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혹성탈출 : 새로운 시대>는 성공적인 리부트 시리즈의 트릴로지를 마치고 유인원과 인류의 공존을 메시지 삼아 새로운 이야기를 펼친다. 말은 거창하게 했지만 따지고 보면 거창할 것도 없다. 세상을 돌고 돌아 결국 집으로 돌아오는 성장담, 오디세이 영웅서사에 기초하는 까닭이다.
자신만의 매와 맺어지기 위해 높은 산에 올라 알을 훔치는 게 가장 위험한 일이었던 노아는 우물 밖을 나온 개구리가 된다. 아무 준비 없이 나온 연약한 아이인 셈이다. 말 못 하는 인간, 말할 수 있는 인간, 시저의 유산을 계승한다는 부족 등을 만나 드넓은 세상을 배워간다. 순수했던 노아는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각성하고 해체된 부족을 재건해 실질적 리더가 되어간다.
철학적인 질문이 공세 속 휴머니즘을 묻는다. 사회를 이루고 법을 만들며 욕망에 따라 문명을 만들어 온 인간이 모든 것이 파괴된 세상에서 인간성을 잃어버린 설정은 충격적이다. 유인원(독수리 부족)은 인간을 에코라고 부르는데 말을 잘못 옮겨 헤라의 저주를 받고 말을 따라 할 수밖에 없는 정령 에코에서 따온 듯해 의미심장하다. 말로 흥한 자 말로 망하게 된다는 말의 경중을 상징한다.
수 세기 동안을 거치며 시저는 종교가 되었다. 완벽한 유인원 제국 오아시스를 꿈꾸는 프록시무스는 단기간에 진화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혀있다. '뭉치면 강하다', '동족을 죽이지 않는다'고 한 시저를 철저히 왜곡한다. 존경받던 시저를 자신과 동일시하며 위상 높은 존재를 꿈꾼다. 이름마저도 '프로시마(proxima, 가깝다)'에서 따왔지만 동족까지 공격하는 인면수심이다. 사람에게 쓰는 인면수심이란 단어를 유인원에게 쓰는 이 상황마저도 혼란스럽다.
유인원의 앞잡이가 된 트레베이선(윌리엄 H. 메이시)은 완벽히 적응해 로마 역사를 가르쳐 준다. 왜 하필이면 로마 역사였을까. 인간을 배척하지만 문명은 배우고 싶었던 프록시무스. 그는 지구의 지배종이 언제라도 바뀐다는 사실을 알고 서둘러 진화하려는 것이다. 결국 로마가 이룬 역사적 위업뿐만 아니라 정복전쟁, 내부 폭정마저도 습득해 독재자의 길을 걷는다. 보물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지나친 욕심이 결국 화를 부른다.
인간이란 종의 부끄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