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포스터
JIFF
사실에 대한 선택적 조명과 외면... 이제는 넘어서야
물론 아쉬운 점도 여럿이다. 다큐멘터리가 보여선 안 될 태도, 중립성을 잃어버린 채 은근한 편파적 태도를 보이고 있단 점이 대표적이다. 이는 특히 차기 월드컵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한 이들이 제가 탈락한 이유를 보수적인 협회와 남성 지도자의 탓으로 몰아가는 대목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극중 인물들은 협회의 행정에 제 목소리를 드러낸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탈락했다거나 감독에게 월드컵 경험을 나쁘게 표현한 선수가 다음부터 호출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과연 그러했을까.
영화는 월드컵에서 이들의 모습을 얼마 담지 않는다. 남미에선 압도적인 성적으로 본선에 진출했으나, 본선에선 최약체로 평가된 일본을 겨우 이겼을 뿐 미국과 스웨덴에게 졸전 끝에 대패하고 탈락했기 때문이리라. 일본에게 넣은 1골이 유일한 골이었고, 두 경기에서 무려 7골이나 먹었다. 브라질의 아성에 어울리지 않는 무력한 대회였고 참담한 결과였다.
주전 공격수로 '리틀 펠레'라 불린 마릴자는 대회 당시 몰래 마약인 코카인까지 하였단 걸 털어놓지만, 이것이 흔한 일이었다며 자기변명으로 일관한다. 그에 대한 반성은 전혀 없이 다음 대회에서 대표팀에 탈락한 것을 감독이 남성인 탓이라고 비난한다.
영화는 그녀에게 우호적인 시각으로 일관하고 반론은 전혀 담아내지 않는다. 영화 내내 협회며 남성 지도자 및 언론인의 시선은 담기지 않는다. 초라한 성적을 외면한 건 차라리 자연스럽다. 다큐멘터리, 특히 비슷한 잘못을 종종 저질러왔던 여성주의 영화에서 또 한 번 이 같은 편향을 마주했단 사실이 몹시 안타깝다.
그럼에도 <브라질의 골때녀들>은 여성 스포츠의 인권향상이 수시로 마주하는 조롱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국도, 독일도, 브라질도, 스포츠를 통한 인류의 단합을 외친 피파마저도 여자축구를 공인하지 않은 세월이 길었다. 스포츠가 여성성을 타락시킨다며 법률로 금지한 경우까지 있었다. 그 시대 남성들의 결정은 얼마나 참담하고 비루한가. 책임 있는 자들이 마땅히 나서 사과해야 할 일이 아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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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