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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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지대에는 목격자가 존재했다. 집안의 정원사. 가정부의 회고와 열화상 카메라로 담긴 사과 심는 소녀는 실존 인물이다. 소녀는 밤바다 수용소 포로를 위해 사과를 몰래 숨기며 저항운동을 펼쳤던 '알렉산드라 비스트로니-코우오제치크'다.
수용소에는 노역으로 이용되는 유대인도 있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모습은 영화 속 어떠한 장면보다 밝게 빛나며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은 인류의 책임의식이 빵 부스러기 대신 사과를 흘려서라도 찾고 싶은 작은 양심일 거라고 생각한다. 영화에는 세 번 검정, 빨강, 하얀 화면이 등장하는데 이를 조합해 보면 나치의 하켄크로이츠 문양이 연상된다.
철저히 계산되고 의도된 사운드는 베를린 지하철, 함부르크 축구 경기장, 2022년 파리 폭동 등 전 세계에서 일어난 소리를 수집했다. 소리를 끄고 보면 그저 전원 풍경을 배경으로 평범한 집을 담은 가족 드라마처럼 보인다. 공포영화의 완성은 소리, 음향이라는 말을 실감하는 이유다.
지금까지 수많은 홀로코스트 소재 영화가 있었지만 극명한 차별점이 드러난다. 보여주지 않음으로 인해 다 보여주고 있는 미덕. 인간의 발가벗겨진 폭력성을 확인하는 영화가 바로 <존 오브 인터레스트>다. 영화를 보고 나면 영화를 보기 전으로는 절대로 돌아갈 수 없는 체험의 여운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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