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이재킹> 장면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
기장 규식은 처음에는 태인을 믿지 않았다. 그런 태도는 비행기가 출발하기 전 담배를 피우며 태인과 규식의 대화에서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규식은 태인에게 이번 비행에서 착륙을 해보라고 이야기하면서, 태인의 실력을 살펴보려 한다. 태인에게 그 기회가 그의 경력에 꽤 중요한 기회였다.
비행기가 납치당했지만, 태인은 차분함을 유지한다. 그의 태도를 본 규식은 부기장으로서의 태도를 먼저 인정한다. 폭탄이 터지고, 비행기에 구멍이 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그 상황을 대처하고 승객을 안심시키는 모습은 충분히 규식에게 믿을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규식은 상황이 심각해지자 점차 태인에게 의지하고, 결국 그를 전적으로 믿는다.
중반부에 규식은 눈앞이 잘 보이지 않아 태인에게 완전히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결국 그는 마지막 순간에 태인에게 착륙을 맡긴다. 규식의 믿음은 태인이 자신의 책임을 다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외부의 판단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판단을 믿은 규식의 태도가 매우 감동적이다. 영화에서 기장으로서의 역할은 제한적이지만, 리더로서 가질 수 있는 품격은 충분히 보여준 인물이다.
영화 <하이재킹>은 과도하게 감동코드를 밀어 넣지 않으면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한다. 부기장 태인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중심인데, 그의 우직한 모습이 끝까지 이 영화를 지탱한다. 그가 지닌 책임감,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믿음이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수 있게 만든다.
분노에 가득 찬 납치범이 벌인 일이지만, 그를 달래고 설득하면서 좋은 상황을 만들려 애쓰는 모습이 긴장감 있게 담겨 있다. 영화는 실화의 힘이 장점이 된다. 비행기가 불시착한 모습도 실제와 같고, 납치범의 사연도 거의 비슷하다. 살아남은 사람들과 희생된 사람들의 구성도 실제와 동일하다. 실화가 좋았기 때문에 담백하지만 긴장감 있는 영화가 됐다.
이 영화는 유머가 전혀 없다. 성동일과 하정우가 등장하지만, 그들의 특유의 개그 연기가 전혀 없다. 또한 외부 비상 센터 같은 정부의 대처를 보여주는 장면도 없이, 온전히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일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점이 이 영화의 감정들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영화가 다루는 시기에 비행기 납치나 납북 사건이 많았다.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하지만 이때에도 누군가를 살리려는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 있었다는 게 중요하다. 언제나 그런 사람은 사회에 존재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단지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영화 <하이재킹>에는 그런 책임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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