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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파괴'로 욕 먹었는데...흥행에는 성공한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안젤리나 졸리를 여전사로 만든 영화 <툼 레이더>

24.06.22 09:14최종업데이트24.06.2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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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이후에는 <램페이지>와 <명탐정 피카츄>,<프레디의 피자가게> 등 게임을 원작으로 만든 실사영화들 중에도 흥행작들이 종종 나오고 있다. 특히 2020년과 2022년에 걸쳐 개봉했던 <슈퍼소닉1,2>는 코로나19 펜데믹 기간에 개봉했음에도 두 편 합쳐 7억 달러가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슈퍼소닉>은 오는 연말 실사영화 3편이 개봉할 예정이다(같은 날 개봉 예정이었던 <아바타3>는 개봉이 1년 연기됐다).

하지만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게임원작 실사영화는 극장에서 큰 힘을 쓰지 못했다. 1993년 세계 최초의 게임원작 실사영화였던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는 48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었지만 2000만 달러의 흥행성적에 그쳤다. 액션스타 장 클로드 반담이 가일을 연기했던 <스트리트 파이터>는 나쁘지 않은 흥행성적을 기록하고도 <철권>,<킹 오브 파이터즈> 등 다른 격투게임 실사영화들과 함께 묶이면서 혹평을 면치 못했다.

그렇게 할리우드에서 '게임원작 실사영화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공식이 굳어지던 지난 2001년, 이 영화를 통해 할리우드 최고의 섹시 여전사로 떠오른 배우를 내세운 게임원작 실사영화가 개봉했다. 1억15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 영화는 세계적으로 2억7400만 달러의 흥행 성적을 올리며 게임원작 실사영화 최초로 북미흥행 1억 달러를 돌파했다. 안젤리나 졸리가 가장 멋지게 나온 액션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툼 레이더>였다.
 
 <툼 레이더>는 원작게임이 크게 알려지지 않은 국내에서도 서울에서만 48만 관객을 동원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툼 레이더>는 원작게임이 크게 알려지지 않은 국내에서도 서울에서만 48만 관객을 동원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주)STUDIO 2.0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여전사들

사실 20세기까지만 해도 여성이 전면에 등장하는 액션영화는 흔치 않았다. 물론 홍콩에서는 <동방불패>의 임청하와 <예스마담>의 양자경 같은 여성 액션스타들이 있었지만 당시 이들은 아시아의 스타였을 뿐 세계적으로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툼 레이더>의 안젤리나 졸리가 등장하면서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여전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왔고 지금은 여성 액션스타들을 전면에 내세운 액션영화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6편의 시리즈가 만들어지면서 할리우드의 최장수 여성 액션스타 캐릭터가 된 인물은 밀라 요보비치가 연기한 <레지던트 이블>의 앨리스다. <레지던트 이블>은 6편의 시리즈가 개봉하면서 모든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겼을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자랑하는 좀비 액션영화다. 특히 2017년에 개봉한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은 4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3억12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엄청난 성적을 기록했다.

스칼렛 위치와 캡틴 마블, 가모라, 네뷸라, 발키리, 오코예, 와스프 등 많은 여성히어로들이 등장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관객들의 독보적인 사랑을 받는 여전사는 단연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한 블랙 위도우다. 카메오와 쿠키영상에 출연했던 영화들을 제외하더라도 한 편의 솔로무비를 포함해 8편의 마블 시리즈에 출연한 블랙 위도우는 스파이 능력과 전투능력을 주루 겸비한 MCU가 배출한 최고의 여전사였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편에 걸쳐 개봉해 29억6300만 달러라는 경이적인 흥행성적을 올린 <헝거게임> 시리즈의 캣니스 에버딘(제니퍼 로렌스 분) 역시 빠질 수 없는 여전사 캐릭터다. 블랙 위도우가 <아이언맨2>에 처음 등장할 때부터 이미 '완성형 여전사'의 면모를 보여줬다면 <헝거게임> 속 캣니스는 온갖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면서 점점 성장하는 캐릭터로 제니퍼 로렌스의 열연과 만나 관객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얻었다.

사실 '여전사'로 분류하는 게 맞을진 의문이지만 2016년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시작으로 2020년 <버즈 오브 프레이>,2021년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까지 출연했던 DC 확장 유니버스의 할리 퀸도 존재감이 대단했다. 할리 퀸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로운 행동과 마고 로비의 톡톡 튀는 매력이 만나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실제로 2010년대 중·후반 할로윈 축제서는 할리 퀸 분장을 한 사람이 급격히 늘기도 했다.

'원작파괴' 비판에도 흥행에는 성공
 
 안젤리나 졸리는 <툼 레이더>를 계기로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여전사 이미지를 굳혔다.
안젤리나 졸리는 <툼 레이더>를 계기로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여전사 이미지를 굳혔다.(주)STUDIO 2.0
 
사실 게임을 원작으로 실사영화를 만드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작가의 생각에 따라 이야기가 진행되는 만화나 드라마와 달리 게임은 수 많은 플레이어들이 각자 다른 스타일의 전개와 결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게임원작 실사영화는 원작의 특징을 충실히 살리면서 영화를 만들면 '개성이 없다'고 비판을 받고 원작의 설정만 따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면 '원작파괴'라고 욕을 먹는 경우가 많다.

<툼 레이더> 역시 영화평론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20%, 관객점수 47%를 받았을 정도로 개봉 당시 엄청난 혹평을 면치 못했다. 무엇보다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라라 크로프트(안젤리나 졸리 분)에 대한 잘못된 해석으로 원작팬들로부터 많은 원망을 들었다. 실제로 <툼 레이더>는 게임을 영화로 잘 구현한 작품이 아닌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여성버전으로 어설프게 따라 한 아류작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처럼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툼 레이더>는 1억1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 세계적으로 2억74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손익분기점을 가뿐하게 뛰어 넘었다. <툼 레이더>는 <처음 만나는 자유>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러브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연기파 배우로 인정 받았던 안젤리나 졸리가 액션장르에 도전한 영화로 관객들은 안젤리나 졸리의 육감적인 매력과 몸을 사리지 않은 과감한 액션연기에 열광했다. 

<툼 레이더>를 연출한 사이먼 웨스트 감독은 1997년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콘 에어>를 통해 연출능력을 인정 받았고 1999년엔 존 트라볼타 주연의 <장군의 딸>을 만들었다. 웨스트 감독은 2011년 제이슨 스타뎀 주연의 <메카닉>과 2012년 액션스타들이 대거 출연한 <익스펜더블2>, 2019년 중국의 재난액션영화 <스카이파이어> 등을 연출했다. 하지만 초창기 작품이었던 <콘 에어>와 <장군의 딸>, <툼 레이더>의 명성을 넘진 못했다.

2001년 1편이 성공적인 흥행성적을 올린 <툼 레이더>는 2003년 <스피드>의 얀 드 봉 감독이 연출한 속편 <툼 레이더: 판도라의 상자>가 개봉했지만 전편보다 못한 평가 속에 흥행에도 실패했다. 하지만 <툼 레이더>는 15년이 지난 2018년 스웨덴 배우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새로운 라라 크로프트를 연기한 <툼 레이더> 리부트가 개봉했고 공교롭게도 정확히 1편과 같은 2억74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제임스 본드가 <툼 레이더>에 왜 나와?
 
 다니엘 크레이그(왼쪽)는 <툼 레이더>에서 제임스 본드 같은 능력과 카리스마는 보여주지 못했다.
다니엘 크레이그(왼쪽)는 <툼 레이더>에서 제임스 본드 같은 능력과 카리스마는 보여주지 못했다.(주)STUDIO 2.0
 
1978년 칸 영화제와 1979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1938년생의 노장배우 존 보이트는 젊은 관객들에게는 안젤리나 졸리의 아버지로 더 유명하다. 하지만 졸리와 보이트는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툼 레이더>는 보이트와 졸리 부녀가 한창 사이가 좋지 않던 시절에 출연한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은 애틋한 부녀 사이를 연기했는데 프로 연기자답게 티 내지 않고 자신의 캐릭터를 무난하게 소화했다. 

크리스 베리가 연기한 힐러리는 크로프트가에서 일하는 집사로 라라에게는 죽은 아버지를 대신하는 인물이다. 힐러리는 <배트맨> 시리즈의 알프레드 페니워서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인물로 자유분방한 라라에게 언제나 예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물론 라라는 힐러리의 말을 듣지 않는다). 힐러리는 영화 중반 일루미타니가 습격했을 때 방탄복과 산탄총으로 무장하고 집을 지키려 했다(물론 침입자들은 대부분 라라가 해치웠다).

< 007 >시리즈의 6대 제임스 본드로 유명한 다니엘 크레이그는 지금처럼 유명하지 않던 시절 <툼 레이더>에서 라라와 안면이 있는 보물사냥꾼 알렉스 웨스트를 연기했다. 영화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라라와 경쟁하는 사이처럼 나오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라라와 힘을 합치면서 자연스럽게 선역이 된다. 알렉스는 영화 후반 만프레드 파웰(이언 글렌 분)이 던진 칼에 맞아 물에 빠지지만 라라가 빛의 삼각형으로 과거를 바꾸면서 목숨을 건졌다.
그시절우리가좋아했던영화 툼레이더 사이먼웨스트감독 안젤리나졸리 다니엘크레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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