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가 유인원의 말과 행동을 통해 인간의 민낯을 드러내자 모욕감이 든다. 인종 우월주의, 식민주의 등 익숙한 이데올로기 속 상하관계 전복이다.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유인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니 불쾌함을 넘어 굴욕스럽다. 유인원의 사냥감이 되고, 철장 안 동물원 신세로 전락하고 노역에 이용될 뿐 무가치한 존재가 된 인간은 섬뜩하다. 반면 유인원은 인간보다 더 인간성을 갖춰 부끄럽기까지 하다.
주인공 노아는 창세기 속 대홍수에 살아남은 인물이다. 프록시무스와 대비되는 전형적인 선한 영웅이다. 노아는 독수리 부족 결속의 날(성년식)에 쓰일 알을 찾는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야 했다. 어릴 적 친구 수나, 아나야와 어렵게 찾은 둥지의 세 개의 알. 사이좋게 가져가면 되지만 하나는 남겨 둔다. 타인을 배려하고, 적당한 선을 지키고, 공동체의 평화를 원하는 이상적인 리더의 자질을 엿볼 수 있다.
이후 험난한 여정에서 온갖 고초를 겪으며 배신, 배려, 결속을 통해 발전해나간다. 노바(메이)와 같은 길을 가는 줄 알았으나 목표가 달랐던 상황을 깨닫고 실망하기도 한다. 인간과의 대립이 아닌 공존을 꿈꿨지만 가족을 잃고 전쟁을 선포하게 된 시저와 노아가 같은 길을 가게 될지 궁금해진다.
앞선 이야기에서 유인원이지만 사람보다도 지능적이고 이타심이 높으며, 뛰어난 리더십을 갖춘 시저를 통해 인간은 수치심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연대와 신뢰, 자비를 이루며 살아가는 유인원과 살육으로 서로를 정복하며 싸우다 자멸하는 인류가 과연 만물의 영장일까 의문이 든다.
특히 노바(메이)가 말을 할 줄 아는 다른 인간과 통신 장치로 소통하는 장면과 교차 편집되는 노아의 천체망원경 관찰 장면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아마도 고전 <혹성탈출>(1968)에서 우주 미아로 떠돌다 지구로 귀환한 비행사와 마주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작>은 시저의 영웅서사를 끝내고 새로운 영웅 노아를 소개하는 챕터였다. 앞서 말한 대로 고전과 연관되는 다음 이야기를 위한 장치를 열어 둔 열린 결말이었다. 과연 어떤 이야기로 돌아올까? 후속 편을 기다리는 설렘을 시리즈를 다시 보는 즐거움으로나마 충족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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