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본수 PD
이영광
- 훈련소에서 떠들다 열차려 받은 건데, 사실 그럴 일인가 싶기도 해요.
"군대가 다르다고 하지만 (떠들다 걸렸다고) 군기훈련을 시켰어야 하나 의문이 들어요. 당일 밤에 군기훈련 주겠다고 경고하고, 그 다음 날 오전부터 완전 군장 지시로 훈련이 진행됐어요. 사실은 밤에 줬든 다음 날 오전에 줬든 문제지만, 밤에 내일 얼차려 줄 거라는 경고 받고 훈련병들이 다음날 오전까지 얼마나 긴장하며 힘들었겠어요."
- 증언을 보면, (박 훈련병이) 크게 떠들지도 않은 거 같아요.
"제보자들에 따르면, 심하게 떠들지 않았다고 해요. 내용을 직접 들은 건 아니지만, 종합해보면 자대에 가면 어떻게 할지예요. 훈련소를 수료하면 보통 자대에 가잖아요. 훈련소에서 최대 관심사는 여기를 수료하고 어디로 갈지죠. 정말 사소한 얘기를 얼마나 떠들었겠습니까. 크게 떠들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을 것 같아요. 근데 그런 이유로 적발해서 말도 안 되는 군기 훈련을 줬다는 게 마음이 아파요. 또 설령 이들이 떠들어서 적발됐다고 한들 이걸 그 자리에서 시정을 해주거나 다른 방법으로 개선 해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이런 식의 군기 훈련을 주는 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얼차려 할 때 완전 군장했잖아요. 서 있는 거도 힘들었을 텐데 달리기까지 시켰어요.
"제가 직접 완전군장 형태의 배낭을 직접 메봤잖아요. 이건 그냥 매기만 해도 심장 부분이 조여오는 느낌이 들어요. 근데 이걸 가지고 뜀뛰기와 팔굽혀 펴기를 시킨 거예요. 이런 훈련은 규정에도 없어요. 원래 군기훈련 규정 자체가 훈련소와 자대에 간 이후가 조금 달라요. 훈련소에 있을 때와 자대에 갔을 때 차등을 두는 거거든요. 근데 그런 것들을 모두 무시한 채 벌어진 사건이란 생각이 들어요. 또 훈련병들의 신체 상태나 훈련 받기 전에 소명할 기회가 주어져야 되잖아요. 그런데 소명 기회도 없었고, 훈련병들의 건강 상태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요."
- 박 훈련병은 원래 운동신경도 좋고 건강했다면서요.
"아마 방송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영상 속에서 박태인 훈련병은 어린 시절부터 축구부나 태권도 활동 등 여러 운동을 한 건강한 장병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이런 사고를 당했다는 건 그 훈련병의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 군기 훈련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거죠. 건강한 훈련병마저도 이런 사건의 비극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심각한 군기 훈련이었다고 봐야 할 거 같습니다."
"군 내부에 정확히 보고했을까"
- 부모님이 박 훈련병 입대 후 첫 소포를 받을 때쯤 아들의 사건을 안 거 같아요.
"정확히 말씀드리면 소포가 온 다음 날 군대에서 연락받았고 그때부터 어머니는 좀 걱정은 됐지만, 이렇게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 못 했던 거 같아요. 처음에 연락했던 건 소대장이었는데, 군기 훈련 도중 쓰러졌다고 얘기했나 봐요. 소대장이 대화하는 걸 들어보면 "사소한 경우에라도 병원에 저희가 데려갑니다. 뛰다가 넘어졌다고 합니다. 태인(박 훈련병)이가 열심히 한다고 했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라고 해요. 보통 사람이 심각하면 되게 급하게 얘기를 하잖아요. 그런데 (소대장이) 굉장히 차분하게 소식을 전하기에 어머니도 처음에 그 심각성을 인지 못 하신 것 같아요. 결국 (처음 소식을 들은) 이틀 뒤 박 훈련병이 사망했죠."
- 이후 중대장이 가족들에게 정확한 상황 설명을 했나요.
"어머니와 중대장의 녹취를 들어보면 (박 훈련병에게) 선착순 달리기, 뜀뛰기, 팔굽혀 펴기 등 군기 훈련을 시켰으면서도 선착순 달리기를 한 적이 없다고 말해요. 박 훈련병이 생사를 오갔던 게 지난 5월 24일이에요. 통화 시기를 보면, 군기 훈련하고 쓰러진 다음 날 오전에야 (어머니에게) 얘기한 거거든요. (시차를 두고 소식을 전한 걸 고려했을 때) 사건 초기에 (군 내부에) 제대로 보고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해요. 앞으로 공판 이후 이 부분이 밝혀져야 하지 않나 싶어요."
- 박 훈련병이 쓰러진 후 대처도 문제였던 거 같아요.
"제보자들의 공통된 얘기는 훈련병이 쓰러지고 빠른 처치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거든요. 방송에도 나오는데 전에 군 응급구조사로 근무했던 분이 약 1분만 (대처가) 지체돼도 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박 훈련병) 현장을 목격했던 제보자들에 따르면, 당시 대처도 재빠르지 않았다고 해요. 또 당시 '이 환자가 뛰다가 쓰러졌다'고 상황을 전달한 거 같은데, 사실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거나 오전부터 완전 군장 했다는 내용을 자세하게 전달했어야 하지 않나요. 그럼 의료 처치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인터뷰도 했는데, 이 부분 역시 앞으로 밝혀져야 합니다."
- 박 훈련병이 받았던 군기훈련에 대한 모의실험도 했잖아요.
"대부분 완전 군장이 뭔지에 대해 말만 들었지 자세히 모르잖아요. 군장을 직접 착용하고 훈련받았을 때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클지도 체감이 쉽게 안 되죠. 이걸 직접 눈으로 봐야 그때 당시에 훈련병들이 겪었던 인체의 영향이나 힘든 상황을 잘 묘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일각에선 박 훈련병의 건강 상태를 지적했는데, 유족에게 큰 상처를 줬거든요. 그래서 이 완전 군장이 어떤 거고 이걸 했을 때 얼마나 힘든 훈련이 되는지 직접 시청자분들이 체감할 수 있게끔 시각적으로 준비를 했어요."
- 모의실험 자체도 위험할 수 있어 준비를 잘했어야 할 거 같아요.
"맞습니다. 당시 모든 상황을 통솔하고 있었는데 의료진을 준비했어요. 모의실험 중에 첫 번째로 훈련을 포기했던 분이 있잖아요. 그분은 한 바퀴 돌 때쯤부터 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으로 보기에도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였죠. 그래서 제가 돌아오셨을 때 못 하겠으면 그만하시라고 말씀드렸어요. 동시에 모의실험을 하며 저희 눈에도 참가자들이 힘들어 보였고 건강이 걱정될 정도였는데, 당시 중대장 등은 박 훈련병의 상태를 왜 못 알아차렸을까 싶더라고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박태인 훈련병의 분향소를 갔다가 처음 이 취재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요. 이후 쉽지 않은 취재를 이어가면서도 많은 시청자가 이 사건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렵고 힘들었지만 꼭 필요한 이야기를 전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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