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모 바보> 포스터
무주산골영화제
다 똑같은 것 같을 때가 있다. 요즈음 만나는 이야기, 그중에서도 독립영화가 다루는 얘기들 말이다. 청춘의 방황, 버거운 삶의 무게, 사람에게 받는 위로, 아주 희미한 빛조차도 간절한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흘러서 넘칠 만큼 많기 때문일까.
기술의 진보가 인류를 풍요로 이끌었다지만 오늘은 오늘대로 오늘의 과업이 남아있다. 관혼상제, 인간이 치를 네 가지 대례가 대입과 취업, 결혼과 육아로 얼굴을 바꾼 지 오래다. 그 과업들이 어찌나 만만찮은지, 하나를 넘은 이도 다른 하나를 넘지 못해 숨만 고르다 주저앉는 경우를 부지기수로 마주한다. 제게 주어진 과제를 해내지 못할 때, 인간다움을 달성하지 못할 때, 인간은 낙오하는 것이다.
낙오한 이들, 낙오하지 않으려 버티다가 소진된 이들, 아직은 어찌어찌 잘 따라가는 이들, 이 시대 청춘의 초상이란 대체로 그러하다. 대중이 원하는 영화가 아닌, 작가가 원하는 영화이게 마련인 독립영화가 대개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배경이 이렇다.
얼음으로 짧은 다리 하나를 괴어 받친 의자를 떠올린다. 어느 한 다리가 녹아가는 줄도 모른 채 우리는 의자가 멀쩡하다고 자신하는 게 아닐까. 마침내는 다 녹아 무너질 균형 위에 앉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