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웃는 전진수 프로그래머와 허진호 감독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 이틀째인 2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베스트웨스턴호텔에서 열린 'J스페셜:올해의 프로그래머' 기자회견에서 허진호 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머지 세 영화는 모두 허진호 감독 과거 추억에 맞닿아 있었다. 서울 변두리 동네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던 그는 당시 동네에 재개봉관이 세 곳 있었다고 한다. 그는 "도원극장, 신양극장, 은좌극장이라고 있었는데 <바보들의 행진> 같은 경우 고등학교 3학년 때 재개봉관에서 본 적 있다. 1970년대 대학과 문화가 그렇게 멋진 곳이구나 싶었다"며 "지금도 노래방에서 1970년대 노래들을 대부분 따라 부를 수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이 철학과를 나왔는데 현실 고민도 하지만 낭만적이었던 것 같다. 그 영화를 보고 슬퍼했던 내 감성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하게 된다"고 밝혔다.
<파리, 텍사스>나 <도쿄 이야기>는 영화적 서사 말고도 영화 자체가 지닌 에너지가 좋아서 더 큰 감동을 얻었다고 허진호 감독은 설명했다. "<파리, 텍사스> 포스터가 나스타샤 킨스키의 뒷모습이었는데 군대 휴가 중 친구와 야한 영환 줄 알고 봤다가 큰 감동을 얻은 경우였다"고 그가 덧붙였다.
이와 함께 아깝게 후보군에서 탈락한 영화도 언급됐다. 허진호 감독은 "제가 박광수 감독님의 연출부로 영화 일을 시작했는데, 기회를 주셔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시나리오에 참여했었다. 한 번 다시 보고 싶은 영화였다"며 "이명세 감독님 <개그맨>도 선택하고 싶었고, 장선우 감독님 <꽃잎>도 좋아하는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선 개봉을 기다리는 허진호 감독 신작 <보통의 가족>과 준비 중인 드라마 관련 이야기도 나왔다. 2022년 촬영을 마친 후 아직 개봉 시기를 조율 중인 <보통의 가족>에 대해 허 감독은 "영화 만들고 이렇게 오래 개봉 안 한 건 처음"이라며 "제작사 얘기로는 올 가을에 하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보통의 가족>은 캐나다 토론토영화제, 우디네극동영화제 등 해외 영화제에 초청되며 현재까지 최우수각본상(제44회 판타스포르토영화제)과 각본상(34회 몽스국제영화제) 등을 수상 중이다.
이와 함께 동명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했고 박상영 작가가 참여한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에 대해 허진호 감독은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 중이다. 퀴어 멜로 장르를 짧은 시간 내에 촬영했는데 굉장히 즐거운 작업이었다"며 "여러 멜로를 만들어왔지만, 퀴어 멜로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서울의 봄> 제작사가 준비 중인 영화 <암살자들>(영부인 육영수를 암살한 문세광을 다룬 작품)도 허진호 감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대해선 "대본 수정 중"이라며 신중하게 언급하기도 했다.
어느덧 데뷔 28년을 맞이한 그다. 단관 극장 개봉 시절, 필름 카메라 촬영 시기를 거쳐 디지털화되면서까지 여러 격변기를 관통하고 있는 허진호 감독은 "필름에서 디지털로 바뀔 때 <위험한 관계>라는 작품을 중국에서 찍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빠르게 영화 산업이 바뀌나 생각해본다"며 "이런 빠른 변화기에서 영화 제작 편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겠지만, 좋은 영화를 오래 볼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되지 않을까 싶다"며 극장의 미래를 조심스럽게 긍정했다.
한편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선 배우 유지태, 그리고 <외출>의 음악 감독이었던 조성우 감독이 참여해 허진호 감독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를 이어갈 예정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