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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우리 사회가 키울 수 있다는 메시지 줘야"

[이영광의 '온에어' 309] MBC < PD수첩 > 정명훈 PD

24.05.12 13:26최종업데이트24.05.1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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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MBC < PD수첩 >의 한 장면MBC
 
지난해 영아 살해 사건이 일어나며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더 충격적인 건 살해된 영아가 출생신고 되지 않았단 점이다. 때문에 출산통보제를 도입했다. 그러자 하나의 우려가 생겼다. 자동으로 출산을 통보할 경우 미혼모가 병원 가지 않고 출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호출산제가 2023년 10월 국회를 통과했다. 보호출산제는 위기 임신부가 상담을 거쳐 보호 출산을 선택할 경우, 익명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문제점은 없을까?

지난 7일 MBC < PD수첩 >에서는 'X의 아이-보호출산제 논란' 편이 방송되었다. 자립 청년인 한민수(가명)씨 이야기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보호출산제의 도입 취지와 우려점 등을 짚어보았다. 취재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8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해당 회차 연출한 정명훈 PD를 만났다. 다음은 정 PD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 방송을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보호출산제라고 하는 게 아이의 (전체적인) 인생을 또 생각해 봐야 되고요. 반대로 또 아이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차원에서 나온 법안이기 때문에 굉장히 무거운 마음으로 한 달 반 정도 보냈던 것 같아요. 끝났지만 여전히 무거운 것 같아요."

- 보호출산제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되었어요?
"제 지인께서 이런 사안이 있다고 제게 얘기해 주셨어요. 그래서 저도 검색을 해봤죠. 이런 제도가 시행되는지 전혀 몰랐어요. 이런 제도가 시행될 거라는 걸 안 게 한 3월 말쯤이었으니까 그 당시 기준으로 시행되기까지 석 달 정도 남은 상태이었죠. 제 생각에 이 제도가 다소 보완될 지점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진행하게 되었어요."

19년 만에 어머니를 만난 청년
 
 정명훈 PD
정명훈 PD이영광
 
- 한민수씨(가명)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어땠나요?
"국회 공청회 자료를 통해 처음 알게 됐어요. 들었을 때 조심스러웠어요. 그러니까 이 사람 인생에서 그게 어떤 의미인지 제가 감히 추측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보육시설에서 학대를 주장하고 계시는 분이기 때문에 학대를 당하고 친부모를 만나고 싶고 친부모가 만나주지 않아 소송 했다는 사연을 들었을 때 너무 마음 아팠죠."

- 처음에 한민수씨에게 촬영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반응이 어땠나요?
"친부모 찾기를 굉장히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이 친구는 정보 자체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운이 좋은 거죠. 방송 취지를 설명하면서 친부모님을 만나실 수 있으니까 같이 방송 촬영 할 수 있겠냐고 물어봤어요. 그 친구는 왜 허락했는지 모르겠어요. 엄청 쿨하게 알겠다고 했었어요. 보호출산제 때문에 같이 한 게 아니라 이 친구는 자기 엄마 만나는 데  혼자 만나기 힘들잖아요. 누군가가 같이 옆에 있어 주기를 원했던 것 같아요."

- 한민수씨가 어머니를 만나잖아요. 그때 분위기는 어땠나요?
"모자가 대체적으로 대화가 많지 않았어요. 친모께서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이는 상황이었어요" 

- 한민수씨는 자립 청년인 것 같은데 생활은 어때요?
"만으로 19살이니까 굉장히 어린 친구고 전형적인 19살이에요. 다만 신체적으로 건강한 편은 아니니까 자립하기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예요. 저는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는 젊은 사람처럼 보였어요. 합기도 도장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 캐나다로 입양됐던 배선아씨가 나와요. 기록에는 버려진 것으로 나오는 것 같던데 아니었던 것 같아요. 방송엔 잘 안 나오는 것 같던데 어떻게 된 건가요?
"해외 입양인 문제를 지금 진실화해 조사위원회에서 조사 중이에요. 이런 해외 입양인들이 제가 알기로 굉장히 많았던 것 같아요. 특히 친부모에 대한 상담 기록이 있는데 고아로 서류가 잘못 기입돼서 입양된 경우예요. 그것도 잘못된 거고요. 서류 조작이 있었던 거죠."

- 배선아씨 같은 케이스가 많은 것 같은데 왜 많을까요?
"방송에 지적된 대로, 해외 입양의 경우 입양국에서 입양에 대한 적격성 심사가 엄격합니다. 입양을 편하고 빠른 시간에 보내기 위한 행정 편의주의적인 관행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아로 분류되어야 부모 동의 절차가 생략되는 등 입양 절차가 쉬워질 수 있어요. 외국 뉴스나 입양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면 해외 양부모들이 서류 조작 때문에 생긴 인권 침해에 대해 입양인들에게 미안해하고 사과하는 경우도 종종 나오곤 합니다. 그들의 책임이 아닌데도 불구하고요. 이런 과거사적인 맥락에서 입양 관련 법률들이 국가의 공적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개정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거죠."

보호출산제 도입에 대한 우려
 
 정명훈 PD
정명훈 PD이영광
 
- 독일의 경우 비슷한 제도가 있죠. 거긴 공개가 원칙이고 비공개는 예외죠. 그러나 보호출산제는 반대잖아요. 왜 그런 걸까요?
"저도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의문이 들긴 했어요. 다만 프랑스가 우리나라와 정보 공개에 관련해서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어요. 프랑스에서는 친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공개되지 않거든요. 아동의 알 권리를 넓게 보장할 경우 아동의 생명권이 위협될 수 있다고 보는 게 보건복지부의 생각이에요. 그러나 프랑스에서도 이게 논란이 되고, 여러 뉴스나 다큐멘터리로도 만들어지는 걸 보면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아동의 권리를 좀 더 비중 있게 실어서 법안이 제정돼야 된다고 생각해요."

- 보호출산제의 가장 큰 우려는 뭘까요?
"가장 큰 우려는 아이와 엄마가 분리되죠. 양육을 포기해도 되게끔 메시지를 준거잖아요.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 그런데 그렇게 안 하면 아이가 잘못될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라도 아이 생명을 구하려고 한 거 아닌가요?
"그 말도 맞죠. 진짜 어려워요. 그렇게 해서 살 수 있는 영아들이 분명히 있겠죠. 근데 출산까지는 부모님 입장에서 최대한 많이 지원해야 되고 출산이 되고 나면 아동의 입장에서 많이 생각해야 돼요. 그러니까 이 보호출산제를 제가 반대하는 게 절대 아니에요. 기자님 말도 맞단 말이에요. 근데 제 생각에 좀 더 이 법이 보완되면 출산 이후에 이 아이가 어떻게 자라는지에 대해 챙길 만한 방향으로 재정이 돼야 된다고 생각해요."

- 보완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보세요?
"사실 이 보호출산제의 현행 틀 안에서는 정보 공개에 대한 부분이 분명히 보완돼야 하겠죠. 보호 출산제 선택하지 않게끔 상담 과정이 있거든요. 상담해야 보호 출산을 할 수 있어요. 이 상담에 대해서 전폭적으로 많은 지원이 있어야 돼요. 곧 시행될 건데 이 상담 과정이 형식적이 되면 안 됩니다. 그러니까 이 보호 출산제를 선택하지 않을 수 있게끔 상담 인력이나 상담에 대한 예산 그리고 상담 내용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잘 돼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 조민호씨 경우 기록엔 생후 8개월에 버려진 거로 나오지만 엄마와 걸었던 기억이 있는 것 같은데 뭘까요?
"말씀하신 게 맞아요. 그러니까 기억이 3~4살 때의 기억을 분명히 갖고 계신데 기록은 생후 9개월이거든요. 그러면 이게 안 맞거든요. 그러니까 본인께서는 이 기록 자체를 불신하고 계세요. 왜냐하면 해외 입양인들 보면 이 기록이 잘못된 경우가 굉장히 많으니까 본인도 그렇지 않을까라는 어떤 기록의 불안정성을 주장하고 계시고 이 기억 때문에 40년 동안 친부모를 찾으려고 많이 노력하셨죠."

- 아들을 입양 보낸 전현숙씨 이야기도 나오던데 이걸 소개한 의도가 있을 것 같아요.
"보호출산제를 7월부터 선택할 수 있으니깐요. 현실적으로 너무 힘들고 현실 경제적인 상황에 지치고 이러겠지만 먼 미래를 조금 봤을 때 어떤 마음이 생길 것인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 취재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취재하면서 느낀 건 지금 저출산 시대에 조금 더 미혼모 출산 비율이 우리나라는 굉장히 적거든요. 그러니까 미혼모가 출산할 수 있게끔 사회적인 환경을 만들어야겠다는 게 제가 느낀 생각입니다. 아프리카 속담 중에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선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고 하잖아요. 아이를 임신하고, 양육하는 것 자체가 개개인이 감당하기에 분명히 힘든 점 있다고 생각해요. 이럴수록 '우리 사회가 기를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구성원들에게 던져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위기 임산부를 지원하기 위해 국가적 예산을 사용하고 기관이 설립되는 거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인 만큼 보호출산제가 아닌 원가족 양육을 위해 상담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예산과 인력이 잘 분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명훈 PD수첩 보호출산제 영아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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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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