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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을 먹는 순간, 어린 시절의 기억이 돌아왔다

[리뷰]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24.07.25 09:09최종업데이트24.07.2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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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최초 개봉 10주년을 기념하며 현재 재상영 중이다. 제목에서도 감지되는데, 마르셀 프루스트의 대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영감을 받아, 기억과 시간, 그리고 정체성이라는 무거운 화두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즉 영화는 프루스트의 철학적 사유를 현대적인 시각에 감미료를 얹어서, 기억의 회복과 시간의 흐름을 인지하며 개인의 정체성을 성찰하도록 요청한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기억의 복원과 시간의 연속성이 주요 테마이겠다. 소설에서 마들렌을 먹는 순간, 주인공 마르셀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이는 무의식 속에 잠재된 기억을 끌어내는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한다. 이처럼 프루스트는 사소한 물건이나 행위가 기억을 촉발하는 매개체로 기능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주인공 폴 주인공 폴과 마들렌
주인공 폴주인공 폴과 마들렌씨네21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서도 이러한 프루스트적 요소가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주인공 폴이 마담 프루스트가 제공하는 오브제(뿌연 물)로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그 기억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재확립해 나가는 과정이 서사의 주요 축을 이룬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프루스트의 철학적 사유를 시각적이되 화려한 영상미로 재현한다. 그 장면 장면이 화려하다.
 
또한 영화는 단순한 기억의 회복을 넘어, 기억이 개인의 정체성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밀도 있게 분석한다. 주인공의 과거 기억을 복원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방식과 그 과정에서 시간의 역할을 조명한다. 이는 프루스트의 "무의식적 기억" 개념을 시각적으로 재현하며, 기억이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한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연속과 색채의 마법
 
영화는 시간의 비가시성(不可視性)과 그 흐름 속에서 인간이 경험하는 상실과 회복의 과정을 서정적으로 그려낸다. 주인공이 과거의 기억을 통해 현재의 자신을 재발견하는 과정은, 시간이 단순히 흐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깊이 각인된 경험들과 함께 축적된다는 프루스트적 사유를 반영한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독특한 미장센 인문학적 고찰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영화는 정교한 장면 구성을 통해 기억과 시간의 흐름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주인공의 심리적 상태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정원 장면에서의 자연광과 섬세한 조명은 기억의 회복과 감정의 흐름을 아름답게 시각화한다.
 
카메라 기법 또한 주목할 만하다. 클로즈업은 주인공의 내면세계를 밀도 있게 전달하며, 롱테이크는 시간의 연속성과 기억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기법들은 관객이 주인공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도록 이끌기에 충분하다. 매 장면이 황홀하다.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프루스트의 철학적 사유를 현대적인 영화 언어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소설의 철학적 깊이와 서정성을 지속해서 유지한다. 그러면서도 독창적인 미학과 서사를 통해 관객에게 새로운 시각적 체험을 제공한다. 이 영화는 단순한 서사적 재미를 넘어, 관객에게 자기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영화적 체험 그 이상을 제공하는, 깊이 있는 작품에 손색이 없다.
 
정원 마담 프루스트의 정원에서 주인공 폴
정원마담 프루스트의 정원에서 주인공 폴
 
감독 실뱅 쇼메는 프랑스의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그의 영화는 특유의 따뜻한 감성, 독특한 유머, 그리고 서정적이면서도 풍부한 시각적 표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쇼메의 영화적 고집은 현실과 환상을 교묘하게 결합해내는 능력에 있다. 그의 작품은 현실의 문제를 다루면서도, 그 문제를 마치 꿈처럼 아름답고 환상적인 세계로 승화시킨다.
 
쇼메는 자기 작품에서 캐릭터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에 많은 공을 들인다. 그의 영화는 캐릭터의 내면을 깊이 탐구하며, 이를 통해 관객이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면모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서도 풍부하거니와 잘 드러난다.
 
"영화는 우리에게 일상에서 잃어버린 마법과 아름다움을 다시 찾아주는 매개체이다. 나는 현실의 복잡함 속에서도 단순하고 순수한 감정을 이끌어내고 싶다."
 
감독의 이 발언은 그의 영화적 철학을 잘 반영한다. 쇼메는 영화를 통해 일상 속에서 놓치기 쉬운 아름다움과 감동을 되찾기를 원하며, 이를 통해 관객들이 현실의 복잡함 속에서도 순수한 감정을 느껴보기를 강권하는 것은 아닌지.
 
당신 기억의 뿌연 물속에 기억은 물고기처럼 숨어있다(영화 대사 중)
 
기억의 재생이 우리에게 언제나 즐거움만을 선사하지 않는다. 기억의 안에는 형용할 수 없는 상처와 독극물이 상존하며 채워져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기억의 회생을 욕망하기에 영화에서 보듯이 화려하고 싱그러운 색채의 향연이 존재하리라 기대한다.
 
주인공 폴은 부모의 죽음에 관한 기억을 알게 되는데, 이는 영화의 핵심적인 순간으로, 이로써 기억과 치유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폴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과거의 상처를 직면하고, 이를 통해 내면의 평화와 성장을 이루는 과정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그리하여 우리가 잊었던, 아니면 잊혀진 작은 아름다움과 감동을 재발견하는 과정은 부단히 재현되며, 현실의 복잡함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기를 욕망하기 때문이리라. 영화는 어쩌면 그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아닌지. 그 과정을 따라가는 길에서 얻어지는 게 치유와 성장이겠고, 영화에서처럼 마법을 경험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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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응의 질서를 의문하며, 딜레탕트Dilettante로 시대를 산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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