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혹성탈출 : 새로운 시대>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01.
"유인원은 뭉치면 강하다"
혹성탈출 시리즈의 첫 번째 리부트 시리즈의 시작점으로 여겨지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2011)을 두고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은 오리지널로부터 이어지는 영화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오리지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단순히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역사를 열어젖히는 것만이 유명 IP를 다시 세상에 소개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듯이 말이다. 인류와의 공존 가능성을 모색하면서도 결국 피할 수 없는 전쟁 속에서 유인원 무리를 이끌던 시저의 모습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의 시리즈는 맷 리브스 감독에 의해 완성되었지만,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2014)에 이어 <혹성탈출: 종의 전쟁>(2017)에 이르기까지 가장 중요했던 것은 위치의 전복을 통해 인류가 가진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모습을 그려내고 지켜보는 일이었다. 가장 인간다운 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저가 가진 '자유를 위한 투쟁'이라는 그림자 위에서 획득된 반영(反映)을 통해서다. 지난 오랜 역사 속에서 인류가 걸어오는 동안 일어났던 모든 갈등과 충돌이 리부트 시리즈를 통해 그려졌다.
시리즈의 두 번째와 세 번째 작품은 맷 리브스 감독에 의해 완성될 수 있었지만, 이후의 이야기 역시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이 완성한 틀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시저' 3부작은 인간의 불합리한 처사에 대한 반기와 해방과 자유에 대한 갈망을 핵심 서사로 종(種)의 생존과 충돌로 인한 갈등과 번민의 지점으로 나아갔다. 과거 설정의 일부는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새로운 서사를 펼쳐낸 것이 리부트의 성과로 인정받았다.
02.
아직 정확히 공언된 것은 없지만, 웨스 볼 감독에 의해 시작된 또 다른 리부트 시리즈의 첫 작품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2024) 역시 비슷한 목적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감독 역시 새로운 3부작의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인터뷰한 바 있다.) 전작의 핵심 요소를 이식하면서도 지금까지 없었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는 것이 영화의 첫 장면에서부터 드러난다. 시저의 죽음을 애도하고 결속하는 유인원들의 모습이다. 이후에도 영화 속 장면들을 통해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있듯이 전작의 주인공인 '시저'와 그가 남긴 규율을 그대로 잇고자 하는 모습이다.
차이점도 분명히 있다. 지난 리부트 시리즈에서는 인간이 발명한 치료약 '큐어'가 매개가 되어 유인원은 진화하고 인류는 멸종에 가까워졌다. 이와 관련한 내용이 첫 작품이었던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전반을 통해 그려졌다. 이번 작품에서는 처음부터 유인원과 인류의 위치가 바뀌어 있다. 처음부터 지능과 언어, 문화를 가지고 있는 유인원과 달리 인류는 '에고', '노바' 등으로 지칭되며 과거 유인원의 위치에서 다뤄진다. 지난 시리즈로부터 몇 세대를 건너온 시점의 이야기라고 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설정이다. 중요한 것은 이 설정이 가능하게 하는 것과 이를 통해 시리즈 혹은 이 작품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