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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스타' 총출동, 하지만 주인공은 따로 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임달화-견자단-홍금보 주연의 액션 누아르 <살파랑>

24.05.12 10:38최종업데이트24.05.1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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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0년 그룹 015B 1집의 <텅 빈 거리에서>를 부르며 데뷔한 윤종신은 이듬 해 첫 솔로앨범을 발표한 후 2005년까지 15년 동안 10장의 정규앨범을 발매했다. 윤종신은 2년 2개월의 군복무 공백을 제외하면 거의 1년에 한 번씩 정규앨범을 발표했을 정도로 매우 부지런한 가수다. 2010년 4월부터 현재까지는 <월간 윤종신>이라는 이름으로 매달 새로운 노래를 선보이며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윤종신은 <너의 결혼식>과 <오래 전 그날> <환생> <팥빙수> <오르막길> <본능적으로> <막걸리나> 등 많은 히트곡이 있었지만 정작 윤종신의 가수인생에서 음악프로그램 1위에 오른 노래는 <좋니> 한 곡 밖에 없다. 그만큼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대중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다수의 밀리언셀러 앨범을 배출했거나 음악방송에서 단골로 1위를 하는 '아이콘' 같은 가수와는 거리가 있었다는 뜻이다.

1970년대부터 연기자 생활을 시작했지만 주윤발과 장국영, 양조위 등 홍콩영화의 '아이콘'같은 배우들에 가려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 배우 역시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늦은 전성기를 맞았다. 한국에서는 2012년에 개봉한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에서 홍콩강도 첸을 연기한 배우로도 알려졌다. 2005년 엽위신 감독이 연출한 액션 누아르 <살파랑>에서 견자단, 홍금보와 연기호흡을 맞췄던 임달화가 그 주인공이다.
 
 <살파랑>은 임달화,견자단,홍금보로 이어지는 화려한 캐스팅에도 국내에선 개봉하지 못했다.
<살파랑>은 임달화,견자단,홍금보로 이어지는 화려한 캐스팅에도 국내에선 개봉하지 못했다.(주)부귀영화
 
데뷔 30년 만에 전성기 찾아온 배우

1955년 홍콩에서 태어난 임달화는 1970년 모델로 데뷔해 그 시절 대부분의 홍콩배우들이 거쳐 간 홍콩 방송국 TVB의 연기연습생으로 입사했는데 임달화의 한 기수 선배가 바로 주윤발이었다(연습생 기수는 하나 아래지만 나이는 임달화와 주윤발이 1955년생 동갑이다). 1980년대부터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활동을 이어가던 임달화는 1990년 오우삼 감독의 <첩혈가두>에 출연하면서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임달화는 1980년대부터 별다른 공백 없이 꾸준히 활동했지만 정작 홍콩영화가 한창 전성기를 달리던 1990년대 중반까지는 쟁쟁한 스타들에 가려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렇게 인고의 시간을 보내던 임달화는 1990년대 후반부터 <천장지구>를 만들었던 두기봉 감독의 '페르소나'가 됐다. 실제로 임달화는 두기봉 감독과 <미션> < PTU > <대사건> <흑사회> <스패로우> <피의 복수> 등 여러 편의 작품을 함께 했다.

그렇게 2000년대부터 더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던 임달화는 2003년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툼레이더2: 판도라의 상자>에서 악당 첸 로를 연기했다. 그리고 2005년 엽위신 감독의 액션 누아르 <살파랑>에서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강력반 반장을 연기했다. 임달화는 <살파랑>에서 '레전드 액션배우' 견자단, 홍금보와 연기호흡을 맞추며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에 배우인생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임달화는 2006년 유위강 감독이 연출하고 정우성, 전지현, 이성재가 출연했던 한국과 홍콩의 합작영화 <데이지>에 출연하며 한국과의 인연을 시작했다. 비록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2000년대 중·후반 임달화가 출연했던 <익사일>과 <천공의 눈> <스패로우> <엽문> 등은 그 시절 홍콩영화를 대표하는 작품들이었다. 그만큼 임달화가 홍콩영화계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위상이 컸다는 뜻이다.

2010년 50대 중반의 나이에 <세월신투>로 홍콩 금상장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임달화는 2012년 <도둑들>과 2013년 <감시자들>에 출연하며 한국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배우가 됐다. 특히 <도둑들>에서 보여준 김해숙 배우와의 애틋한 멜로연기는 많은 관객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또래 배우들 중 활동을 중단했거나 고인이 된 사람도 적지 않지만 임달화는 60대 후반이 된 현재까지도 '현역 배우'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단순한 스토리 속 화려한 액션의 향연
 
 <살파랑>은 2000년대 중반 전성기를 보낸 임달화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살파랑>은 2000년대 중반 전성기를 보낸 임달화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주)부귀영화
 
<살파랑>은 '전쟁과 파괴, 탐욕을 물리치는 운명을 지닌 자'라는 제목을 가진 액션 누아르 영화로 임달화를 비롯해 견자단, 홍금보, 오경 등 홍콩과 중국의 신구 액션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견자단과 오경은 국내 대중들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았고 임달화 역시 국내에서 티켓파워가 강한 배우는 아니었다. 결국 <살파랑>은 국내 개봉을 하지 못했고 영화마니아들에게 입소문을 타다가 2009년 DVD로 출시됐다.

사실 '경찰과 암흑가 조직의 대결'이라는 <살파랑>의 기본 스토리는 이미 1980년대부터 많은 홍콩 누아르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된 설정이다. 관객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살파랑>은 관객들을 만족시킬 요소가 많지 않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대결과 엽위신 감독이 연출한 홍콩 누아르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 그리고 화려한 액션을 보는 것만으로도 <살파랑>의 영화적 재미요소는 충분하다.

<살파랑>에서는 2000년대 중반 프라이드FC에서 나오기 시작한 종합격투기 기술을 접목한 액션장면들이 관객들에게 보는 재미를 선사했다. <살파랑>에서 '맛보기'를 보여줬던 MMA식 액션은 견자단이 주연을 맡은 <도화선>에서 완성형을 보여줬다. <살파랑>의 액션장면은 미국의 유명 게임웹진 IGN에서 선정한 '아시아영화 최고의 격투 신' 14위에 올랐다(한국영화 <올드보이>가 12위, <아저씨>가 15위에 선정됐다).

<살파랑>은 두 가지 버전의 엔딩장면으로도 유명하다. 중국판에서는 마준(견자단 분)이 왕보(홍금보 분)를 무찌르면서 권선징악으로 끝나지만 홍콩판에서는 쓰러진 왕보가 깨어나 마준을 고층빌딩에서 떨어트린다. 그리고 뇌종양 말기인 진반장(임달화 분)이 해변에서 피살된 동료들을 회상하면서 쓸쓸하게 죽음을 맞는다. 여운이 있는 엔딩이었지만 지나치게 우울하다는 이유로 홍콩판 엔딩을 좋아하지 않는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주요인물들이 대부분 사망하면서 속편제작이 힘들었던 <살파랑>은 10년이 지난 2015년 <살파랑2>라는 제목의 영화가 개봉했다. 제작 당시 <살파랑>의 프리퀄이라는 소문도 있었지만 <살파랑>에 출연했던 오경과 임달화가 출연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별개의 영화에 가깝다. 물론 <살파랑2>에서는 <옹박>으로 유명한 토니 쟈가 태국 교도소의 간수로 출연해 오경과 함께 현란한 액션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레전드 액션배우' 견자단-홍금보의 대결
 
 견자단(오른쪽)과 홍금보는 <살파랑>에서 액션팬들이 꿈에 그리던 맞대결을 선보였다.
견자단(오른쪽)과 홍금보는 <살파랑>에서 액션팬들이 꿈에 그리던 맞대결을 선보였다.(주)부귀영화
 
이소룡과 성룡,이연걸의 뒤를 이어 홍콩의 액션스타 계보를 이은 견자단은 그의 대표작인 <엽문>시리즈가 나오기 전 <살파랑>을 통해 먼저 관객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특히 뒷골목에서 오경과 벌이는 삼단봉과 단검의 대결에서는 정해진 합보다 두 배우의 애드리브로 만든 장면들이 관객들을 가슴 졸이게 했다. 액션팬들을 감동시켰던 또 한 명의 액션거장 홍금보와 견자단의 대결은 2010년 <엽문2>에서 재현된다.

1980년대 성룡, 원표와 함께 '가화삼보'로 활동하던 시절엔 체격 좋은 코믹 액션배우의 이미지가 강했던 홍금보는 <살파랑>에서 비정한 암흑가 보스 왕보 역을 맡아 악역으로 변신했다. 수많은 악행을 저지르고도 언제나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로 풀려나곤 했던 왕보는 진반장과 마준의 집요한 수사에 걸려 잔혹한 결말을 맞는다. 홍금보는 <살파랑> 출연 당시 50대였음에도 전혀 녹슬지 않은 재빠른 몸놀림으로 견자단과 멋진 액션장면을 연출했다.

이연걸, 견자단의 동문사제로 배우 데뷔 전부터 수많은 무술대회 입상경력을 가진 오경은 1996년 이연걸의 추천으로 배우로 데뷔했다. <살파랑>에서는 왕보의 오른팔 아걸을 연기해 진반장이 형제처럼 생각했던 팀원들을 차례차례 살해하고 마지막에 견자단과 그 유명한 뒷골목 혈투를 벌였다. 오경은 지난 2017년 영화 <천랑2>의 감독과 주연을 맡아 무려 8억 7000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그시절우리가좋아했던영화 살파랑 엽위신감독 임달화 견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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