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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Y 염색체' 여자 복서의 돌주먹... 올림픽 복싱 '성별 논란'

알제리 칼리프 만난 이탈리아 카리니 46초만에 기권패... 공정성 위반인가, 차별인가

24.08.02 08:28최종업데이트24.08.0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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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현지시각)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66kg급 예선전에서 이탈리아의 안젤라 카리니(왼쪽)를 꺾은 알제리의 이마네 칼리프(오른쪽)가 경기를 마친 후 기뻐하고 있다.

1일(현지시각)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66kg급 예선전에서 이탈리아의 안젤라 카리니(왼쪽)를 꺾은 알제리의 이마네 칼리프(오른쪽)가 경기를 마친 후 기뻐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XY 염색체'를 갖고 있어 성별 논란을 불렀던 여성 복싱 선수가 강력한 주먹으로 46초 만에 기권승을 거뒀다.

이마네 칼리프(알제리)는 현지시각 1일 프랑스 파리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66㎏급 16강전에서 안젤라 카리니(25·이탈리아)를 이겼다. 

칼리프는 경기 시작과 함께 강력한 주먹을 날렸다. 카리니의 머리 보호대가 벗겨질 정도로 충격이 컸다. 두 번째 주먹에 맞은 카리니는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했고, 1라운드 46초 만에 기권했다.

"이런 주먹 느껴본 적 없어"

카리니는 칼리프의 악수를 거부했고 링 밖으로 나가며 눈물을 보였다. 카리니는 기자들에게도 눈물을 흘리며 "돌아가신 아버지와 조국을 위해 링에 올라갔지만 건강을 위해 기권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 주먹을 맞고 코에 극심한 통증을 느껴서 더 이상 뛸 수 없었다"라며 "복싱을 하며 이런 주먹은 느껴본 적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AP통신은 "칼리프와 카리니는 몇 차례의 주먹만 주고 받았는데 카리니가 경기를 포기하고 물러났다"라며 "이는 올림픽 복싱 경기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extremely unusual)"이라고 전했다. 

칼리프는 2022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린위팅(대만)은 같은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칼리프와 린위팅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기준치를 넘겨 실격 처리됐다. 

당시 대회를 주관한 국제복싱협회(IBA) 칼리프와 린위팅이 일반적으로 남성을 의미하는 'XY 염색체'를 가졌다며 여자 경기에 출전을 불허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판단은 달랐다. IOC는 "염색체 만으로 성별을 결정지을 수 없다"라며 "칼리프와 린위팅은 올림픽 여자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IOC의 모든 규정을 준수했다"라고 확인했다. 다만 구체적인 기준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탈리아는 정부가 나서 반발했다.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남성의 유전적 특성을 가진 선수가 여자 대회에 출전해서는 안 된고 본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누군가를 차별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여성 선수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라며 "우리는 차별하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실제로 여성의 권리를 차별하고 있다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안드레아 아보디 이탈리아 체육부 장관도 "최고 수준의 스포츠 대회인 올림픽에서는 무엇보다 선수 안전과 공정한 경쟁이 보장돼야 한다"라며 "하지만 카리니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카리니 고통 호소에 더욱 커진 성별 논란

이탈리아가 우려한대로 카리니가 고통을 못이겨 경기를 포기하자 칼리프의 성별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인프라 교통부 장관은 칼리프에게 패한 카리니의 경기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스포츠의 윤리와 올림픽의 신뢰성에 대한 모욕"이라고 규탄했다. 

반면에 칼리프의 알제리 올림픽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칼리프에 대한 비난은 거짓"이라며 "특정 외국 매체의 근거 없는 선전으로 우리의 존경받는 선수인 칼리프를 비윤리적으로 중상모략하고 있다"라고 항의했다. 

칼리프의 주먹을 맞은 카리니는 "나는 판단하기 위해 여기 온 것이 아니다"라며 "이것이 공정하느냐는 내가 결정할 일이 아니고, 나는 복싱 선수로서의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올림픽에 나선 여자 복싱 선수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8강전에서 칼리프와 격돌할 안나 루카 하모리(헝가리)는 "나는 두렵지 않다"라며 "진실이 뭔지 모르지만 나는 그저 이기고 싶다. 만약 칼리프가 남자이고, 내가 이긴다면 더 큰 승리가 될 것"이라고 각오를 보였다.

그러나 또 다른 여자 선수인 케이틀린 파커(호주)는 "남자 선수와 스파링을 해본 적이 있는데 격투 스포츠에서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진지하게 조사해야 한다"라며 "우리는 스포츠의 공정성을 원한다"라고 강조했다. 

영국 BBC는 "사실 여부를 떠나 이번 논란은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서의) 앞날이 불확실한 복싱에 큰 타격이나 엄청난 재앙"이라고 전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롤링도 "이런 미친 짓을 끝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라면서 "여성 복서가 부상을 당해야 하냐, 아니면 죽어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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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 성별 복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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