제 손을 잡고 고맙다며 우시기도 합니다."
남자 펜싱 오상욱 선수 외에도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딴 전은혜 선수, 남자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 탁구 안재현 선수, 카누 이하린 선수도 운사모 장학금을 받으며 꿈을 이뤘다.
"지원자는 많은데 3명밖에 못 뽑아... 안타깝다"
장학금은 회원들에게 회비를 받아 마련한다. 오상욱·우상혁 등 장학생 출신인 성인 선수들도 회원으로 가입해 후배들을 후원하고 있다. 16년간 이들이 밀어준 유·청소년 선수는 올해 장학생 15명을 포함해 총 67명. 이달 기준으로 지금까지 5억1560만 원이 지급됐다.
정기후원과도 같은 회비는 월 1만 원을 초과해 받지 않는다. 더 내고 싶다 해도 원칙적으론 사양한다. "누구는 만 원 내는데 또 누구는 10만 원 내면 회원 간에 형평성이 안 맞는다"는 것. "전 회원이 똑같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해야 부작용이 안 생긴다"는 게 이 회장의 철학이다. 후원금 자체가 소액이다 보니 회비는 오로지 장학금으로만 쓴다.
"회비를 정기총회 등의 운영비로 조금 빼서 쓰자는 얘기도 간혹 나오는데 절대 안 된다고 하죠. 장학금 나올 데가 회비밖에 없는데 곶감 빼 먹듯 하면 당장 학생들에게 돈이 못나갈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